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마음에 짤 하나 씩은 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주 힘들 때, 누군가에게 혼날 때, 질타의 대상이 될 때, 모진 풍파를 견뎌내기 위해선 말이죠.
저는 몇 개의 짤을 마음 속에 저장해놓고 힘들어 미칠 것 같을 때는 제 마음 속 창고에서 주섬주섬 짤을 꺼내 들어요. 누군가 내 앞에서 밥풀을 튀기며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을 때, 그 소리를 들은 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을 때, 비상약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뭔 개소리야
라고 생각하셨나요. 이 짤이 바로 제 '비상약' 입니다. 왜 제가 이런 디지털 처방제(?!)를 마음 속에 품고 다니게 (붕어빵도 아니고) 되었냐구요?
이 것은 약 세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저는 살면서 처음으로 내가 남들보다 더 우울함을 많이 느낀다는 것을, 남들보다 훨씬 예민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인생을 20년도 더 넘게 산 시점에야 그걸 알게 된 거죠.
누군가의 말은 저를 깊이 파고 들어서요, 지하철을 타다가 문득,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다 문득, 커피를 기다리다가 문득, 잠에서 깨서 문득 (최악은 잠에서 깨자마자입니다) 제 자신을 싫게 만들었어요.
너 인생 재미 없다, 인간은 모름지기 언제 어디서나 주인의식을 지녀야 한다(주인의식 필요하죠. 근데 언제 어디서나 필요하다고까진 생각하지 않아요), 고작 그것 가지고 그렇게 죽을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그만하면 넌 정말 책임감이 없는 거야.
기타 등등...
더군다나 저보다 인생을 길게 산 사람들이, 큰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할 때면 저는 그런 모진 말들을 명제인 양 받아들였죠. 때로는 제 부모님이 '목소리 큰 사람'이 되기도 했고요.
아.. 그런가보다. 저 사람 말이 맞겠지. 어른들 말 들어봤자 나쁠 것 없잖아?
이런 마음가짐은 저를 갉아먹었어요. 왜, 그런 기분 있잖아요. 내가 나를 지워버리고 있는 것 같을 때, 잘 살고 있다고, 아니 그냥 평범하게라도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참을 수 없이 불안해질 때가 있잖아요.
그 때는 말이죠. 아침에 일어나면 일어나기 싫어서 눈물이 나오고, 밥을 먹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오고, 모니터를 보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더군요. 그 때 저는 생존하기 위해 심리상담소를 찾았어요.
상담 선생님은 저에게 이렇게 말을 하더군요
그 때부터였어요.
이 장군 아저씨를 겨울의 붕어빵처럼 제 가슴 속에 품고 다니기 시작했어요.
정말 너무 힘들어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을 때, 억울해 미칠 것만 같을 때, 누군가 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말을 할 때
이 짤을 가슴속에서 꺼내 허공에 외쳐요
이 뭔 개소리야!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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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ni_heallustration
남의 말에 영향을 잘 받는 사람으로서 공감되네요. 저도 저 짤 기억해두고 자주 떠올려야 겠어요 ;-)
서걱서걱
힘들 때 마다 떠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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