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 나를 찾아가는 시간
2019년 겨울, 나는 2020년부터 어린이집 보조교사나 짧게 근무할 수 있는 시간제 교사를 지원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유치원에서만 근무했던 터라 어린이집에서 이루어지는 보육, 교육, 전반적인 운영에 대해서는 몰랐다. <어린이집 장기 미종사자 직무교육>은 보육교사로서의 역할과 소양교육, 영유아의 건강과 안전, 전문지식과 기술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꼬물꼬물 귀여운 아이들과 다시 만날 수 있는 시간들을 기대하며, 온라인 연수 및 테스트까지 모두 완료했다. 그런데 2020년 초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결국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 세상을 변화시켰다. 결국 우리는 고립과 단절을 선택했다. 아니, 강요당했다. 국가 간의 단절을 시작으로 점점 부모, 형제 가족들간의 만남까지 제한을 받으며, 점점 작은 단위로 고립되었다. 3월, 아이들의 개학이 2주 연기되었다. 2주 뒤 또 미뤄졌다. 우리 사회가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살게 되었다. 이제 내 삶을 내 마음대로 계획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3월부터 다시 사회생활을 하려 준비했던 것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나는 다시 어린이집 장기 미종사가 되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했다. 학교 다닐 때처럼 8시에 아이들 아침을 주고, 아이들 수업 준비를 함께 했다. 4학년이었던 첫째는 줌 수업을 위해 노트북 앞에 대기하고, 2학년이었던 둘째는 EBS를 통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9시 1교시가 시작 된 후에야 나는 아주 조용히 집안일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나아지기는커녕, 코로나 확진자는 점점 늘면서 집에 머무르는 시간들도 점점 늘어났다. 점점 안정화되는 온라인 수업에 아이들이 적응해 갈 무렵, 나만 멈춰있는 것 같았다. 나도 온라인수업을 뒤졌다. 예술과 인문학 온라인 수업들이 멈춰있는 날 꺼내주었다. 온라인 독서토론 수업 때문에 새로운 장르의 책도 읽기 시작했다. <연을 쫓는 아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해줬다. <연을 쫓는 아이>를 계기로 중앙아시아, 남미 등 다양한 나라에 관련된 수업을 통해 역사, 문화 등을 알아가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나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나를 알아가고, 나를 채워가는" 시간으로 만들었다. (지나고 나서 보니 ^^)
코로나 팬데믹 = 예술이 위로가 되는 시간
신봉철 작가 또한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자신의 작업실에서 홀로 보냈다고 한다. 이렇게 혼자 지내는 시간 속에서 예술에 대한 작가의 오랜 세계관 하나가 변했다. 그것은 바로 '예술이 위로가 될 수 있다'라는 깨달음이었다. 작업실에 혼자 머물며 읽었던 문학 작품, 들었던 노래 등이 그에게 큰 위로와 위안을 가져다주며 예술이 가지는 위로의 힘을 몸소 느꼈던 것이다. 2021년 봄에 자주 들었던 린킨파크의 <one more light> 노래는 부서진 유리 조각 위에 반짝이는 별처럼 다시 새겨졌다. 신봉철 작가 작업실을 찾은 나는 사진으로 봤던 <ONE MORE LIGHT> 작품을 직접 보았다. 빛에 반사되는 뾰족이는 유리 조각들이 정말 아름다웠다. 형태로 있을 때의 유리는 무척 단단하고 변하지 않을 견고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유리는 깨지기 쉽고, 깨진 유리의 날카로운 부분은 우리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기도 하고, 두려움의 존재가 되기도 한다. 영원할 것 같은 사랑도 보이지 않는 상처와 아픔이 있다는 것처럼 작가는 유리의 양가적 모습을 작품에 녹였다. 그리고 유리 조각들로 글을 새겼다. "WHO CARES IF ONE MORE LIGHT GOES OUT IN A SKY OF A MILLION STARS"(저 하늘에 있는 수백 만 개의 별 중에, 빛 하나 꺼진다고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 알파벳 하나하나 유리 조각들을 붙일 때 작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해본다. 깜깜한 밤하늘을 바라볼 때, 나도 모르게 신봉철 작가의 <ONE MORE LIGHT> 작품을 내 마음 속에서 꺼내 본다.
I DO!
2021.9.17. 디자인프레스 인터뷰 내용 중에 "유리 창문을 볼 때 창문 자체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창이 보여주는 너머의 풍경을 보는 것처럼 텍스트 역시 글자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닌 그 글자 너머의 세계를 보는 것이다." 라는 신봉철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정말 멋진 생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 창 밖을 보며 계절을 느끼고 꿈을 키웠던 시간들, 책을 읽으며 내가 했던 수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이 글 속에 담겼기 때문이다. 유리와 텍스트를 이용한 <ONE MORE LIGHT> 작품을 만들 때 신봉철 작가는 어려움을 느꼈고, 그 때마다 린킨파크의 <one more light> 노래를 생각했다고 한다. '내가 이런다고 누가 알아주기나 하겠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내가 신경 쓰지. I do'하고 혼잣말을 하며 힘든 시간을 이겨낸 신봉철 작가처럼, 내가 해 나가는 모든 발걸음마다, 모든 손길마다 내 마음을 따라가 보고 싶다.
"I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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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전애희
현재 미술관 도슨트로 활동하며 도서관에서 독서지도사로 독서연계, 창의융합독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림책과 그림은 예술이라는 한 장르! 예술을 매개체로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소통하는 삶을 꿈꾸며, 내 삶에 들어온 예술을 글로 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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