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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차 영화인이 1인 미디어가 된 이유

2025.0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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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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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세로입니다.

 저는 20년차 영화인입니다. 2005년 CJ 엔터테인먼트(현 CJ E&M) 영화사업부에 입사했는데, 가장 바빴던 2008년엔 제가 담당한 개봉 영화만 열 편이었어요. 하필 그 해 결혼했던 저는 결혼식도 허겁지겁 치를 정도였죠. 

 그럼, 2024년에 CJ E&M이 투자한 영화는 몇 편일까요?

놀랍게도, 박찬욱 감독, 이병헌, 손예진 주연의 영화 <어쩔수가없다>

단 한 편뿐입니다.

<기생충>, <오징어게임>으로 한국 영화의 제작진은 세계적 수준임을 인정받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영화 산업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극장 영화의 위기는 단순히 티켓 값이 비싸서나, 넷플릭스 때문만은 아닙니다. 시대는 인터넷 플랫폼이 모든 분야를 지배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의 발달은 콘텐츠의 범람을 가져왔습니다.

 영상에 앞서 이미 음악 산업에서 유사한 상황이 있었어요. 데이빗 보위는 2002년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얘기했고 그의 예언은 적중했습니다.

 

"앞으로 10년 내에 우리가 생각하는 음악은 모든 것이 완전히 변할 것이고,
어느 것도 그것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음악 그 자체는 흐르는 물이나 전기처럼 될 것이다.
가수라면, 많은 공연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왜냐면 남은 건 그것밖에 없으니까." 


데이빗 보위 (보위가 98년에 '보위넷'이라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를 설립했었다는 사실, 아시나요?     심지어 그는 2000년에 '보위뱅크'라는 인터넷 은행을 시도하기도 한 IT 전문가였습니다)
데이빗 보위 (보위가 98년에 '보위넷'이라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를 설립했었다는 사실, 아시나요?     심지어 그는 2000년에 '보위뱅크'라는 인터넷 은행을 시도하기도 한 IT 전문가였습니다)

 이제 영상 산업의 차례입니다. 와이즈랩에 따르면, 한국인의 숏폼 사용시간은 OTT 사용시간의 7배에 달합니다. 영상 콘텐츠의 범람이 바로 이 위기의 시작점입니다. 물론, 영화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천만 영화도 계속 나올 겁니다. 다만 신진 창작자들의 데뷔 기회는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커질수록 보수적이 되고, 그들의 선택은 박찬욱 감독 영화 한 편으로 좁혀지니까요.

영상 콘텐츠의 범람
영상 콘텐츠의 범람

 우리는 플랫폼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요? 인터넷 플랫폼을 레거시 미디어처럼 생각하고 있지는 않나요? 영화와 드라마의 관문은 좁아지고, 대신 숏폼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많은 영화, 드라마 제작자들이 숏폼 드라마 플랫폼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바로 숏폼 드라마 플랫폼을 레거시 미디어처럼 생각했던 사람이었어요. 더구나 저는 행동파였죠.

 잠시 제 얘기를 할게요. 2019년 '트웰브져니'라는 영화 제작사를 창업하여 두 편의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CJ E&M과 함께한 영화 <연애빠진로맨스>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코로나 시기에다 주연인 손석구 배우가 각광 받은 영화 <범죄도시2>와 드라마 <해방일지>가 오픈 되기 직전인 2021년말에 개봉했던 터라 흥행은 하지 못했습니다. 첫 작품은 그럴 수 있다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었죠.

 두 번째 작품인 <롱디>는 2023년에 개봉했는데, 저는 이 때 영화 시장이 달라졌음을 느꼈어요. 제작비가 크지 않아 예상 관객 수도 높지 않았는데, 그마저도 크게 밑돌았거든요. 시장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걸 실감했죠. 그래서 숏폼 시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 남은 자금을 새로운 영화가 아닌 숏폼 제작에 투자했습니다. 회사에서 준비하고 있었던 옴니버스 형식의 OTT 시리즈 드라마 에피소드 중 한 편을 숏폼으로 만들기로 했어요. 제작이 마무리되던 시점에 마침 국내에도 숏폼 드라마 플랫폼이 생겼다는 소식을 접했고, 한 걸음에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제작비를 듣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졌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3년 순제작비 30억원 이상의 상업 영화 35편의 평균 순제작비는 100.6억원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참고 자료)

 반면, 숏폼 드라마 플랫폼이 제안한 제작비는 영화 제작비의 1/100이었거든요. 1/10도 아닌, 1/100 말입니다. 이 정도라면,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대본부터 달라야겠죠. 게다가 숏폼 드라마 한 편의 가격은 영화 한 편 보는 가격보다 더 비쌉니다. 즉, 영화의 1/100 제작비로 영화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게 해야 한다는 거죠. 게임의 규칙이 완전히 다른 겁니다.  

 숏폼 드라마 플랫폼은 넷플릭스와는 전혀 다른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초기에 데이빗 핀처나 봉준호 감독에게 과감한 투자를 하며 영화적 퀄리티를 추구했다면, 숏폼 드라마 플랫폼은 저비용으로 다량의 콘텐츠를 수급합니다. 숏폼 드라마를 결제하는 고객들은 영화적 퀄리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다른 게임입니다)

 숏폼 드라마는 소수의 의사 결정권자가 뛰어난 창작자의 콘텐츠를 선별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기보다는, SNS 플랫폼에 광고를 하고 클릭이 유도되는 콘텐츠를 띄우는 전략을 취합니다. 

대표적인 숏폼 드라마 플랫폼 '릴숏'
대표적인 숏폼 드라마 플랫폼 '릴숏'

 바로 선택을 알고리즘에 맡기는 겁니다. 알고리즘은 SNS 플랫폼의 핵심이자, 소비자와 직접 연결해주는 도구입니다. '우리 자신'의 선택이 곧 알고리즘이 되고, 이를 통해 전 세계 누구와도 직접 연결될 수 있죠. 

잠깐만요!!! 그렇다면....

어차피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연결될 수 있다면...

아직 국내에서는 앱 다운로드 수조차 미미한 숏폼 드라마 플랫폼에 저가로 IP를 제공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제가 제작한 숏폼 시네마 '첫경험'을 숏폼 드라마 플랫폼이 아닌, 저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1인 미디어 '세로'가 되는 길을 선택한 것이지요. 

 시네마세로는 첫번째 프로젝트 '첫경험'으로 3개월만에 유튜브 최고 조회수 30만회, 구독자수 1600명을 달성하였습니다. 유튜브 수익화 조건을 달성하긴 하였습니다만, 조회수 수익은 미미합니다. 저도 아직 인플루언서 지망생 수준이라 당장 유튜브로 수익화할 수 있는 방법이나 조회수 폭발 비법을 알려드리긴 어렵습니다. 그런 정보들이야 이미 전문가들이 넘쳐나죠.

 대신 제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 레거시 창작자들이 왜 1인 미디어에 도전해야 하는지
  • 우리만의 창작성을 어떻게 플랫폼에서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지
  • 창업의 관점에서 1인 미디어로 수익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 

이러한 것들을 제가 조금 먼저 몸으로 부딪쳐서 배우고, 나누고, 함께 성장하고자 합니다.  

 레거시 창작자들은 스토리텔링의 전문가입니다. 그리고, 세로는 스토리텔러야말로 이야기로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인플루언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데이빗 보위의 노래 "Changes"의 가사 중 일부로 첫 번째 편지를 마무리 할게요.

Time may change me, but you can't trace time 시간은 날 변하게 하고 그걸 돌이킬 수 없어. Strange fascination fascinating meAh, 낯선 매혹이 날 이끌고 있어 changes are taking the pace I'm going through 그 변화들 속으로 걸어가고 있네

세로와 함께 낯선 매혹의 세계로 걸어가는 것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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