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흔세번째 레터로 찾아온 에디터 제로입니다. 평소라면 밝게 시작했을 레터이지만, 오늘은 무겁게 글을 적어나가는 것 같습니다. 바로 어제 아침. 우리에게 너무나 마음이 아픈 소식이 전해지고 말았으니까요.
어떤 형태의 이별이든 항상 떠나보낸다는 것은 마음이 무겁고 아프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와 함께 힘든 시간을 노력하며 발을 맞춰 뛰었던, 그리고 그 무엇보다 팬들을 사랑했던, 진정으로 서울을 사랑해주었던. 우리의 영원한 캡틴 오스마르 선수라면 더 가슴이 아프고 먹먹하죠. 저처럼 슬픔으로 가득할 구독자님을 위해 준비한 마흔세번째 레터의 주제는 바로-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영원한 캡틴 오스마르와 서울의 시간.
입니다.
BGM으로 015B의 “이젠 안녕”을 띄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이라는 말이 영원한 이별을 뜻하지는 않는다 생각해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에는 완전한 마침표라는 엔딩도 있겠지만. 우리의 낭만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러브스토리와 같기 때문에 낭만이고, 더 아름다운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오스마르와 우리의 안녕은 ‘영원한 안녕’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위한 안부 인사라고,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그런 뜻이라고.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떠나는 시간은 잠깐이고 우리는 곧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요.
#서울의 오스마르
2014년, 서울에는 스페인 출신의 한 수비수가 들어오게 됩니다. 1988년생으로 26세라는 젊은 나이의 선수였죠. 스페인 국적으로 스페인 유스팀과 프로 데뷔를 거친 이 선수는 2012년 태국 프리미어리그로 이적, 주전으로서 50경기 13골이란 기록을 보여주었고 팀의 ACL 8강 진출도 이뤄냈었습니다. 당시 서울은 아디 선수의 은퇴 후 공백을 메워줄 선수가 필요했었고, 그렇게 오스마르 선수와 서울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고해성사를 잠시 하자면, 오스마르는 제가 축구를 보기 이전부터 서울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였던지라. 이 선수 이 시즌에 이만큼 쩔어(?)줬습니다-! 라고 외치기는 조금 어려울 수 있겠지만요, 2014시즌 입단 후 오스마르는 아디의 부재라는 팬들의 우려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서울맨”으로 거듭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14시즌 13R 전남과의 원정 경기에서는 K리그에서 데뷔골을 넣었고, 극장골로 팬들에게 짜릿함을 보여주기도 했었습니다. 오스마르 선수는 서울에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전성기의 시작을 서울에서 함께할 수 있었어요. 2015년에는 부주장을 맡았고 FA컵 우승을 함께 했으며, 외국인 선수 최초로 리그 전 경기 풀타임 출장을 달성하기도 했었죠.
서울이 빛나던 순간에 오스마르는 우리와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2015년 FA컵 우승의 순간에도 오스마르는 부주장으로서 서울을 위해 뛰었고
2016년 K리그 우승의 순간에도 오스마르는 주장으로서 서울의 영광을 위해 서울에서, 서울의 선수로서 뛰었고 끝내 트로피를 들어올렸죠. 특히 2016 시즌은 구단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주장이라는 특별함과 함께 리그 베스트 11에도 포함되었던 최고의 시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스마르와 함께 했던 순간들은 그런 순간들이었습니다. 영광의 시간들, 환희의 순간 속 함께 나눴던 기쁨과 열정.
물론 서울에서의 기쁜 순간 다음엔 팬들의 억장을 터지게 만들었던 순간도 있었죠.
18시즌 세레소 오사카로의 임대가 바로 그 중 한 순간일 것 같습니다. 2018년의 추운 겨울, 오스마르는 다시 서울로 돌아왔지만 서울을 위해 젊음을 바쳐 헌신했던 선수를 아쉽게 보내야만 했던 순간은 아무래도 팬들의 복장이 터졌던 순간 BEST 3에는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세레소 오사카에서의 복귀 뒤에는 FC서울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버텨야 했던 순간들을 함께 보내야만 했어요. 2019년에는 리그 3위로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연속 하위 스플릿이라는 성적표를 함께 받아야만 했습니다. 서울의 영광을 함께 겪었던 선수인만큼 팬들이 어느 부분에서 실망하는지, 또 좌절하는지 가장 잘 알고 있었던 오스마르였기에 매번 팬들의 중요성, 그리고 선수들이 뛰어야하는 이유와 본질에 대해서 끊임없이 말하고 서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물론 또 FC서울에서의 시간이 오래 지난 만큼 어엿한 라커룸의 고참으로서 상대적으로 어렸던 수비진의 선수들을 독려하고, 리드하며 서울 수비진의 리더가 되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는 오스마르라는 선수는 서울의 유니폼을 입고 필드에 들어온 선수들, 한국인과 외국인을 모두 포함해 하나의 서울을 위해 뛰려고 헌신한 선수였다고 생각해요.
FC서울에서, 오직 K리그의 FC서울에서만 300경기 출장이라는 기록도 세우게 되었고 볼드모트(?)를 넘는 외국인 최다 출장 기록을 갱신하기도 했습니다. K리그가 아닌 FC서울이 그리웠다는 말처럼 오스마르는 서울에서, 서울의 전사로 매번 승리를 위해 뛰었던 선수였습니다. 그만큼 소중한 우리의 선수였고, 캡틴이었습니다. 2020년 1년 재계약에 이어 21시즌 뒤 2년 재계약을 마무리 했고, 올해 2023년은 바로 그 재계약의 마지막 해였죠. 구단과 오스마르 선수는 새로운 출발을 위해 서로를 응원하며 잠깐의 안녕을 고했습니다. 저는 분명 이 안녕이 영원함이 아닌 잠깐이라 믿어요. 영원한 안녕이라면 제가 어딘가로 짱돌을 던지러 갈지도 모릅니다…(진심)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오스마르 선수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뭐가 있을까요? 저는 일단.. “축구력”인 것 같습니다. 2020년 FC서울의 경기를 나름 꼬박(?) 챙겨보기 시작하면서 느꼈던 점이 진짜 잘하네… 였거든요. 전성기에는 더 날아다녔을 오스마르였겠지만🥹 언제나 필드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에 모두의 마음이 오스마르에게 스며들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특히 지난 유벤투스 내한 때 오스마르가 넣었던 중거리 골은 진짜 환상적이었죠.
2019년 오사카에서 돌아왔던 오스마르는 역시 <갓스마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었죠. 14R부터 16R까지 3경기 연속 결승골을 넣었고, 연속 베스트11에도 선정되었으니까요. 그만큼 오스마르의 축구력은 정말 짱!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과연 아디의 대체자였던 오스마르의 대체자는 누가 될 것인가, 제 2의 아디, 제 2의 오스마르가 아닌 한 사람 개인으로서의 실력, 열정과 헌신을 보여줄 사람은 누가 될 것인가. 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오스마르와 서울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서로 쌍방향으로 아끼고 사랑했던 그런 관계인 것 같아요. 이번 오스마르의 이적 루머부터 시작해서 오피셜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이 안타까운 마음과 아쉬움, 그리고 미안함을 말하신 분들도 있었죠. 저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습니다. FC서울이라는 팀을 본 시간은 오래지 않았지만, 분명 그 짧은 시간에도 오스마르라는 선수는 정말 팀을 위해 헌신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던 선수라 생각하거든요. 젊음을 다 내주었던 헌신을 보여준 오스마르에게 우리는 사랑을 주었고, 그 사랑을 보고 오스마르 또한 저희를, 서울을, 이 팀과 팬들, 모두를 사랑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참으로 소중한 선수였습니다. 늦은 시간 어둡고 인적이 별로 없던 공항을 가득 채운 팬들의 애정어린 배웅이 오스마르 선수의 기억 속 한 장면으로, 찬란한 순간의 쉼표로 기억이 되면 좋겠어요. 출국 라이브에서 오스마르 선수는 “안녕이 아니라 다시 볼 수 있을겁니다” 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의 이야기가 마침표와 엔딩이 아닌 잠깐의 쉼표였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언제나 당신을 응원할거고, 우리의 자부심과 낭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당신을 잊지 않을 것이고, 또 만나 함께 웃을 그 날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을테니까요.
어째 감성 가득한 레터가 되어버린 것 같은데요, TMI지만 에디터 제로의 MBTI는 99.9%의 ST를 기록하고 있답니다.. 냉정한 ST조차도 엉엉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오스마르 선수의 낭만은 정말 아무리 감정을 정리하고 적으려고 해도 감정적인 글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축구를 잘 하는 선수, 골을 잘 넣는 선수도 중요하지만, “구단과 팬에 대한 예의가 있는 선수”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냥 공을 잘 차는 선수는, 물론 좋은 선수겠지만. 자신의 마음을 다 내어주고 팬들의 함성을 지키기 위해 뛰는 선수는 많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오스마르 선수는 분명 그 많지 않은 선수 중 가장 최고였던 선수라 말하고 싶습니다. K리그가 아닌 서울을 그리워했던 선수, 우리의 함성과 화려한 깃발의 응원이 가득한 상암을 그리워했던 선수.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선수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FC서울의 앰블럼을 달고 열정을 보이며 뛰어줬고 또 많은 낭만을 남기고 떠나갔습니다. 그리고 오스마르 선수 또한 어제 늦은 밤을 마지막으로 한국을 떠났죠.
하지만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니까요. Good bye가 아닌 See you soon, 이라는 것을 아니까요.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슬프지만 조금은 눈물을 참고 소중했던 또 하나의 선수를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 미래에 필드를 떠나게 되는 날에는 꼭 상암에서 우리와 마지막을 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다른 새로운 시작을 우리와 함께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그런 간절한 소원들이 모여 우리의 레전드가 다시 우리의 곁으로 찾아오는 날이 금방 오기를, 하면서요. 언젠가 상암에 돌아올 오스마르에게 아래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요. 𝑳𝒆𝒈𝒆𝒏𝒅𝒔 𝒏𝒆𝒗𝒆𝒓 𝒅𝒊𝒆,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요.
슬픈 마음은 애써 뒤로 꾹꾹 눌러 담고, 앞으로 들려올 행복할 소식을 기대하면서.
마흔세번째 레터는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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