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는 도파민 문제. 그러니깐 스마트폰이나 유튜브와 게임에 빠지는 것은 문제로 인식됩니다. 이런 활동을 싸구려 도파민(Cheap dopamine)이라 불러집니다. 싸구려 도파민은 우리의 생산성을 떨어트리기에 문제로 인식되죠.
이런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고통을 선택해라"나 "도파민을 역이용하기"가 유행인 것 같습니다. 디지털 디톡스를 하거나 찬물 샤워를 해서 도파민 분비량을 늘리거나 혹은 스마트폰 중독을 책 중독으로 바꾼다라는 식이죠.
그런데 저는 이런 방법들이 본질적인 해결법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이런 방법들이 효과가 있었으면 입시판에서 먼저 돌았을 것이고 마약 중독 치료에도 찬물 샤워가 사용되었을 겁니다. 하루 이틀을 가능해도 지속 가능한 방법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공허한 방법들이죠.
저는 도파민 문제로 불리는 것들이 사실은 문화 자본의 부족이 본질적인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문화 자본을 늘리는 것이 진정한 해답인거죠. 이번 레터에서는 도파민 문제에 관해서 조금 다른 관점을 말해보겠습니다. 이 전략이 여러분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었음 합니다.
가장 첫 번째로 생각할 게, 도파민 관련 문제가 도파민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신경 전달 물질 자체의 문제가 있을 건 아니라는 겁니다. 도파민이 과하거나 부족한게 문제라면 정신과 가서 약 먹으면 됩니다. 도파민을 줄여주는 약도 있고 늘려주는 약도 있어요. 굳이 찬물 샤워를 한다느니 이럴 필요가 없습니다. 전 동기부여 관련 메시지가 병원 가야 할 사람들을 못 가게 만드는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생각합니다. 싸구려 도파민 문제의 원인은 도파민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내가 비생산적인 활동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에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비생산적인 활동 대신 생산적인 활동이나 또는 의무적인 일을 즐거움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흔히 말하는 도파민 역이용이죠. 그러나 재미없는 일을 취미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런 방법이 존재했다면 입시판에 먼저 퍼져서 상위권 학생들의 순 공부 시간이 18시간을 찍었을 거예요. 생산적인 일에 재미를 느끼는 것은 덕업일치의 영역입니다. 그리고 덕업일치는 사실 축복받은 거죠.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라는 말도 있으니깐요.
각종 자기계발에서 노잼인 일에 조금이라도 재미를 느끼게 하려고 갖가지 스킬이 등장합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이라던가 혹은 투두리스트를 작성하고 해치우면서 성취감을 얻기 등이 있죠. 다 헛소리입니다. 노잼은 어떻게 포장하려고 해도 노잼입니다. 영화 자체가 노잼인데 스크린 테두리가 번쩍거리거나 의자 편하게 만들어봤자 뭐하나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그런 방법이 있으면 입시판에서 먼저 돌았습니다.
노잼인 일에 재미를 느끼게 바꾸려면 환경적인 요소가 많이 따라야 할 겁니다. 내가 노잼인 활동을 하면 피드백을 해주고 응원도 해주는 등의 사람이 필요하죠. 어쩌면 눈 앞에 경쟁자가 있어줘야 할 필요도 있겠고요. 이건 개인의 마인드셋을 바꿔서 될 문제가 아니라 돈을 발라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대다수는 이런 환경 구축을 할 조건이 못 되지요.
강제로 노잼 활동을 해야하는 의무가 넘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은 어쩔 수 없지만 휴대폰을 치우거나 일단 5분만 집중해보기 등의 이미 많이 나돌아다니는 자기 계발 방법론을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의도적으로 고통을 선택하라라는 메시지도 있는데요. 이건 논의할 필요도 없는 공허한 얘기입니다. 의사 결정에 있어서 더 고통스러운 방법을 택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더 고통스러운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라 봅니다. 네이비 씰이라면 가능할 지도요. (또 말하지만) 의도적으로 고통을 선택하라라는 방법이 통했다면 모든 수험생이 순공시간 18시간을 찍었을 겁니다.
찬물 샤워같은 메시지도 미라클 모닝 2.0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찬물 샤워를 하면 인생은 고통이다라는 것을 깨닫고 도파민 분비를 늘려주고 뭐 좋은 효과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효과가 있으면 미국 정부가 먼저 채택을 했을 겁니다. 무슨 소리냐 하면 도파민 문제의 끝판왕은 마약 중독입니다. 간단한 찬물 샤워가 그리 효과가 있었으면 미국 정부가 펜타닐 중독자들을 납치해서 강제로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시켰겠죠. (농담입니다)
저도 찬물 샤워를 꽤 해봤었습니다. 헬스 마치면 샤워실에서 찬물 샤워를 하면 고양감이 느껴지긴 합니다. 인생은 고통이야! 하면서 뭔가 끓어오르는 느낌이 있죠. 하지만 그 때 뿐입니다. 이것이 생산성을 늘려준다 던가의 효과는 체감을 못 했습니다. 피부 건조해지고 감기만 얻었을 뿐이예요.
도파민 문제랑 별개의 얘기지만, 나한테 들어오는 메시지들이 단순히 좋아요를 받기 위해서인지 혹은 정말 효과를 전달하기 위해서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메시지가 단순하고 따라하기 쉬워보일 수록 효과가 있는 방법은 아닐 겁니다. 왜냐면 그렇게 좋은 방법이 있다면 모든 사람이 그 방법을 하고 있을 겁니다. 혹은 의료나 입시판에서 도입되었을 겁니다. 왜냐면 그곳이 더 절박하고 오가는 돈도 큽니다.
미국에서는 저소득층의 비만율이 고소득층보다 더 높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저소득층의 사람들이 값도 싸고 접하기도 편한 싸구려 정크푸드를 먹어서 그렇다 합니다. 비만은 건강의 문제이지만 사실 문화와 경제에 원인이 있는거죠. 이처럼 현상과 원인은 다른 분야에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겐 정크푸드를 먹지마! 라는 접근법보다는 정크푸드가 아닌 건강식품에 대한 인식과 소비를 늘려줘야 할 겁니다. 지금 말하는 도파민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싸구려 도파민은 현대인의 유일한 취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면 접근하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바빠서 다른 취미를 즐기기엔 어렵기 때문이죠. 돈도 들지 않고요. 위의 정크 푸드와 같은 이유죠. 쇼츠나 유튜브 영상을 안 본다면 그 시간에 즐길 다른 취미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사실 없을 겁니다. 공부나 일을 하겠다고요? 그건 취미가 아니죠. 앞서 말했듯이 도파민 역이용 따윈 없습니다. 평소에 몰입할 취미가 유튜브, 쇼츠, 게임인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그거 말고는 취미가 없죠.
저는 쇼츠 영상을 잘 안 봅니다. 유튜브 활동도 하지만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영상도 잘 안 봅니다. 이유는 책 읽고 생각하는게 더 재밌기 때문입니다. 이를 제텔카스텐에 작성하는 것도 재밌고요. 다른 관점을 제시해서 사람들에게 팔아먹을 생각을 하는게 더 재밌습니다. 사람들이 놀라워하거나 지지해주는 반응도 좋고요. (그러니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물론 쇼츠나 유튜브 영상 재밌게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게 더 재밌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하다보니 문화 자본이 쌓여서 안 하게 되는 거죠. 한식 좋아하면 굳이 맥도날드 먹을 필요가 없잖아요.
의도적으로 수도승처럼 살 수는 없습니다. 디지털 디톡스를 한다고 해봤자 작심삼일일 겁니다. 그래서 싸구려 도파민 문제는 회피보다는 공격적으로 대안을 찾음으로 해결해야합니다. 대다수는 취미나 관심있는 분야가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던져야 할 올바른 질문은 "어떻게 하면 비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을까?" 가 아닌 "어떤 주제나 활동이 내가 즐거워할까?" 입니다. 어려운 질문이죠. 여러 경험을 하면서 문화 자본과 나에 대한 이해가 쌓여야 답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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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군
출근후 아침 루틴으로 메일을 정리하고 있는데 보물상자처럼 도착한 인사이트에 항상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주제도 상당히 인상깊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안의 생산성 (544)
조금의 생각 거리가 되었다니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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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도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시간도 돈도 없으니 빠르게 도파민을 충전시킬 수 있는 것들에 쉽게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런 주제로 레터가 날아와서 반가웠습니다! 잘 정리된 생각과 글을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안의 생산성 (544)
타이밍이 맞았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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