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rosoft CEO 사티야 나델라가 유튜브 채널 Latent Space와 진행하여 2026년 6월 3일 공개된 인터뷰 내용을 리뷰해봤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생태계 플레이
나델라는 키노트의 가장 큰 메시지를 묻는 질문에 "하나의 모델, 심지어 하나의 플랫폼이 아니라 생태계 플레이(ecosystem play) 로 봐달라"고 답했습니다. Windows가 위대했던 건 Windows 자체가 아니라, 그 위에서 Adobe·게임사·수많은 개발사가 돈을 벌었기 때문입니다. 애플 앱스토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이전트 트래픽이 인간 트래픽을 추월한 이 시점, 그만큼 많은 에이전트들을 담을 앱스토어같은 플랫폼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진입하고자 하는 시장이 바로 여기에 있지요.
"AI 네이티브 기업이든 전통적인 엔터프라이즈든, 어떻게 하면 '내가 만든 AI'를 가리킬 수 있는 1급 참여자(first-class participant)가 될 수 있는가 — 그게 오늘 키노트의 핵심메시지였습니다."
나델라의 메시지는 일단 마이크로소프트가 에이전트 생태계를 만든 것을 기정사실화한 뒤, "윈도우즈 위에서 성공한 회사들이 나타났듯이 마이크로소프트 에이전트 생태계 안에서 당신 회사만의 AI를 만들어 돈을 버세요"입니다.
생태계 플레이를 하는 또 다른 회사들은 애플과 구글이 있습니다. 이미 이 두 기업은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로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고 운영해온 경험이 있고, 애플의 경우엔 하드웨어, 구글의 경우엔 소프트웨어와 AI에 특별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윈도우폰과 모바일 혁명에서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이번 에이전트 생태계에는 충분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이번 MS Build 행사에서 공개된 MS의 무기는 이렇습니다.
MAI 모델 — "작은 모델이 GPT-5.5를 이긴다."
MS는 이번 Build 행사에서 자체 개발한 MAI 모델 7종을 공개했습니다. 추론용 MAI-Thinking-1(35B, distillation 없이 처음부터 학습), 코딩용 MAI-Code-1-Flash(5B 파라미터로 SWE-Bench Pro 51% 달성), 이미지·음성·전사 모델 등입니다. 나델라는 이 모델들을 두고 "벤치마크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잘 풀어내는 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오픈 웨이트 모델의 문제는 벤치마크 한두 개에선 멋져 보여도 실전에선 그렇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핵심은 모델 자체가 아니라, 트레이스·평가에 기반한 강화학습으로 스스로를 개선하는 파이프라인이었습니다. 그리고 개선 대상에는 모델뿐 아니라 그를 감싸는 하네스(harness) 까지 포함된다. 이 모든 게 가능한 것은 해당 분야에 특화된 프라이빗 평가입니다.
"지금 나와 있는 평가셋들은 흥미롭지만 결정적이진 않다. 다 인위적으로 점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각 기업은 자기만의 프라이빗 평가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식품기업 Land O'Lakes의 사례가 공개되었습니다. 식품기업 Land O'Lakes는 버터 배합 업무를 자동화하려고 추론 모델을 가져다, 직원들이 그동안 작성해온 내부 문서·Teams 메시지·Outlook 이메일 수천 건(=실제 업무 트레이스)을 활용해 MAI 기본 모델을 가져다 강화학습으로 학습하여 회사 전용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사내의 프라이빗 평가셋으로 테스트해본 결과는 GPT-5.5보다 더 정확하면서 비용은 10배 저렴했습니다.
이것은 "작은 모델이야말로 에이전틱 AI의 미래다"라고 선언한 지난 2025년 6월의 Nvidia 연구팀의 논문과 그 맥을 같이 합니다.
이 발표는 2026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언급된 AI가 AI를 만드는 시대가 본격 개막했음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AI 기업이 아닌 식품 기업에서 작지만 우수한 모델을 가져다가 자사의 데이터로 학습시키고 그 결과를 자사의 데이터셋으로 평가하고, 다시 그 평가 결과로 모델과 하네스를 개선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성하여 얼마든지 저렴하게 에이전트를 만들어 현실의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니까요.
현실의 문제는 간단치 않다.
물론 이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것은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이렇게 파이프라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알게 된지도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나델라는 자신이 스케일링 법칙에 너무 몰입되어 현실의 문제가 얼마나 어렵고 복잡한지 과소평가했음을 솔직히 인정했습니다.
"우리가 과소평가한 건 이것들을 현실 세계에 배포해 실제 가치를 내게 만드는 일의 복잡성이었습니다."
인공지능의 능력은 스케일링 법칙에 따라 엄청나게 발전해왔습니다만, 운전면허 필기시험 100점과 퇴근길 강남역 한복판 운전이 전혀 다른 문제인 것처럼, 모델이 벤치마크에서 만점을 받아도, 실제 회사 업무에서 가치를 내게 만드는 일은 별개이고 훨씬 어렵습니다. 그러나 2026년, AI가 AI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이 어려운 문제에 파해법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미토스 그리고 MDASH
많은 경우, 사람들은 모델에만 관심을 갖지만, 모델만 가지고는 현실의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에이전트가 하나의 자동차라면, 모델은 엔진이고, 하네스는 차체와 브레이크, 연료탱크, 시트, 인포테인먼트 등 엔진을 제외한 나머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각 기업이 자사의 에이전트로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좋은 모델과 좋은 하네스가 모두 필요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MDASH(Microsoft Security multi-model agentic scanning harness)는 좋은 하네스로 모델을 뛰어넘는 하나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MDASH는 여러 모델 + 100개 에이전트가 서로 "이거 진짜 취약점 맞아?" "아니, 반박해봐" "그럼 공격 코드 짜봐"라며 토론하게 만든 하네스로, CyberGym 벤치마크에서 선두에 올랐고, 엔트로픽의 미토스를 앞섰습니다.
"멀티모델 하네스가 하나의 우수한 모델보다 실전에서 더 나은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것의 입증되었습니다."
프라이빗 평가가 가장 큰 IP다
OpenAI와 앤트로픽같은 프런티어 모델 기업들이 제품(생산성·코드·검색)으로 매출 대부분을 내는 모델과, Microsoft의 생태계 모델은 가치 방정식이 다릅니다. 나델라의 답은 '통제권(control)'입니다.
"또 하나의 리트머스 시험. 프라이빗 평가가 있고 모델 A를 쓰는데, 이걸 모델 B로 바꿔도 계속 성능을 높일 수 있나요? 그럴 수 있다면 당신이 통제권을 쥔 것이고, 못 한다면 아닙니다."
평가셋을 만드는 것은 전통적으로 매우 어렵고 비싸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2015-2020년대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엑셀 파일을 주고받으며 이 데이터셋을 관리했습니다. 하지만 나델라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시험 채점표(평가셋) 를 직접 쥐고 있으면, 어떤 학생(모델)을 데려와도 우리 회사 방식대로 시험을 보게 하고 합격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채점표가 특정 회사 모델에만 묶여 있으면, 그 회사가 가격을 올리거나 모델을 바꾸는 순간 내가 끌려다니게 됩니다. "모델 A를 B로 갈아끼워도 우리 성능이 유지되는가?"가 곧 내가 주인이냐 종속됐냐를 가르는 시험지입니다. 그래서 자기만의 평가·데이터·도구를 갖추고, 어떤 모델이든 꽂아 쓸 수 있는 '오픈 하니스'를 확보하는 게 스타트업·SaaS·대기업 모두의 생존 역량이 됩니다.
저 역시 Arize Skills를 이용해 실제로 스스로 개선되는 하네스를 만들어보며 검증된 평가셋을 갖고만 있으면 나머지 문제가 얼마나 쉽게 풀리는지 실제로 경험해봤기 때문에 나델라의 이 주장은 100% 공감이 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제3막, 그리고 대차대조표에 오르는 평가
진행자는 흥미로운 정리를 내놓았습니다. 운영체제(Windows) 기업에서 클라우드(Azure) 기업으로 진화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제3막'이 바로 이 하네스와 평가가 아니겠냐는 것이었죠. 컨퍼런스 전체를 한 줄로 요약해달라는 질문에 나델라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모든 회사가 — 거대 AI 기업이 아니어도 — 자기 회사 전용으로 만든 AI로 최고 수준의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그게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전달드리고 싶은 메시지였습니다."
여기서 가장 도발적인 발상이 등장합니다. 20년 차 베테랑 직원의 머릿속 노하우는 회사의 진짜 자산이지만, 회계장부에는 단 한 줄도 올릴 수 없었습니다. 그 사람이 퇴사하면 노하우도 함께 사라지죠. 그런데 그 베테랑이 일하는 과정을 트레이스(작업 기록)로 학습한 에이전트는 회사에 남고, 복제되고, 가치를 매길 수 있습니다.
"인간 자본은 대차대조표에 올릴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과 트레이스를 통해 학습한 에이전트라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회사의 베테랑 에이전트"는 건물이나 장비처럼 자산으로 회계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진행자가 "그럼 미국 증권거래위(SEC)가 토큰 전문성에 대한 새 회계 기준을 만들어야겠네요"라고 받아친 것도 이 맥락이었습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트레이스와 평가가 곧 기업의 핵심 IP라는 앞선 논의의 자연스러운 귀결이기도 합니다.
SaaS는 죽는가 — 번들을 풀고 다시 묶는 시대
워크플로우를 만드는 비용이 이렇게 싸진 시대에, 기존 SaaS는 죽을까요? 나델라의 답은 "아니오, 다만 재구성된다"입니다.
그는 지난 20년간 SaaS가 데이터 모델 + 비즈니스 로직 + UI라는 3층 케이크로 굳어졌다고 짚었습니다. 맨 아래 데이터 모델, 가운데 비즈니스 로직, 맨 위 UI(화면). 지금까지는 이 케이크를 통째로 사 먹는 시대였죠. 이제 AI가 그 층을 분리해 재조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핵심은 "다 부수자"가 아닙니다. 회계의 일반원장 구조나 Power BI 대시보드에 녹아든 비지니스 룰처럼, 누군가 고생해서 만든 견고한 층은 그대로 둡니다. 다만 그 위의 UI나 워크플로우는 에이전트로 갈아끼워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묶자는 것이죠.
그 무기가 Work IQ입니다. 그동안 이메일·Teams·Word·Excel·SharePoint가 각각 점유하던 M365 데이터가, 사실은 한 번도 데이터베이스로 쓰인 적 없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베이스였다는 겁니다. 이걸 하나의 거대한 사내 DB로 열어주니, 예전엔 상상도 못 한 일이 가능해집니다.
"GitHub 레포에 가서 '지난주 이 레포 관련 설계 회의에 여러 번 참석했는데, 그 내용을 모아서 내가 어떤 변경을 해야 할지 알려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회의록을 다 뒤져 코드베이스 변경 계획을 들고 옵니다."
회의록이라는, 그동안 죽어 있던 데이터가 코드 변경 계획으로 살아나는 순간입니다.
가격 모델 — 성과 기반을 좋아하다가도, 진짜 성과가 나면 도망간다
영구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없다는 전제 위에서, 나델라는 가격이 진화하는 순서를 그렸습니다. 사용자당 과금 (per-user) → 소비량기준 과금(consumption) → 성과기준 과금(outcome) 순입니다.
식당 가격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사용자당 과금은 1인당 정해진 금액을 내는 뷔페권입니다. 예산을 짜는 사람에게 편하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습니다. 소비 기반은 먹은 만큼 내는 종량제고요. 현재의 토큰 소비량에 따라 과금되는 구조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마지막 성과 기반은 "매출 오른 만큼 떼드릴게요"라는 성공보수 방식인데, 여기서 인간 본성이 드러납니다.
"성과 기반 가격을 사랑하던 고객도, 막상 성과가 나면 이렇게 말합니다. '잠깐, 내 성과를 나눠 갖겠다고? 아니, 다시 사용자당 과금으로 갑시다.'"
변호사 성공보수를 선호하다가 정작 큰돈이 걸리면 시간제로 바꾸자는 심리와 똑같죠. 실제로 GitHub Copilot이 좋은 예입니다. 처음엔 사람 단위로 팔았는데, 에이전트가 하루에 수만 번씩 돌아가는 강도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에 최근 종량제 계량기를 급히 붙였습니다.
SaaS의 내구성 — 한 번의 예산 사이클을 돌려봐야 안다
요즘 많은 기업 내부에는 '에이전트 도취'가 퍼져 있습니다. "이거 우리가 직접 만들 수 있는데 왜 사?"라며 SaaS 벤더와의 계약을 끊겠다는 팀들이죠. 이에 대해 나델라는 침착했습니다. 판단 기준은 단순합니다.
"직접 만들고 유지하는 한계비용이 사들이는 비용보다 높다면, 사세요. 정량화 가능한 문제입니다."
여기서 함정은 진짜 비용이 '만드는 값'이 아니라 '유지하는 값'이라는 점입니다. 직접 만든 소프트웨어는 보안 구멍이 생기면 내가 고쳐야 하고(=토큰을 또 태우고), 그 책임도 내가 집니다. 집을 직접 짓는 것보다 사는 게 나을 때가 있는 것과 같죠. 소프트웨어를 마구 찍어낼 수 있다는 흥분기는 지났고, 이제는 무엇을 직접 만들고 무엇을 사 쓰며 그 둘을 어떻게 조합할지 냉정하게 따지는 단계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답은 한 번의 예산 사이클(보통 1년)을 돌려봐야 비로소 나온다는 것이 나델라의 신중론이었습니다.
CEO도 직접 빌드하는 시대
나델라는 "우리 회사 CEO의 무능함조차 빌드를 가능하게 해줬다"는 농담으로 운을 뗀 뒤,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을 소개했습니다. Work IQ를 가져다 Foundry의 장기 실행 에이전트로 '자기만의 비서실장 오토파일럿'을 만들고, 메모리는 Project Rayfin(Fabric 기반 managed BaaS)에 저장한 뒤 Teams에 게시했다는 것이죠.
"Work IQ를 가져다 Foundry 장기 실행 에이전트를 만들라고 했더니 만들어줬습니다. 게다가 'Teams에 게시해'라고 했더니 정말 게시까지 해줬습니다. 거의 기적 같았죠."
코딩을 못 하는 CEO도 "내 메일·일정·회의를 계속 지켜보다가 챙겨주는 비서실장 봇을 만들어줘"라고 말로 시키니, 에이전트가 만들어주고 사내 Teams에까지 배포해줬다는 겁니다. 핵심은 말로 시켜서 끝까지 완성됐다는 점입니다. 일반인의 '바이브 코딩'이 기업용 도구에서도 작동한다는 걸 본인을 사례로 보여준 셈이죠.
엔지니어링 직무의 미래 — 제너럴리스트의 시간
"4~5년 뒤엔 엔지니어 직무가 에이전트 관리자, 포워드 디플로이드 엔지니어(FDE), 보안 엔지니어, 대규모 인프라 엔지니어 — 이 네 가지로 수렴한다"는 가설에 나델라는 절반쯤 동의했습니다. 실제로 LinkedIn은 디자인·PM·프런트엔드를 묶은 '풀스택 빌더'라는 새 직군을 만들었고, Excel 팀조차 "보상을 학습시킬 RL 환경(RLE)을 만드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인프라 문제"였다고 합니다.
앞으로 직무는 크게 두 갈래로 갈립니다. 하나는 깊게 파는 전문가입니다. 보안, 대규모 인프라, RL 환경 설계처럼 AI가 쉽게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이죠. 다른 하나는 넓게 엮는 제너럴리스트입니다. 워드 문서를 쓰듯 앱도 만들고, 분석도 하고, 기획도 하는 사람입니다. 나델라가 가장 흥분한 자리는 후자였습니다.
"제가 워드 문서나 스프레드시트를 만들던 그 지식 노동의 연장선에서, 이제 같은 문장으로 '앱을 만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너럴리스트의 기술이 더 높은 레버리지를 얻은 것입니다."
도구가 좋아질수록 "아이디어가 있고 추진력(agency)이 있는 사람"의 한 명당 생산성이 폭발하기 때문입니다. 진행자의 표현처럼, 지금은 '에이전시를 가진 아이디어 피플의 황금기'인 셈입니다.
진짜 야심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것
마이크로소프트 CTO 케빈 스콧(Kevin Scott)의 말을 인용하며, 나델라는 "어려운 걸 쉽게 만드는 건 한 종류의 레버리지지만, 진짜 야심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가 든 사례는 Azure 네트워크 팀이었습니다. 지난 15개월 동안 첫 15년치보다 더 많은 Azure 용량을 같은 인원으로 깔아내면서, 이 팀은 자기 일의 정의 자체를 바꿔버렸습니다.
"우리 일은 Azure 네트워킹을 하는 게 아니라, Azure 네트워킹을 하는 에이전틱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일이 10배로 늘었을 때 사람을 10배 뽑는 것이 보통의 발상입니다. 그런데 이 팀은 일을 한 단계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네트워크를 직접 관리하는 대신,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시스템('Miles'라는 이름까지 붙였다고 합니다)을 만들고 자신들은 그 시스템을 감독하는 쪽으로요. 그래서 이들은 "헤드카운트(사람)가 아니라 토큰을 더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메타 워크(meta work)입니다.
"80년대에 누가 '40억 명이 아침마다 일어나 타이핑을 할 것'이라고 했다면, 제 모델은 '타이피스트 40억 명이 필요하다'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타이핑이 아니라 지식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PC가 보급될 때 정답이 "타자수 40억 명"이 아니라 "40억 명의 지식 노동"이었던 것처럼, AI 시대의 진짜 기회는 같은 일을 더 빨리 하는 게 아니라 일의 정의 자체를 한 층 위로 끌어올리는 데 있다는 통찰입니다.
데이터센터, 그리고 지역사회의 '허가'
전례 없는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두고, 나델라는 지역사회의 허가를 핵심 조건으로 꼽았습니다. 에너지 가격, 물 소비, 일자리, 세수 — 이 혜택이 실제로 체감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역사회가 회의적인 것은 좋은 일입니다. 어려운 질문을 던지게 하고, 우리가 어려운 일을 해내 그 허가를 얻게 하니까요.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으면 허가를 얻고, 아니면 못 얻습니다. 그만큼 단순합니다."
거대한 데이터센터는 동네 전기·물값을 올린다는 불안을 삽니다. 여기서 나델라가 말하는 '허가'는 법적 인허가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입니다. 전기료가 실제로 오르지 않고(장기적으로는 더 저렴해지고), 물은 폐쇄 순환으로 되돌려주며, 건설·운영 일자리와 세수가 지역에 실제로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죠. 인류 역사를 보면 에너지를 많이 쓰되 그만큼 사회에 가치를 돌려준 기술은 환영받았고, 그러지 못한 기술은 외면당했다는 것이 그의 프레임이었습니다.
마무리 — 가장 낙관하는 것은, 모두가 '1급 참여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
AI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생각이 가장 많이 바뀐 지점을 묻자, 나델라는 인터뷰의 첫 질문으로 돌아왔습니다. 향후 12~18개월 안에 사람들이 "아, 알겠다"고 말할 수 있게 만드는 것 — 건강 성과든, 창업이든, 동네 가게의 효율이든, 각자가 그 혜택을 직접 체감하게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세상은 '우리를 믿어라, 미래는 영광스러울 것'이라고 말하는 테크 기업에 대단히 회의적일 것입니다. 결국 손에 잡히는 혜택을 전달해야 합니다."
교육에 대해서는 학점과 자격증을 어떻게 가치 매기고 그것이 어떤 고용 기회로 이어지는가, 그 제도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기술은 이미 있는데 변화가 더딘 건, 학점·자격증·채용 같은 제도와 인센티브가 아직 안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어쩌면 다음 큰 성공 사례는 새로운 대학교, 혹은 누군가를 커리큘럼을 거쳐 경제적 기회까지 데려가는 새로운 교수법을 만드는 사람일지 모릅니다. 오랫동안 불가능해 보였지만, 이제는 가능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오랫동안 불가능해 보였지만 이제는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 — 그렇게 인터뷰는 마무리됩니다.
정리하며
이번 인터뷰는 시가총액 4위의 거대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델보다 하네스다"라고 선언하며 AI 시대의 흐름에 하나의 변곡점이 만들어진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사실 모델보다 하네스라고 선언한 건 2024년의 앤드류 응 교수였고, 그 이전에 팔란티어는 이미 하네스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서 수익을 거두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새로운 모델에만 집중을 해왔죠. GPT-4, GPT-5, GPT-5.5 등 나아지는 모델의 역량에만 관심이 쏠렸습니다. 하지만 앤드류 응 교수가 말했듯이 누구도 단 한번에 에세이를 쓰지는 못합니다. 모델을 단 한번만 사용해서 완벽한 결과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하네스(=에이전틱 워크플로우)가 존재하며, Cursor, Harvey 등 하네스를 잘 만드는 기업들이 또한 두각을 나타내왔습니다.
저 역시 하네스가 중요하고, 좋은 하네스로 모델의 결점을 상당히 많이 극복가능하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이제 빅테크 중의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델보다 하네스다"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또 실제 고객의 사례에서 이것을 실증해보이면서 이제 업계의 판도는 급격하게 새로운 국면으로 흘러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작은 모델도 좋은 하네스를 달고 프라이빗 평가셋으로 프론티어 모델급 성능을 보이게 된다면, 인프라에 대한 수요, 프론티어 모델에 대한 수요 모든 것들이 크게 달라질 테니까요. 마침 오늘 애플에서는 맥에서 모델을 구동하여 에이전트까지 만드는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누가 에이전트 생태계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인지, 생태계에 빠르게 안착해서 선택을 받는 에이전트는 어떤 것들일지, 또 어떤 기술 스택을 사용하게 될지 흥미롭게 지켜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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