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나종호
- 나는 애도란 ‘완전히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것도 그를 잃은 나를, 잃기 전의 나로 돌아가게 만들지는 못한다. 애도는 그렇게 새로운 나를 만나고 고인과 이전과 다른 방식의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이다. 비록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더라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며 세상은 충분히 가치 있음을 알아가는 과정이 바로 애도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고인을 떠나보내는 순간 ‘애도’로 탈바꿈한다. 즉 애도는 상실 후 경험하는 사랑의 다른 모습인 것이다.
- 영문으로 동정(sympathy)과 공감(empathy)은 매우 유사해보이지만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큰 차이가 있다. 동정은 그리스어인 ‘sun(‘함께’라는 뜻)’과 ‘pathos(감정)’를 합친 데서 연유한다. 즉 동정은 어떤 사람의 바깥에서 그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다. 반면에 공감은 그리스어의 ‘em(‘안’이라는 뜻)’과 ‘pathos’를 합친 말에서 왔다. 타인의 감정을 그의 안에 들어가서, 마치 그 사람의 거죽을 입고 느끼듯이 이해하는 것이다. 동정심은 고통을 겪고 있는 주체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철저히 타자화한다. 고통을 겪는 사람을 연민하지만 그 아픔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동정심은 나와 고통을 느끼는 주체 사이의 관계를 단절시킨다. 반면, 공감은 고통을 겪는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이다.
- 정신역동이론 중 ‘분열’이라는 방어기제는 세상을 흑백으로 나누어 생각하게 만든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를 흑백 논리 또는 이분법적 논리라고 부른다. 이분법은 복잡한 상황을 쉽고 간단하게 정리하기에 매혹적이다. 그러나 정리 이외의 다른 역할은 없다.
- 공감 전문가이자 임상심리학자인 윌리엄 밀러 박사는 그의 저서인 《경청하기: 공감적 이해라는 예술》에서 공감의 조건으로 다음 세 가지를 짚었다.
- 첫째,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가치 있는 일임을 인지하는 것이다.
- 둘째, 내가 모든 관심의 중심이 되지 않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공감이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자기중심적인 세상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는 일, 즉 자신의 스위치를 잠시 꺼두는 일이다. 공감은 그렇게 타인을 향한 진심 어린 관심과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에게서, 특히 나와 많이 다른 사람들일수록 더 배울 것이 많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자신과 다른 사람의 차이를 존중하고 이를 가치 있게 여기는 과정이 바로 공감이다.
- 나는 그녀에게 조울증은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약을 꾸준히 먹으면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만성질환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진단명은 그녀의 일부일 뿐 ‘조울증이 당신을 규정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하는 일에는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해요. 병원에 오기로 결정하신 것, 그런 용기가 없으면 안 되는 일이에요. 정말 잘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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