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리에서 빛나는 사람들
동생과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전시를 보러 갔다. 클림트의 '모자를 쓴 여인'은 당당하고 활기차 보였다. 내 머릿속에는 살롱 드 까뮤 멤버들 한 명 한 명 떠올랐다. 서로 다른 삶을 사는 11명의 ‘살롱 드 까뮤’ 작가들은 지금 이 순간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겠지? 2024년 12월 10일 <조그만 별 하나가 잠들지 않아서> 책이 나오고, ‘살롱 드 까뮤’ 인터뷰 내용을 담은 기사가 오마이뉴스에 실렸다. 기사를 쓴 김현정 작가 덕분에 글쓰기를 시작해 책이 나오기까지의 시간들을 되짚어 보았다. 인터뷰 질문지 하나하나에 답을 하며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된 듯해서 무척 뿌듯한 시간이었다. 기사에는 짧게 실린 나의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글쓰기를 통해 성장한 나, 인터뷰
♧ 이 모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23년 봄, 한림 도서관 대면 강의에서 김상래 작가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예술교육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작가님과 금세 친해졌고, 작가님은 저에게 글쓰기를 권유하셨습니다. “글 쓰세요!” 진심 가득한 한마디는 내 마음에 씨앗이 되었고, 꾸준한 권유와 미소는 ‘글을 쓰고 싶다.’로 바뀌며 내 마음속에서 뿌리를 내렸습니다. <살롱 드 까뮤> 온라인 글쓰기 모임 소식에 ‘글을 써볼까?’ 마음속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던 싹이 세상을 향해 얼굴을 내밀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나의 글쓰기 모임 <살롱 드 까뮤>가 시작되었습니다.
♧ 글쓰기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갑작스레 매주 글을 써야 하는 삶이 시작됐습니다. 매주 글을 써보니 어땠나요?
‘2개월만 해보자!’며 시작한 글쓰기는 어느새 마음속에서 떡잎을 보내고 본잎을 맞이하며 더 이상 멈출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매일 운동을 하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글을 쓰다 보니, 어느 순간 글을 안 쓰면 해야 할 일을 안 한 것 같았습니다. 마감시간에 맞춰 글을 쓴다는 것이 때론 벅찰 때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니 나를 성장시키는 ‘행운의 시간’이었습니다.
♧ 글을 쓰면, 삶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좁게는 매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달라질 테고요. 넓게는 삶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들려주세요.
1년 이상 암 투병 중이셨던 아버님이 최근에 돌아가셨습니다. 죽음, 상실의 아픔은 생각보다 컸고, 이 슬픔은 오래갈 거라 생각합니다.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글쓰기였습니다. 글을 쓴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내 마음을, 내 감정을 호소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 ‘살롱 드 까뮤’의 또 다른 특징은 글쓰기에 그림이 더해져 있다는 겁니다. 그림을 보면서 글을 쓰는 것은 그림 없이 글을 쓰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요? 앞으로도 꾸준히 그림을 보고 글을 써볼 계획이 있으신가요?
그림은 일상 중에 생각하지 못했던 과거나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재물’이라 생각됩니다. ‘살롱 드 까뮤’ 모임 글쓰기는 끝났지만 꾸준히 주 1회 이상 미술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그림을 통해 창작의 시간을 갖는 건 반복되는 일상 중에 일탈의 시간이 되기도 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에 지금처럼 그림을 보며 글을 쓰고 싶습니다.
♧ 글을 쓰고, 그림을 보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입니다. 그런데, 그림을 보고, 글을 쓴 후 의견을 나누는 모든 과정이 ‘단체 활동’으로 진행됐습니다. 다 같이 그림을 보고 글을 쓰면서 무엇을 느끼셨나요?
한 작품을 감상하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 나누는 것은 유치원 ‘이야기 나누기’ 시간 같았습니다. 다른 생각으로 쓰인 글들을 만나는 건 매번 설레었고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더불어 누군가 제 이야기를 경청해 주고, 공감해 주는 시간은 서로를 향한 신뢰감으로 쌓였던 것 같습니다.
♧ ‘살롱 드 까뮤’는 성장과 치유를 모토로 삼고 있습니다. 10개월이 넘는 대장정이 이제 끝나가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어떤 성장과 치유를 경험하셨는지요?
우리는 아이를 낳는 것처럼 소중히 글을 낳았습니다. 서로의 글에 함께 웃고, 울며, 상대방의 감정을 상황을 헤아려보았습니다. 그리고 너무 조용해서 있는지조차 몰랐던 나의 아픔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꽁꽁 묻어두었기에 그 아픔을 꺼내는 데는 용기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며 언젠가는 밝은 세상으로 꺼낼 수 있을 것입니다.
♧ 습작에서부터 시작해 본격적인 글쓰기, 수없이 많은 퇴고 단계를 거쳐 책이 탄생했는데요. 총 11명이나 되는 작가가 함께한 만큼 의견이 나뉜 적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난관을 극복하셨나요?
우선 마지막까지 수정과 퇴고를 해주신 김상래 작가님과 김현정 작가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11명의 작가 모두 삶의 가치관, 우선순위, 살아왔던 환경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은 하나였습니다. 난관이라면 서로의 글을 배려하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던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반장으로서 합평 순서를 골고루 정하는 게 힘들었다면 아주 조금 힘든 부분이었을 것입니다. (하하하) 퇴고를 하며 스스로 글이 성장함을 느꼈고, 합평을 하며 글이 다듬어지는 것을 경험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글쓰기 문외한에서 브런치 작가 데뷔를 거쳐, 출판 작가가 되셨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브런치 작가 이메일이 왔던 날, 그 기쁨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이들 학원 상담을 갔을 때 원장님과 선생님들이 “어머님 브런치 작가 되셨다고 전해 들었어요. 축하드려요.”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이 학원에서 재잘재잘 엄마 이야기 늘어놓는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미소가 납니다. 출판 계약, 예약판매 이 모든 것들이 꿈만 같습니다. 책을 마주하는 날 ‘정말 내가 출판 작가가 됐구나!’ 실감이 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쓴 글이 독자님뿐만 아니라 ‘살롱 드 까뮤’ 11명의 작가 가족들의 삶 속에 희망과 용기가 되길 바랍니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신나는 일들이 많습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도전하고, 꾸준히 하다 보면 아주 작은 열매라도 맺힐 것입니다.
내 안의 ‘작가’와 ‘강사’의 콜라보레이션
신기하다. 내 입에서 “글 쓰세요!”라는 권유가 절로 나온다. 선생님, 강사님 대신 나에게 ‘작가님’이라 부르는 이들이 생겼다. 내 마음에 작가의 방이 하나 증축이 된 기분이다. 틈나는 대로 집 근처 서점에 간다. 예술 분야 베스트에 <조그만 별 하나가 잠들지 않아서> 책 2권이 꽂혀있었다. 딸아이와 기쁨의 미소를 주고받았다. 우리 책이 있다는 자체로 기분이 두근거렸다. 다음에 갔을 때 선반 위에 책 4권이 올려져 있었다. 그다음에 갔을 때 예술 분야 베스트 책들과 나란히 서가에 올려져 있었다. 책 권수가 늘어났다. 나도 모르게 책 한 권을 구입했다. 서점에서 구입하는 책은 택배로 받는 느낌과 정말 달랐다.
나의 첫 번째 책은 나와 어떤 모험을 하게 될까? 벌써부터 신이 난다. 난 어느새 컴퓨터 앞에 앉아 '작가'와 '강사'의 중간지점에서 콜라보레이션을 한다.
아이들이 예술 안에서 마음껏 생각의 나래를 펴고, 가슴속에서 반짝이는 조그만 별을 꺼내길 바라본다.
그리고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예술로 소통할 수 있는 날들을 꿈꿔본다.
글쓴이 - 전애희
현재 미술관 도슨트로 활동하며, 문화예술강사로 초등학교에서 수원문화와 연계된 예술활동 및 독서지도사로 독서연계, 창의융합독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림책과 그림은 예술이라는 한 장르! 예술을 매개체로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소통하는 삶을 꿈꾸며, 내 삶에 들어온 예술을 글로 담고 싶습니다.
저서 - 조그만 별 하나가 잠들지 않아서(공저) 미다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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