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OpenAI 창립멤버이자 Tesla 인공지능부서 디렉터를 역임한 안드레이 카파시가 팟캐스트 채널 No Priors과 진행하여 2026년 3월 20일 공개된 인터뷰 내용을 리뷰해봤습니다.
2025년 12월, 모든 게 바뀌었다
"2025년 12월에 정말 무언가가 뒤집어진 것 같습니다. 코드를 직접 쓰는 것과 에이전트에 위임하는 비율이 80:20에서 20:80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그보다도 훨씬 더 에이전트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12월 이후로 한 줄의 코드도 직접 타이핑한 적이 없어요."
카파시는 2025년 12월을 명확한 전환점으로 지목합니다. Claude Code, OpenAI Codex 같은 코딩 에이전트의 능력이 임계치를 넘으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기본 워크플로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변화의 강도를 "보통 사람은 이것이 일어났다는 사실조차 모른다"고 표현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이 상태를 "AI 정신병"이라고 부른다는 점입니다. 가능성이 무한하게 열려 있는데, 그 가능성의 최전선에 서 있지 않으면 극도의 불안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생산성 도구의 급격한 변화가 만들어낸 실존적 긴장감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업계의 셀렙이면서도 그는 "그 어느때보다 뒤쳐지고 있다고 느껴진다."며 위기감을 토로합니다. 그만큼 AI의 힘을 잘 사용하는 뛰어난 인재들이 지식과 경험이라는 해자를 단숨에 뛰어넘는 일들이 이제는 일상다반사가 되었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비서를 갖는다.
"예전에는 완전히 다른 6개의 앱을 썼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그 앱들은 필요 없어졌죠. 에이전트가 자연어로 다른 모든 것들을 제어할 수 있으니까요." - 안드레이 카파시
카파시는 최근 화제가 된 오픈클로(OpenClaw)를 써서 집안 환경을 자동화한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가령CCTV 카메라가 집앞에 택배 차량이 도착했음을 포착하면, 곧바로 메신저로 "택배가 온 것 같습니다."라는 문자가 오게 만들고, 잠들기 전에는 음성으로 "도비, 이제 잘 시간이야"라고 하면, 에이전트가 불을 꺼준다는 식입니다.
이런 식으로 그는 굉장히 짧은 시간에 집안의 온도, 수영장 관리 등을 자동화하는 에이전트들을 만들었습니다. 과거에는 각각을 제어하는 6개의 서로 다른 앱을 사용했어야 하지만, 이제는 그저 메신저앱을 켜고 "도비"에게 지시하면 모든 걸 대신 해줍니다. 자신만을 위한 "비서" 에이전트의 이름을 "도비"라고 지은 대목은 웃음을 자아냅니다.

스스로 개선하는 에이전트
"지금 사용 가능해진 도구들에서 최대한을 뽑아내려면, 자기 자신을 병목에서 제거해야 합니다. 다음 걸 프롬프트하려고 거기 앉아 있으면 안 돼요. 자기 자신을 바깥으로 빼야 합니다... 지금 게임의 이름은 레버리지를 높이는 겁니다. 아주 가끔 몇 개의 토큰만 넣으면, 나를 대신해서 엄청난 양의 일이 벌어져야 해요."
카파시는 또한, 자신이 직접 만든 autoresearch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며 점점 더 인간이 병목이 되어가는 흐름을 설명했습니다. autoresearch는 데이터셋과 훈련 루프, 그리고 작업지시 프롬프트(program.md)로 구성된 무한히 반복되는 자기 개선 에이전트로, 다음 과정을 각 회당 정확히 5분의 시간 예산 안에서 수행합니다. 시간당 약 12회, 하룻밤이면 약 100회의 실험이 자동으로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 기본 학습 알고리즘(train.py)과 데이터셋으로 모델 학습을 진행
- 학습된 모델에 대한 평가(val_bpb)를 수행
- 평가를 통해 도출된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모델 학습 알고리즘을 변경
- 개선된 학습 알고리즘으로 학습을 진행
- 2번-4번 스텝을 반복
원리는 단순하지만 결과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하룻밤만에 100회의 실험을 자동으로 돌린 결과 업계 20년 베테랑인 카파시 자신도 찾지 못했던 다양한 튜닝 포인트를 찾아내 성능을 가시적으로, 정량적으로 개선해낸 것입니다. 세계 정상급 연구자인 카파시가 개입하지 않고도 이뤄낸 이 성과에 대해 카파시는 자기 자신이 "병목"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것은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서 하사비스와 아모데이가 나누었던 대화의 주제, Closing the loop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죠. 한마디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AI가 AI를 만드는 시대가 시작된다는 것이고 카파시는 이 개념을 자신의 분야에서 검증하는 에이전트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물론 카파시 이전에도 이런 시도는 많이 있었습니다. 제가 속한 Arize AI에서도 작년에 이미 스스로 프롬프트를 개선하는 기능인 Prompt Optimizer를 출시해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합니다. 이제 업계의 셀렙까지 이런 방향성에 동참해주니 올 한해는 정말 더 많은 분야에서 이런 "스스로 개선되는 에이전트"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암묵지를 데이터셋으로 만드는 능력
"뭔가가 뜻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은 스킬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모델의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사용 가능한 것들을 엮는 방법(하네스)을 아직 못 찾은 것이죠."
카파시는 에이전트가 실패하는 대부분의 경우가 에이전트 자체의 한계가 아니라 사용자가 충분히 좋은 지시(AGENTS.md 파일, 메모리 도구 등)를 주지 못한 결과라고 봅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에게는 "암묵지"로 존재하는 많은 지식을 에이전트는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가령 "두부 한모 사오라"는 간단한 지시도 제대로 수행하려면 수많은 암묵지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합니다.

암묵지란 장인의 감과 같은 것입니다. 어머니들이 계량 없이도 정확하게 음식의 간을 맞추고, 국수 장인이 그날의 온도와 습도를 감안해서 반죽의 물 양을 조절하는 것과 같이 매뉴얼에 적히지 않지만 결과를 좌우하는 판단의 영역이 있습니다.
이런 판단을 빠르게 정확하게 내리는 사람들을 우리는 "전문가"라고 부르죠. 오랜 임상에 단련된 전문의가 환자의 걸음걸이만 보고도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숙련된 변호사가 계약서의 특정 문구에서 리스크를 "느끼는" 것, 베테랑 트레이더가 시장 분위기를 읽고 포지션 사이즈를 조절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이걸 처음부터 하네스에 완벽하게 담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전문가 본인도 자기가 왜 그렇게 하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하네스를 만드는 과정은 일단 먼저 하네스를 만들고, 평가하고, 실패 지점에서 암묵지를 발견해서 다시 반영하는 사이클을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바로 여기서 막강한 해자가 구축되기도 하죠. 왜냐하면 이런 과정을 통해 일단 암묵지를 데이터셋으로 만들수만 있다면, 카파시의 autoresearch나 Arize AI의 Prompt Optimizer처럼 인사이트를 찾아내고 최적화하는 것은 에이전트가 인간보다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자리 문제 — 대해고시대? 아니면 일자리 폭발?
"ATM이 은행 직원을 대체할 거라는 공포가 있었지만, ATM이 은행 지점 운영 비용을 낮추면서 지점이 늘어나고 직원도 늘었습니다." — 안드레이 카파시
"스스로 개선하는 에이전트"가 등장하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질문은 바로 일자리 문제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카파시는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습니다. 이 논의와 관련해서는 크게 세 그룹이 존재하는데요. 일단 비관적인 그룹은 제프리 힌튼 교수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있습니다. 이들은 AI가 일자리를 많이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힌튼 교수는 AI가 엑스레이 판독을 인간보다 더 잘할 것이기 때문에 방사선과 의사들은 AI로 다 대체되고 말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바 있으나, 현실에서 벌어진 일은 방사선과 의사들이 AI를 활용하여 더 많은 환자들에게 더 많은 검진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격이 싸지니 수요가 늘어난 것이죠.
다리오 아모데이 역시 이미 앤트로픽 내부에서 코드를 직접 작성하지 않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화이트칼라 일자리는 소멸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다만, 다리오의 전망은 아직 진행중이기 때문에 결론이 났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반면 신중론을 주장하는 쪽에는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가 있어서, 다리오의 주장이 맞긴 하나 세상에는 암묵지가 많기 때문에 최적화하기 위한 데이터셋을 만들기가 쉽지만은 않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봐 있습니다.
그리고 낙관론을 펼치는 쪽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있고, 이번 인터뷰로 미루어보면 안드레이 카파시도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자원 사용 효율이 높아지면 오히려 총 사용량이 증가한다는 경제학 원리인 제본스 역설(Jevons Paradox)에 의하면, 코딩이 저렴해질수록 소프트웨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오히려 엔지니어 일자리가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일단 현재 스코어는 제프리 힌튼 교수의 전망이 빗나가서 신중론과 낙관론 쪽에 조금 더 힘이 실리는 모양입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낙관적입니다. 소프트웨어 수요가 극도로 클 거라고 보거든요. 그냥 훨씬 더 저렴해지는 것뿐이고요." — 안드레이 카파시
코드가 일회용이 되고, 누구나 에이전트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게 되면, 지금까지 "너무 비싸서" 만들지 못했던 소프트웨어에 대한 잠재 수요가 폭발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기존에 주어진 불완전한 도구에 묶여 있던 수요가 풀리는 거죠. 이런 와중에 실제로 빅테크 또는 대기업들에서는 구조조정도 일어나는 중이라서 사실 어느쪽 전망이 들어맞을지 현재로써는 알 수 없는 국면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본질에 충실하는 것이 정답이겠죠.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쓸모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사람이 되세요. 그럼 자연히 나를 찾는 사람들이 생기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 일론 머스크
마무리하며
이번 인터뷰에서는 Claude Opus 4.5의 등장을 기점으로 달라지고 있는 업계의 흐름과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대한 안드레이 카파시의 견해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코딩 에이전트의 능력이 임계치를 넘으면서, 개발자의 역할이 "코드 작성자"에서 "에이전트 지휘자"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 에이전트를 다룰 수 있는 사람들부터 오픈클로같은 에이전트를 활용해 현실의 문제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이제 사람이 아닌 에이전트의 선택을 받아야하는 흐름이 포착됩니다.
- autoresearch 프로젝트는 AI가 스스로 실험하고 개선하는 루프가 실제로 작동함을 보여줬습니다. 20년 경력의 연구자가 놓친 튜닝 포인트를 하룻밤 만에 찾아낸 것이죠. 다만 이 마법은 객관적 메트릭이 존재하는 영역에서만 작동한다는 한계도 분명합니다.
- OpenClaw 같은 AI 비서의 등장으로, 개별 앱의 존재 이유 자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고객이 인간에서 에이전트로 바뀌는 산업 구조의 전환이 시작되었습니다.
- 일자리에 대해서는 제본스 역설을 근거로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밖에 피지컬 AI의 발전, 교육에서의 AI 활용, 오픈소스 모델의 약진 등에 대한 추가적인 인사이트들이 인터뷰 본편에서 다뤄지고 있으니 인터뷰 본편도 시간이 되신다면 꼭 한번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결국 카파시의 인터뷰가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은 이것입니다: "에이전트가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판단은 무엇인가?" 그 답을 가진 사람에게 에이전트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증폭기가 될 것이고, 그 답이 없는 사람에게는 가장 빠른 대체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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