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밤에 우리는 세계를 거부할 수 있다

2024.01.05 | 조회 4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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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과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 줄리언 반스

힘이 약한 종들은 자신보다 더 크고 배고픈 어떤 동물의 앞을 가로질러 지나가면 무슨 일이 생길지 너무 잘 알고 있었지요.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자연의 이치로 인식했을 뿐입니다. 어떤 동물이 다른 동물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로 해서 그 동물이 다른 동물보다 우수한 동물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더 위험한 동물이었을 뿐이지요. (…) 다른 동물을 먹는 것이 그 동물을 무시하는 근거가 되지 않았고, 또 먹히는 것이 희생자 ─ 또는 그의 가족들 ─ 에게 먹는 종에 대한 어떤 과장된 존경심을 심어 주지도 않았습니다.

 

당신들의 영리함, 당신들의 상당한 잠재 능력은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아직도 발전의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예컨대, 우리는 항상 우리 자신입니다. 그건 진화되었다는 뜻이지요. 우리는 우리 자신이고, 우리의 본분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고양이가 갑자기 짖기 시작하거나, 돼지가 음매 하고 울기 시작하리라 기대하지 않지요, 그렇죠? 그러나 뭐랄까, 〈방주의 여행〉을 한 우리 동물들이 인간 종에게서 기대하게 된 것이 바로 이겁니다. 어느 때는 짖다가, 어느 때는 야옹 울고, 또 어떤 때는 거칠게 굴려다가, 어떤 때는 얌전해지려 한다는 겁니다. 

 

그 후에는 바람 부는 대로 맡겼다. 대체로 동쪽으로 향하고 있는 듯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가고자 할 경우에만 어디로 가는지를 신경 쓰는 법이니까.

 

나는 항상 적자생존이란 구절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우리를 보면, 누구라도 그레그가 생존의 적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몸집도 더 크고, 힘도 더 세고, 어쨌든 우리들 견지에서 더 실용적이고, 더 보수적이고, 더 안이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사람이고, 목공 일을 해본 적도 없으며, 혼자 힘으로 사는 데 그리 능숙하지 못하다. 그러나 내가 살아남을 사람이거나, 적어도 그럴 가망은 있다. (…) 그레그 같은 사람들은 공룡처럼 사멸할 것이다.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자들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것이 법칙임에 틀림없다. 빙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더 안전하고, 따뜻한 기후를 찾아서 길고 위험한 여행을 떠났던 동물들이 있었다고 나는 믿는다.

 

플로베르는 〈우리가 태어나자마자, 우리의 일부는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맹렬한 교육을 받은 열여덟의 소년으로서, 나는 헤겔의 금언을 발전시킨 마르크스의 금언, 즉 역사는 첫 번째는 비극으로, 두 번째는 소극(笑劇)으로 반복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들의 밤은 서로 다르다. 그녀는, 부드럽게 끌고 있는 온화한 조류에 자신을 맡기는 사람처럼 잠이 들고는, 아침까지 마음 턱 놓고 표류한다. 나는 파도와 싸우면서 좋은 하루와의 작별을 망설이거나, 나빴던 하루를 여전히 투덜대면서 아주 어렵게 잠이 든다. 우리가 잠을 자고 있는 동안 서로 다른 해류가 흐른다. 시간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다가오는 공허에 대한 공포로 인해서 나는 번번이 침대 밖으로 떨어진다. (…) 내가 이동해서, 잠이 들어 근육이 느슨해진 그녀의 장딴지에 나의 정강이를 얹으려고 하면, 그녀는 내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감지하고, 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왼손을 뻗쳐 어깨 너머의 머리카락을 머리 위로 추켜올리고, 드러난 목덜미를 편안히 껴안을 수 있게 한다. 그녀가 이렇게 할 때마다 나는 이러한 수면 중의 빈틈없는 호의에 사랑의 전율을 느낀다

 

역사는 일어난 사실이 아니다. 역사는 역사가가 우리에게 전하는 것일 뿐이다. (…) 우리는 매일의 거품 같은 뉴스를 팔에 방울방울 주사 맞으며, 현재라고 하는 병원에 누워 있다.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 얼마나 오래 입원해 있지 않으면 안 되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으면서,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붕대를 감은 불확실 속에서 ─ 우리는 자발적인 환자가 되었는가? ─ 초조하게 고민하고 괴로워하면서 우리는 우화화(寓話化)한다. 우리가 모르거나 수락할 수 없는 사실들을 호도하기 위해 이야기를 꾸며낸다. 몇 가지 진짜 사실을 남겨 놓고 그 주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우리의 공포와 우리의 고통은 마음을 달래 주는 우화화에 의해서만 덜어진다. 우리는 그것을 역사라고 한다.

 

우리는 똑똑 두드리는 연필 소리를 듣고 상자 속에서 머리를 받아 응답하는 그런 임종 벌레의 더 큰 변형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런 주장을 믿는가? (…) 바이올린은 무엇으로 만드는가? 작은 나무와 작은 양의 힘줄 조각으로 만든다. 그런 구조가 음악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진부한 음악이 되게 하는가? 그 반대로, 그것은 음악을 더욱 고양시킨다.

 

사랑이 당신을 행복하게 하리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 절대로,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랑은 당신을 불행하게 할 것이라고 믿는 쪽이다. (…) 그러나 이 말을 믿으면서도 여전히 사랑은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사랑이 우리를 실망시킨다 해도, 사랑이 우리를 실망시키지만, 사랑이 우리를 실망시키기 때문에, 사랑은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다. (…) 객관적 사실이 왜곡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객관적 진실을 획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니면 99퍼센트 획득 가능하다고 믿어야 한다. 또는 우리가 이것을 믿을 수 없으면 43퍼센트의 객관적 진실이 41퍼센트보다 더 좋다고 믿어야 한다.

사랑의 경우도 믿음이 시작이다. 우리는 사랑을 믿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패한다. 우리는 사랑을 얻지 못할 수도 있고, 얻지만 우리를 불행하게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는 사랑을 믿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그저 세계의 역사와 타인의 진실에 항복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꿈을 깼다는 꿈을 꾸었다. 그것은 꿈 중에도 가장 오래된 꿈인데, 내가 방금 그런 꿈을 꾼 것이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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