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시 에민_I promise to love you.

새로운 일

2024.09.01 | 조회 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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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I promise to love you_트레이시에민(1963~)
I promise to love you_트레이시에민(1963~)

어두움에 빛나는 네온사인

대학교에 가서는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저녁 약속이 많았다. 말이 저녁이지 언제나 술과 함께였던 기억이다. 일반 식당이 아닌 이상 우리가 다니던 술집은 어두움을 깔고 조명이 빛을 발했다. 지금도 난 술 마시러 가자고 하면 어둡고 조명이 빛나는 술집을 좋아한다.

그 시절에는 시끄러운 음악과 함께여야 신이 나는 호프집을 좋아했다면 지금은 조용해서 서로의 얘기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좋다.

결혼 후에는 밤거리를 활보할 일이 없지만 대학생의 나는 오밤중 밤거리를 친구들과 많이도 걸었다. 술을 한자리에서 먹고 끝내는 일이 별로 없었기에 이 술집 저 술집을 돌아다니느라 그랬다. 술집이 모여있는 거리엔 우리 가게로 오시라고 하듯 더 화려하게 빛을 내는 간판들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나와 친구들은 로데오거리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 층의 열린 마당으로 들어간다그곳이 어두운 거리 화려한 불빛 속에 우리가 찾은 장소이기에. 우리가 찾은 장소에 앉아 술잔을 부딪치며 외치는 소리 “cheers!”

I Promise To Love You

트레이시 에민의 네온 작품 <I promise to you love>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주위에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은 많았지만 사귄 남자는 많지 않았던 나였다. 그러나 몇 안 되는 남자들에게 많이 하기도 많이 듣기도 했던 말인 것 같다.

나도 그렇고 그들도 그렇고 그때는 진심이었겠지? 영원할 것처럼 네가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쏟아내던 말. 지금 와서 보니 현재 내 옆에 있는 한 사람에게만 진실이었고 다른 남자들에겐 거짓을 고했었네.

결혼하던 날 많은 하객 앞에서 혼인 서약을 했는데, 그때의 서약이 무색하게 살아오며 서로의 가슴에 칼을 꽂는 말들을 많이 뱉어냈지 싶다. 그때마다 후회하기도 하고 이사랑을 유지 할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많은 것들에 그러려니 하거나 왜 그런 말을 쏟아내는지 알 것 같아 어떤 때는 측은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우리 맘의 밑바탕에 깔린 것은 ‘I promise to love you’

새로운 일

네온. 비활성 기체에 속하는 원자번호 10번의 화학원소 기호 Ne. 그리스어로 새롭다는 뜻의 ‘NEOS’에 어원을 두고 있다.

나에게도 2024년은 새로운 해였다. ‘살롱드 까뮤라는 모임의 회원으로 들어와서 글을 쓰는 일이 가장 새로운 일이다. 그림을 보고 떠오르는 것들을 글로 풀어내는 일이 힘들었다. 학교 다니며 글짓기, 독후감 쓰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림을 보는 일도 내 영역 밖의 일 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유명한 작가 전시회가 열리면 데리고 다닐지언정 그림을 보러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나를 위해 가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그림을 보고 작가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어렵다고 느꼈던 것 같다.

다음으로 새로운 일은 온라인의 인연이 오프라인의 인연이 되었다는 것이다. 연결고리가 없는 회원들을 온라인에서 만났다. 글을 쓰며 모두 같이 성장하자는 취지로 모인 모임이다. 화면으로 얼굴을 공유하고 카카오톡으로 이야기하며 지내 온 사람들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미술관 관람에서 처음 보아도 오래 본 사이처럼 어색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나는 카페나 밴드에 들어가 있어도 활동은 안 하는 이른바 눈팅 회원이다. 온라인의 모임에 불신이 많은 나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가 온라인 모임에 대한 내 생각을 바꿔 주었다.

모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성장 과정에서 혹은 아이를 키워내며 힘든 시기를 겪었던 까뮤 모임의 그녀들. 아픔이 있었으나 글쓰기를 통해 치유됨을 느끼는 순간을 경험했던 순간. 자기 경험을 비추어 좋은 얘기로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그녀들을 만난 이 공간이 새로움으로 가득 한 곳이다.

2024년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 있다. 상반기에는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들을 얻었다. 다가올 하반기에는 다른 선생님들 사이에 내 이름이 들어간 공저작가로 좋은 소식이 있길 바라본다.

* 글쓴이_김혜정

두 아이를 힘차게 키워내는 한국의 엄마입니다. 요리하길 좋아해서 다양한 먹거리를 만들어 나누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나의 또 다른 쓰임을 찾기를 원합니다.

 

*'살롱 드 까뮤'는 그림 감상과 글쓰기로 이어 가는 인문.예술 커뮤니티입니다.

*#살롱드까뮤 #미술에세이 #그림에세이 등 해시태그를 달아서 SNS 등에 공유합니다.

*출간, 강의, 협업 등의 제안은 camuca@naver.com 또는 해당 글쓴이의 SNS를 통해 문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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