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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아프리카라는 태초의 대륙에 바쳐진 아름답고 거대한 헌사다.
"원주민들은 예측할 수 없이 일어난 일들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그런 일에 익숙하다. 백인들이 앞으로 닥칠 운명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평생 전전긍긍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들은 이미 벌어진 일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을 운명에 대한 응답, 즉 하늘이 말할 때 땅에서 보내야 하는 메아리라고 생각했다."
"동물들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요. 사냥, 일, 교미 모두 처음 하는 것처럼 해요. 오직 인간들만 그런 것들을 나쁜 마음으로 하죠. 싫증을 내기도 하고." 동물들은 매 순간 자연이 시킨 대로 최선을 다해 세상을 살아낼 뿐이다. 그들은 인간처럼 말과 행동의 무게를 상황에 따라 야비하게 조절하지 않는다.
# 『위로를 주는 빵집, 오렌지 베이커리』 키티 테이트, 앨 테이트
모두를 웃게 하던 열네 살 막내딸 키티는 어느 날 영문을 알 수 없이 극심한 우울증에 빠진다. 가족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걸 시도하지만, 키티는 점점 더 자기 자신을, 삶을 놓아버리고 결국 학교도 그만둔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앨과 키티는 함께 빵을 굽게 된다. 아무것도 아니던 물과 밀가루가 만나 반죽이 되고, 질벅질벅하던 반죽이 오븐 안에서 노릇하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보며 키티는 마음속에 작은 희망의 불꽃이 피어오르는 걸 느끼는데... —책 소개 중
오븐에서 막 꺼낸 뜨거운 빵은 껍질이 팽창하면서 타닥타닥, 쉭쉭 소리를 낸다. 선반 위에 한 줄로 늘어 놓은 빵에 몸을 가까이 기울이면 멀리서 박수갈채가 들리는 것 같다. 이게 빵의 노래, 빵의 마법이다.
'열심히 일하고, 도끼날을 날카롭게 갈면서 휴식을 취하세요. 그런 다음 다시 도끼를 갈아야 할 때까지, 누구보다도 더 많이 장작을 베도록 해요.'
아빠에겐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하는 초능력이 있다(아빠는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아빠는 항상 밀가루가 충분한지, 반죽기는 고쳤는지, 포장지는 더 주문했는지 확인하는 사람이다. 아빠는 거꾸로 된 백조다. 다리는 수면에서 첨벙거리고 있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모든 일이 조용히 착착 진행된다. 앞으로 나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앞으로 향하는 거라고 아빠를 설득했다. 채드가 말한 것처럼 더 많은 장작을 패야 한다고.
밤마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나?' 하고 걱정하던 중에 아내가 내 고민을 넘겨받았다. 아내는 잠옷을 입고 침대 맡에 서서 지금의 생활이 내게 아주 잘 맞는 이유를 조목조목 짚어주었다. (…) 나는 베이커로서도 자신에게 혹독했지만, 만회할 기회가 훨씬 더 많았다. 오히려 이제는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베이킹(그리고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것)을 하며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해볼 수 있었고, (인정하진 않았지만) 여러 요구사항을 처리하고 모든 일을 때맞춰 끝내는 작업을 즐기고 있었다. 아내는 일장 연설을 끝내며 반박 불가능한 결론을 내려주었다. 베이킹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거였다.
베이커리가 없었다면 우리는 첫 난관에서 결코 빠져나오지 못했을 거다. 우리가 베이킹을 시작하는 데 도움을 주긴 했지만,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지 않도록 관리하는 건 키티의 몫이어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든 키티가 무너지지 않도록 막았어야 했다고 생각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건 오히려 키티의 자율권을 뺏는 일이다. 우리가 항상 키티의 기분을 책임질 수는 없고, 키티의 기분을 '더 좋게' 하거나, 심지어 '행복하게' 만드는 일도 우리의 몫일 수는 없다. 키티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원에 참가한 레이싱 선수고 우리는 키티의 정비 담당자다. 만약 키티가 너무 빨리 달리다 트랙에서 탈선하면 그건 키티의 책임이다. 우리는 차가 잘 달릴 수 있게 도움을 줄 뿐, 핸들을 잡은 건 키티다.
키티가 이 이야기의 가장 암울한 부분을 겪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애당초 절망이 없었다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리라는 걸 알고 있다. 키티의 삶을 어렵게 만들었던 키티의 어떤 부분이 실은 이 아이에게 비범한 추진력과 결단력, 더불어 삶을 다르게 바라보는 능력을 준다는 것 또한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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