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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우린 참 바보라니까, 그녀는 빅토리아 스트리트를 건너며 생각했다. 왜 그렇게 삶을 사랑하는지, 어떻게 삶을 그렇게 보는지, 삶을 꿈꾸고 자기 둘레에 쌓아 올렸다가는 뒤엎어 버리고 매 순간 새로 창조하는지, 하늘이나 아실 일이다. (…) 사람들의 눈 속에, 경쾌한, 묵직한, 터벅대는 발걸음 속에, 아우성과 소란 속에, 마차, 자동차, 버스, 짐차, 지척거리며 돌아다니는 샌드위치맨, 관악대, 손풍금 속에, 승리의 함성과 찌르릉 소리, 머리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의 묘하게 높은 여음(餘音) 속에, 들어 있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것이, 삶이, 런던이, 유월의 이 순간이.
세상은 채찍을 쳐들었으니, 어디에 내리칠 것인가?
그래도 해는 여전히 따사롭다. 그래도 결국은 다 이겨내는 법이다. 그래도 하루 또 하루 살아지는 법이다.
긴 햇살들이 그의 발치를 간질이고 있었다. 나무들은 물결치듯 흔들렸다. 환영하오, 세계는 그렇게 말하는 성싶었다. 우리는 받아들이고, 우리는 창조하오. 아름다움을, 이라고 세계는 말하는 성싶었다. (…) 무엇을 보든 아름다움이 즉각 배어 나왔다. 나뭇잎 한 장이 바람결에 떨리는 광경을 보는 것은 절묘한 기쁨이다. (…) 해는 그저 기분이 좋아서 그 부드러운 금빛으로 이번에는 이 잎사귀, 다음에는 저 잎사귀를 희롱하듯 비추었다. 이따금 종소리(자동차 경적 소리인지도 몰랐다)가 풀줄기 위에서 황홀하게 잘랑거렸다 ─ 이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차분하고 이성적이며 있는 그대로 평범한 사물들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진실 그 자체였다. 아름다움이란 이제 진실이었다.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있었다.
늙는다는 것의 보상은, (…) 정열은 이전이나 다름없이 강하지만, 그래도 ─ 마침내! ─ 삶에 최고의 맛을 더해 주는 힘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지. 지난날의 경험을 손안에 넣고 천천히 돌려가며 빛에 비추어 보는 힘을.
더는 두려워하지 말라, 하고 몸속의 마음이 말한다. 더는 두려워하지 말라. 그는 두렵지 않았다. 매순간 자연은 벽을 따라 돌아가는 ─ 저기, 저기, 저기 ─ 저 금빛 점처럼 무엇인가 명랑한 신호로, 보여 주려는 의사를 알려 주는 것이다. 깃털 장식을 휘두르며 머리채를 흔들며 외투 자락을 이리저리 휘날리며, 아름답게, 항상 아름답게, 가까이 다가와 둥글게 모아 쥔 손 사이로 셰익스피어의 말을, 자신의 진의를 속삭여 주는 것이다.
그러나 헤어져 있는 동안, 몇 년씩 잊혀진 채로 있다가, 전혀 그럴 법하지 않은 곳에서, 그것은 활짝 피어나 그 향기를 뿜어내면서, 만져 보고 맛보고 주위를 둘러보고 그 모든 것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그에게 다가왔었다. 배를 타고 있을 때, 히말라야에서, 아주 기묘한 계기로 인해
수백만 번씩 해본 일은 신선미가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훨씬 더 풍부해진다. 과거는, 경험은 풍부하게 해준다. 한두 사람을 사랑했다는 것, 그래서 젊은이들에게는 없는 힘을 얻었다는 것, 단호히 자르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람들이 뭐라건 상관하지 않고, 별로 대단한 기대 없이 오간다는 것 (…) 그의 나이에. 또 한 가지 경험을 하게 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서. 그러나 대체 무엇을?
여하간 아름다움은 만나겠지. (…) 이따금씩 커튼을 치지 않은 창문, 열린 창문을 통해 그 안이 들여다보일 때면 스치는 행복의 느낌이 아름다웠다. 식탁 주위에 앉은 사람들. 천천히 춤추며 도는 젊은 사람들, 남녀의 대화, 한가로이 내다보는 하녀들, 창가에서 마르는 스타킹들, 앵무새, 화분 몇 개. 인생이란 얼마나 흥미롭고 신비하고 무한히 풍부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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