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2022.01.30 | 조회 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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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서걱

기억 붙잡記: 매일 툭 떨어지는 생각들

어떻게 해야지 성공을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삶을 직조해나갈 것인가?

어제 저녁 내가 사랑하는 친구와 저녁을 먹었다. 꼬슬꼬슬한 치킨 수비드를 먹었는데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버렸다. 1년 간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던 터라 밀린 대화가 켜켜이 쌓여있어서 맨 윗 층부터 한 장씩 꺼내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9시 제한 때문에 반의 반도 이야기를 다 하지 못했다.

우리는 참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들이다. 각자 세상의 풍파(?!) 를 겪으며 현실에 녹아들고, 체제에 순응할 법도 한데 우리는 파워 ENFP/INFP 인 덕에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다. 가장 큰 공통점은 어떤 기준에 속박되지 않고 하늘하늘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제 우리의 저녁 식사 중 가장 큰 화두는 조금씩 성공 궤도에 올라간 사람들은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냐는 것이었다. 우리의 결론은 "묵묵히,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하는 사람들. 그리고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서 "묵묵히,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길이 아니다. 시험처럼 어떤 정해진 이정표와 성공 방정식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발짝만 내딛고 망설이다 다시 뒷걸음질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꾸준히 인스타그램을 올리고, 콜드컨택을 하며 자신을 알리고,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남들이 " 뭐해" 라고 해도 묵묵히  일을 해내는 .

특히나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수업을 듣고, 범위가 정해진 시험 공부를 5회독, 6회독 하고, 대학에 와서는 실라부스대로 수업을 듣고, 삶의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여러가지 시도를 하는 우리들로서는 안갯길, 진흙탕의 길에 한 발짝 발을 딛는 것 조차 어렵다. 이 때부터 가치관의 차이가 삶의 방향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 또한 가치관조차 성립이 되지 않았던 터라 떠밀리듯이 살았다. 그러다 문득 멈춰서서 내 앞길을 바라보며 "이거 너무 재미없는데.." 라고 생각하며 참을 수 없이 불안해지고...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났을 때 그들의 길 앞에 펼쳐진 안개는 조금씩 옅어진다. 그리고선 정석의 길을 터덜터덜 걷는 우리들을 지나쳐 그들은 한 마리의 치타처럼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때 보통의 사람들은 현타를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밤에 생각이 깊어졌다. 나는 무언가를 위해 리스크를 테이킹해왔는가, 어떤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리스크를 최대한 줄일 생각만 했지 내 가슴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진 못했다. 남은 20대만큼은 '안되면 말고'라는 마음가짐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싶다.

이런 연장 선 상에서 뉴스레터를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글을 쓰고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너무 즐겁다. 나중에는 영상도 배워보고 싶다. 글을 쓰면 나도 치유가 되고 읽는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 과정이 참 뿌듯한 것 같다. 그리고 내 머리 속에 스치는 수만가지의 생각들을 잡아놓고 싶다. 나는 아마 내 주위 사람들 중에서 가장 잡념이 많은 사람의 축에 속할텐데 내 생각을 담은 에세이나, 독일에서의 일기나 (지금은 브런치에서 내 얄팍한 의지로 연재가 중단된) 뜬금없이 최신 산업 동향에 대한 이야기나, 사회에 대한 이야기.. 이렇게 잡다한 짬뽕으로 어떠한 아이덴티티도 없는 뉴스레터를 만들어보고 싶다. 하루에 30분 정도 투자를 해서.

한 번 해볼까? 뚜벅뚜벅,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잘 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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