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국내 최초 스니커즈 테마 뉴스레터 슈톡(ShoeTalk)의 Adi Jang입니다. 올해 마지막으로 보내드리는 슈톡 뉴스레터입니다. 올한해 총 48번의 뉴스레터를 보내는셈인데 1년이 52주니 설/추석 연휴에 쉬었던 걸 생각하면 거의 매주 보낸것과 다름없고, 나름 성실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침 오늘이 12월 31일 한해의 마지막 날이네요. 그동안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슈톡은 2주간 휴식기간을 거치고 1월 14일에 뵙겠습니다.
슈톡 뉴스레터 #251(ShoeTalk #251)에서는 슈톡 에디터 4인이 선정한 2025 올해의 이슈입니다. 스니커즈 신이 전체적으로 가라앉은게(몇 년 전에 비해서) 확실하지만, 다양한 브랜드의 두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때론 잔잔하지만 새로운 물길을 만드는 법이죠. 가보지 않은 길, 익숙하지 않은 선택으로 우리는 잠시 멈출 수 밖에 없는게 당연하지만. 고인물은 썩게 마련인지라 이런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에디터 모두 각자의 취향과 시선 그리고 스니커즈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어 매우 공들여 작성했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슈톡 웹사이트(https://shoetalk.xyz/)도 자주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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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톡 에디터가 선정한 2025 이슈
- 트렌드가 끝날 때 비즈니스는 시작된다 by bondnote
- 나이키 RTFKT 폐쇄 결정 : 애플워치와 퓨얼밴드 by 로건
- 모두가 멈췄을 때, 아식스는 달리고 있었다 by Adi Jang
- 도전하는 브랜드의 새로운 전략 Satisfy The Rocker by 국슈
- 나이키의 음주운전, 스킴스와의 협업 by 로건
트렌드가 끝날 때 비즈니스는 시작된다
‘러닝화 주가 왜 빠지나 봤더니… 아저씨들이 신기 시작했다.’ 한 애널리스트의 리서치 리포터가 영포티 이슈와 맞물려 아주 어그로를 제대로 끌었다. 자극적인 타이틀을a 뽑았지만 결국 이야기하는 건 러닝화를 살 사람은 다 샀다는 것. 그럼 이 브랜드들은 몰락만을 앞두고 있는 것일까?
트렌드와 오해
거의 모든 유통 산업에서 트렌드를 만드는 계층과 돈을 만드는 계층은 다르다. 스니커즈 시장 역시 예외일 수 없다. 2030세대는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고 트렌드를 만든다. 하지만 실제로 구매력이 있는 건 4050세대다. 가처분소득이 높고, 건강에 투자할 여력이 있으며, 가격에 덜 민감하다.
온(On Running)과 호카(HOKA)가 초기에 2030 러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성장했다면, 이제는 그 인지도를 바탕으로 더 넓은 소비층으로 확장하고 있는 단계다. 강남역 출근길에 온을 신은 40대 직장인, 주말 등산로에서 살로몬을 신은 50대를 보는 건 이제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게 주가에는 부정적 신호로 읽힌다. ‘얼리어답터들이 떠났다’라는 식으로. 하지만 실제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장이 확대된 거다.
호카는 원래 마라토너들을 위한 기능성 신발로 시작했다. 두툼한 밑창의 대디 슈즈 스타일은 호카의 정체성이었다. 그게 어느 순간 2030에게 트렌디한 아이템이 됐을 뿐이다. 러닝화는 1970년대 조깅 붐부터 중년 남성들의 주말 운동화였다. 갑자기 젊은 층이 발견하고 트렌드가 된 것뿐이다.
러닝붐의 절정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러닝화 시장은 2021년 150억 달러에서 2030년 190억 달러로 연평균 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4%는 결코 높은 수치가 아니다. 국내 데이터를 봐도 마라톤 대회 참가자 수는 여전히 늘고 있고, 러닝 크루 가입 대기는 계속되고 있지만 그 증가율은 확실히 둔화됐다. 하지만 이건 시장이 죽어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큰 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뜻이다.
요가를 떠올려보자. 2010년대 초중반 한국에 요가 붐이 일었을 때,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의 매출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지금 요가복 시장이 그때만큼의 성장률을 보이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요가 하는 사람이 줄어든 건 아니다. 오히려 요가는 특별한 '트렌드'에서 일상적인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러닝도 비슷한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는 러닝화를 한 켤레씩 사던 사람들이 이제 2~3켤레를 보유하고 있다. 신규 러너는 여전히 유입되지만, 기존 러너들이 추가로 구매하는 속도는 둔화됐다. 시장이 성숙했다는 뜻이다.

브랜드의 선택
그렇다면 러닝을 주력으로 하는 브랜드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나이키의 역사가 힌트를 준다. 나이키는 러닝화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농구, 축구, 라이프스타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성장했다. 호카나 온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호카는 이미 하이킹, 트레일 러닝으로 확장했고, 온은 테니스화를 출시했다.
하지만 카테고리 확장만이 답은 아니다. 여기에 더해 리테일 전략도 중요해진다. 호카의 성장률 둔화 원인 중 하나로 DTC(Direct To Consumer) 판매 감소가 지목됐다. 폭발적 성장기에는 자체 온라인몰과 직영 매장을 통한 직접 판매가 효과적이었지만, 시장이 성숙하면서 더 많은 접점이 필요해졌다. 백화점, 멀티 브랜드 숍, 스포츠 전문점. 더 많은 곳에서 고객을 만나야 한다.
시장이 성숙한다는 건
호카와 온의 주가가 조정을 받는 건 그들이 더 이상 트렌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시장이 그들에게 ‘이제 진짜 브랜드의 가치를 증명하라’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리어답터들의 호기심으로 성장하는 단계는 끝났다. 이제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선택받아야 하는 단계다.
시장에서 하이프를 만드는 것에 비해 신뢰를 쌓는 건 매우 지루하고 어려운 길이다. 하지만 그게 브랜드가 오래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러닝화 시장이 성숙한다는 건 결국 이런 의미다. 더 이상 공짜 점심은 없다.
나이키 RTFKT 폐쇄 결정 : 애플워치와 퓨얼밴드
나이키 퓨얼밴드(NIke FuelBand)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테크에 깊은 관심이 있거나, 혹은 스니커즈 문화에서 10년 이상 활동해 온 고인 물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애플 워치(Apple Watch)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들이 대중화되어 길거리에서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는 사람을 보는 일이 전혀 낯설지 않다.
오늘날의 웨어러블 기기들은 대부분 운동 기록, 심박수, 수면 등 건강과 관련된 요소들을 정량화해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풍경이 당연해지기 훨씬 전, 웨어러블이라는 개념을 대중에게 처음으로 각인시킨 제품이 있었다. 바로 나이키 퓨얼밴드다.
퓨얼밴드는 ‘움직임’을 점수(NikeFuel)로 환산하고, 지인들과 경쟁하며 더 많이 움직이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었다. 운동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게임이 되었고, 그 모든 움직임은 ‘운동과 함께하는 나이키’라는 브랜드 경험으로 수렴되었다. 정확도보다 동기부여, 의료적 완성도보다 문화적 파급력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 실험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4년, 퓨얼밴드 몇십 명에 이르던 팀은 해체되었고 일부 인력은 애플 워치 개발에 합류했다. 나이키에게 퓨얼밴드는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기 위한 투자였지만, 하드웨어는 비용이 많이 들고,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만들기 어려웠다. 결국 ‘If you have a body, you are an athlete’라는 나이키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에 스스로 답을 하지 못하였고, 그 실험은 정리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퓨얼밴드가 열어 놓은 모든 가능성의 수혜자는 애플 워치였다. 애플은 ‘움직임을 기록하는 법’을 표준화했고, 웨어러블을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건강 관리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퓨얼밴드는 시대를 앞서갔고, 애플 워치는 그 시장을 완전히 흡수했다.

올 1월, 나이키의 RTFKT 급작스러운 폐쇄를 보며 퓨얼밴드가 떠올랐다. RTFKT는 NFT 시장에서 분명 중요한 플랫폼이고 퓨얼밴드와는 다르게 인수 이후 단기적인 수익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조직이 과연 나이키가 장기적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과 얼마나 맞닿아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더 많은 투자를 통해 불확실한 미래를 이어가기보다는, 지금 시점에서 정리하고 나이키가 반드시 집중해야 할 방향으로 돌아가는 선택. 그 자체로는 충분히 전략적인 결정일 수 있다. 다만 이 결정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최근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10% 이상 하락했고, 현 CEO 엘리엇 힐이 “지금은 야구로 치면 중반”이라며 시장을 달래는 발언을 했다는 점 때문이다.
즉, RTFKT의 폐쇄는 단순한 포트폴리오 정리가 아니라, 현재 나이키가 얼마나 여유가 없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처럼 보인다. 나이키의 전략적 선택을 이해하고, 응원하고 싶다. 하지만 퓨얼밴드에서 RTFKT까지 이어지는 이 반복된 패턴은 지금의 나이키가 실험을 감당할 체력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에 대한 조용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누군가 RTFKT가 다시 리오픈 할 수 있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미래의 일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답하고 싶다. ChatGPT로 AI가 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고, 지금 가장 핫한 트렌드가 가장 몸을 많이 써야 하는 러닝이다.
모두가 멈췄을 때, 아식스는 달리고 있었다
2025년 신발 기업 중 가장 두각을 보인 곳은 다름 아닌 아식스(asics)다. 2023년 초 약 775엔이었던 주가는 2년 뒤인 2025년 초 3,250엔까지 치솟았고, 2025년 12월 현재는 3,800엔을 넘어섰다. 시가총액 역시 가파르게 늘었다. 2023년 8월 1조 엔, 2024년 7월 2조 엔, 2025년 8월 13일에는 3조 엔을 돌파했다. 2025년 12월 현재는 약 2.8조 엔을 기록 중이다. 실적도 뒷받침된다.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18% 증가한 8,000억 엔, 순이익은 36% 늘어난 870억 엔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식스의 주가 변동 (2025 이슈 : 모두가 멈췄을 때, 아식스는 달리고 있었다 While Everyone Slowed Down, ASICS Kept Running)
부동의 1위 나이키가 휘청이던 때, 호카(HOKA)와 온(ON)이 등장하며 스니커즈 업계는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아식스는 업계 최고참 중 하나다.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도 창업 초기 아식스 신발을 차에 싣고 다니며 팔아서 회사를 키웠으니까.
아식스의 인기에 고프 코어 룩의 유행도 한몫했지만, 주가 고공행진과 실적 기록을 만들어낸 것은 무엇보다 러닝 붐이다. 코로나 시기에 인기를 얻기 시작한 러닝은 SNS의 런스타그램이 퍼지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매주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대회와 참여자의 수만 보면 그 열기는 놀랍다. 주변에 안 뛰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다. 오죽하면 도심을 누비는 러닝 크루를 둘러싼 논란까지 생길까.
러닝 붐이 또 다른 곳으로 옮겨붙겠지만, 이 흐름 생각보다 오래 이어질 것이라 본다. 러닝 인구 1천만 시대라고 하지 않던가. 일단 머릿수가 많다. 2025년 7월, 라인-루르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에서 한국 육상 남자 계주 400m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낸 것을 보면 이 모든 게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러닝 붐이 지나가면 지금의 아식스도 다른 브랜드에게 밀려날 것이라 한다. 그런데 아식스는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신발을 만들어왔다. 유행은 지나가도 쌓아온 뚝심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 아식스의 인기는 새로움 때문이 아니라, 마침내 시대와 같은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불가리아 출신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Kiko Kostadinov)와의 협업을 보아라. 아식스는 자신의 단단함을 키코의 디자인 해석으로 익숙함을 새롭고 낯설게 만들었다. 이들의 협업은 아식스 노발리스(asics Novalis)라는 별도의 컬렉션으로 계속 나아가는 중이다. 아재 신발의 대표주자로 오랫동안 놀림받은 아식스는 이제 패션업계의 흐름에 당당히 올라탔다. 여전히 자기만의 방식으로 말이다.
참고로, 지난 6월에 광고 없는 잡지 매거진 B에서 99번째 이슈로 아식스(ASICS)를 다루었다. 이런건 구매하는게 여러모로 좋다.

도전하는 브랜드의 새로운 전략 Satisfy The Rocker
정면 승부 대신 질문을 바꾸다
2025년 현재, 스니커 시장은 전반적으로 조용하다고 볼 수 있다. 명품을 비롯한 일반 스니커 시장 모두 신선함이 부족하고 열기가 식었다. 게다가 이제는 단순히 “잘 만든 신발”만으로는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티스파이(Satisfy)의 첫 번째 자체 제작 러닝화인 더 라커(TheROCKER)는 성능보다 등장 방식 자체로 이슈가 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새티스파이는 이미 러닝 신에서 낯선 브랜드가 아니다.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기능적으로 검증된 러닝화 위에 자신들만의 미학을 얹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브랜드는 자체 러닝화 개발이라는 다음 단계를 밟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이라는 가장 험난한 구간에 진입하게 된다. 그리고 새티스파이는 이 정면 승부를 택하지 않았다. 대신 질문을 바꿨다. ‘어떤 러닝화를 만들 것인가’가 아닌, ‘어떤 방식으로 러닝화를 등장시킬 것인가?’였다.
트레일 러닝이라는 완충지대
그들의 전략은 카테고리 선택부터 드러난다. 더 라커는 로드 러닝이 아닌 트레일 러닝화로 소개됐다. 로드 러닝은 이미 대형 브랜드들이 기술적으로 완성도를 극단까지 끌어올린 시장인 반면, 트레일 러닝에서는 신생 브랜드이자 규모가 작은 노르다가 ‘다이니마(Dyneima)’(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UHMWPE) 섬유로 만들어진 초경량·초고강도 첨단 소재, 동일 무게의 철강보다 15배 강해 방탄, 아웃도어 장비, 산업용 로프 등에 광범위하게 쓰임)라는 압도적인 소재 기술력과 특유의 실루엣을 앞세워 기능과 패션에서 하이엔드 포지션을 구축했다.
그들의 물리적 실체만큼이나 새티스파이의 감도와 서사가 강력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무대라고 본 것이다. 더 라커는 이 가능성을 벤치마킹하여 ‘퍼포먼스’와 ‘라이프스타일’ 사이의 유연한 합의점을 노린 포지셔닝이었다.
제품보다 먼저 소비된 서사
더 라커는 정식 출시 이전부터 효과적으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3D 프린트로 제작한 알루미늄 몰드와 라스트, 아웃솔 러그의 기원이 된 RC카 등을 파편적인 정보 형태로 선공개 하며 긴 호흡의 기대감을 쌓게 만들었다. 이후 실제 제품 공개까지는 꽤 긴 간극이 있었고, 이 시간 동안 더 라커는 신발뿐만 아니라 이야기와 이미지로 유통됐다. 짧은 발매 기간과 즉각적인 반응이 주류인 최근 스니커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서사 중심의 템포 런칭이었다고 볼 수 있다.
마케팅은 느낌표, 제품은 물음표
물론 요즘 마케팅에 공을 들이지 않는 브랜드는 없다. 그러나 더 라커의 차별점은 마케팅의 ‘강도’가 아니라 마케팅의 ‘위치’에 있었다고 본다. 대부분의 러닝화가 제품 공개 이후 마케팅을 강화하는 방식이라면, 더 라커는 마케팅과 서사를 제품보다 먼저 배치했다. 신발은 결과물이었고, 발매 과정 자체가 콘텐츠였던 것이다.
이 방식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분명하다. 기술을 증명하기 전에 태도를 먼저 보여주는 발매 방식은, 바로 새티스파이였기 때문에 가능했고 실제로 작동했다. 그들의 팬덤은 효율성보다 브랜드의 ‘태도’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다만 발매 이후 제품은 냉정한 평가의 대상이 된다.
트레일 러닝화로 출시했지만 둥글 넓적한 러그는 산악지형에서는 그다지 공격적이지 않았고, 어퍼의 구조와 소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너무 좁고 꽉 끼는 착용감을 제공했다. 미드솔 역시 가격에 비하면 아쉬운 스펙이었다. 더 라커는 비싸고 실험적이지만, 기능적으로 압도적인 러닝화는 아니었던 것이다. 바로 이 간극이 발매 이후 다소 빠르게 식은 시장 반응의 이유라고 본다.
실패작이 아닌 전략적 포석
그럼에도 더 라커를 단순히 의류 브랜드의 실패한 첫 신발로 규정할 수는 없다. 이 신발은 완성형 제품이라기보다, 새티스파이가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지를 보여주는 전략적 포석에 가깝다. 실제로 최근 새티스파이는 로드 러닝화 준비 소식을 밝혔다. 트레일 러닝이라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무대에서 발매 문법과 브랜드 서사를 먼저 구축한 뒤, 경쟁이 치열하지만 더 큰 시장인 로드 러닝으로 진입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결국 더 라커가 2025년 신발 업계에 남긴 질문은 분명하다. 이제 러닝화의 경쟁력은 제품의 완성도뿐 아니라, 그 신발을 어떻게 세상에 도착시키느냐까지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더 라커로 만든 '멋있는 서사' 위에 차기작의 '진짜 퍼포먼스'가 더해진다면, 새티스파이는 패션의 미학으로 러닝의 가치를 재정의했던 의류 브랜드를 넘어, 신발에서도 기능적 하이패션을 구축한 독보적인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나이키의 음주운전, 스킴스와의 협업
나이키(Nike)와 스킴스(SKIMS)의 협업이 발표되었을 때, 시장은 환호했다. 나이키의 새롭고 신선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뒤따랐고,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의 영향력 덕분인지 각종 SNS는 순식간에 해당 소식으로 도배되었다. 주식 시장 역시 즉각 반응하며 발표 이후 주가는 약 4% 급등했다. 모두가 반가워해야 할 일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는 이 지점에서 묻고 싶다. 과연 스킴스는 나이키의 브랜드 가치와 맞는가? SKIMS가 집중하는 ‘몸’은 분명하다. 그것은 단련되는 몸이 아니라, 보이는 몸, 연출되는 몸이다. 실루엣, 보정, 자신감, 그리고 시각적 완성도. 이 자체로 SKIMS는 매우 영리하고 강력한 브랜드다.
하지만 그 방향이 나이키가 정의해 온 ‘몸’과 같은가? If you have a body, you are an athlete. 이 문장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다. 나이키의 모든 제품, 모든 캠페인, 모든 선택을 관통하는 기준이다.
그래서 나는 묻고 싶다. 스킴스와의 협업을 결정하기 전, 나이키의 리더십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을까? 스킴스는 ‘운동’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그 정의 속에 ‘athlete’라는 단어는 존재하는가? 만약 이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athlete’라는 단어가 빠져 있다면, 그 결정권자들은 더 이상 나이키를 이끌 자격이 없다. 나이키는 마케팅 회사가 아니라 스포츠 회사이기 때문이다.

“Michael Jordan was such an icon — 30, 40 years ago, 15 percent of American teenagers wanted to be a professional athlete. Today almost 20 percent of teens want to be a creator… Isn’t Kim Kardashian the Michael Jordan of the creator generation?”
SKIMS CEO Jens Grede
나이키는 지난 10년간 여성 시장을 집요하게 공략해왔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그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정 영역에서는 작은 브랜드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왔고, 여전히 많은 여성 소비자들은 나이키 레깅스보다 룰루레몬의 레깅스를 먼저 떠올린다.
그 과정에서 나이키는 여성 사이즈의 조던과 같은 ‘에너지 제품’을 무리하게 투입하며 단기적인 매출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그것은 구조적인 성장이 아니라, 숫자를 맞추기 위한 임시방편에 가까웠다. 진정한 의미의 여성 비즈니스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 조급함의 연장선에서, 이번 SKIMS 협업이라는 선택이 등장한 것처럼 보인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이것이다. 지금의 나이키는 덩치만 커진 겁쟁이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실패를 감수하고 내부에서 답을 찾기보다, 외부의 영향력을 빌려 상황을 모면하려는 선택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의 흐름을 보면, 문 슈(Nike Moon Shoe)조차도 단독으로 서기보다는 자크뮈스의 힘을 빌려 에너지를 만들겠다는 발상이 등장한다. 문 슈 자체를 어떻게 띄울지 보다 자크뮈스의 힘을 쓰는 게 더 편하니까.
여기에 더해, 지난 몇 년간 ‘디지털’이라는 이름 아래 나이키에 오래 몸담으며 브랜드의 낭만을 지켜온 인력들이 대거 정리되었다. 그 결과, 지금의 나이키에서 과거 우리가 알던 나이키 낭만을 찾기 힘들게 되었다.
이 협업이 성공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나이키는 ‘겁쟁이’라는 인상을 지우지 못할 것이고, 반대로 SKIMS는 자신보다 몇십 배 큰 회사를 하드캐리한 대단한 브랜드로 기록될 것이다.
SKIMS의 CEO 옌스 그레데(Jens Grede)는 이번 협업을 설명하며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과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을 비교했다. ‘지금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표현도 덧붙였다. 킴 카다시안의 영향력은 분명하다. 그 점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나이키에게 마이클 조던은 단순한 인플루언서가 아니다. 그는 스니커즈 문화 그 자체이며, 나이키라는 브랜드의 역사와 정체성을 함께 만든 상징이다.
그 무게를 가볍게 비교하는 순간, 이 협업은 문화가 아니라 마케팅이 된다. 나이키 x 스킴스 협업의 진짜 문제는 실패 가능성에 있지 않다. 성공하더라도 나이키답지 않다는 점, 바로 거기에 있다. 브랜드는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대신, 조금씩 다른 언어를 쓰기 시작하며 서서히 희미해진다. 그리고 지금 이 협업은, 나이키가 그 위험한 문장 하나를 이미 발화해버렸다는 신호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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