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는 일하기 위해서 인간은 사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22.05.19 | 조회 4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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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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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균형 혹은 조화

꿈의 직장이었습니다. 구글은 정말 저에게 너무 잘해줬어요. 엄청난 동료들과 롤 모델이 있었습니다. 저와 가족의 재정 상태도 아주 나아졌죠. 꽤 꾸준히 승진을 했고 성장을 거듭할 수 있는 환경이 아주 잘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불행했던걸까요.

2021년 중반까지 전 항상 피로를 달고 살았어요. 저만 그런게 아니라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어요. 구글 내부에서는 정말 많은 구글러들이 피곤함을 토로하는 밈을 만들어 공유하곤 했으니까요. 그때서야 깨달은 진짜 문제는, 바로 제가 무언가를 만들고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그 만족감을 정말 그리워했다는 점입니다. 그 때 결심했습니다. 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이런 문제들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작은 곳에서 일하는 것이었어요.

일하는 시간은 더 많아졌어요. 저녁이나 주말에도 일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고요. 그렇지만 제가 일한 만큼 눈에 보이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진행 속도가 한 10배는 빨라진 기분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에너지가 더 생겼다는 겁니다. 헬스장에 갈 마음도 자주 생기고 친구들을 만날 때에도 힘이 납니다.

원문

 

# 디지털 윤리

당시 저는 임신 중이라 재택근무를 하면서 BCG 애널리스트로 미디어 동향을 분석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소아성애자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인 ‘나영이’의 사진 밑에 미성년 음란광고가 붙은 걸 본 거예요. “열여섯 살 여자아이가 당신을 침대에 초대합니다”라는…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죠. 눈물과 각성이 폭풍처럼 일어났습니다. (...) 그때 예감했어요. 인폴루션(infollution 정보 공해)은 우리나라의 8살 여자아이만의 희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글로벌한 문제라는 걸.

29개국의 통계를 들여다봤어요. 8~12세 아이들 60%가 사이버 리스크를 경험한 걸로 나와요. 10명 중 6명 정도가 게임 과몰입, 사이버불링(온라인상의 괴롭힘), 사생활 침해, 폭력음란물, 혐오 뉴스 등에 노출됐어요. 그 수치는 부자 나라 가난한 나라를 가리지 않아요. 비슷하게 나옵니다.

제가 느낀 건 다들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거였어요.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일한다는 거죠. 나는 영웅, 반대쪽은 악당으로 몰아붙여서는 문제가 풀리지 않습니다. 소셜미디어 기업, 게임회사 사람들은 악하다? 이런 관점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그분들은 그분들대로 최선을 다해 자기 일을 개척하는 거죠.

코딩은 선택해서 배워도 되지만, 균형 잡힌 기술 사용, 디지털 시민의식 교육은 ‘의무 교육’이 돼야 해요. 디지털 세계에서 자기 조절력, 윤리 기준을 배우지 못하면 오프라인에서도 위험합니다.

저는 교육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도록 돕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생각하는 힘이죠. 글자로 읽은 것을 상상하고 사유하게 만드는 힘! 집중한다는 말을 영어로 ‘Pay attention’이라고 하잖아요. 관심은 지불하는 겁니다. 책을 읽는 것도 관심을 지불하는 거죠.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에요. 지불 과정이 있어야 지식의 사유화가 일어납니다. 그게 생각하는 힘이죠.

그런데 디지털 영상은 ‘페이 어텐션’을 요구하지 않아요. 쉬운 시각 정보가 일방적으로 박혀버리죠. 알고리즘에 따라 내가 선택하지 않은 정보가 줄줄이 자동 입력되고, 의도하지 않아도 가짜 뉴스, 자극적 콘텐츠의 그물망 안에 머물러요.

실리콘밸리에서 그런 연구를 많이 하는 걸로 압니다. 전혀 동의하지 않고요. 정말 기분 나쁩니다. 눈 나쁘면 안경 쓰듯이 머리 나쁘면 칩을 심는다는 건데요. 저는 그걸 ‘노예화’라고 봅니다. 인간의 프라이버시와 자유의지를 침해하면 그건 보조도구가 아니죠. 내 생각과 내 정보가 기계와 연결되면 그건 종속입니다. (...) 소수의 기술 전문가가 예측한 미래를 왜 우리 것으로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지. 우리가 진짜 원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분명한 건 이 세계의 공통 윤리는 ‘인간은 존중받아야 한다’예요.

원문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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