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설득은 감정으로 이뤄집니다. 자신이 이성적이라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자신이 논리와 숫자에 설득된다고 믿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숫자와 논리는 설득되는 감정을 불러오는 도구일 뿐입니다.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더라도 감정이 안 따라주면 싸하다는 이유로 설득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설득된 척하더라도 마음까지 따라주지 않는 거죠. 동의하는 것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어디 네 말대로 해보시지"라면서 비협조적일 겁니다. (정작 이 문단이 설득되는 감정을 불러올진 잘 모르겠네요.)
현재 제 유튜브 영상에서 인기 있는 컨텐츠는 PARA나 GTD입니다. 소수의 매니아 분들은 멘탈 모델 관련 컨텐츠도 좋다고 하시네요. PARA, GTD, 멘탈 모델. 이런 컨텐츠들을 생각해보니 다 생각 정리를 도와주는 도구네요. 제 컨텐츠를 찾는 분들은 결국에는 생각 정리에서 팁을 얻고 싶으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 정리는 자기 설득의 과정입니다. 앞으로의 일들을 계획한다든가 혹은 어떤 것에 대한 나의 태도를 명확화하는 거죠. 멋지거나 디테일한 계획을 세웠더라도 정작 내가 설득이 안 되면 생각이 정리된 것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설득은 감정의 영역입니다. 그렇다면 자기 설득인 생각 정리 역시 감정의 영역이라 볼 수 있습니다. 나를 설득하고 납득할 수 있게 행동, 태도, 계획을 명료화하는 과정입니다.
만약 미래가 불안하다면 더 많은 "생각 정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어쩌면 불안 때문에 마인드 맵을 열심히 그려본다든가 생산성 팁들에 집착할 수 있죠. 여유롭거나 자신이 있다면 생각 정리가 필요 없죠. 상황이 닥치는 대로 대응을 하면 되니깐요. 안 가본 옆동네 갈 때엔 계획이 필요 없겠지만, 해외에 나갈 때는 계획이 필요합니다. 불안하니깐요.
이번 레터에서 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어떤 생산성 문제의 해답이 감정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마인드맵을 열심히 그려보거나 투두리스트를 자세히 작성하는 것에 있지 않고요. 생산성에 관심 있는 분들이면 이성적인 분들이 많아서 감정 관리에 소홀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바빠지게 되면 사람이 예민해지고 조그만 자극에도 분노와 짜증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혹은 무기력해지거나 불안해지기도 하고요.
무덤덤한 분들은 자신이 감정 컨트롤을 잘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위와 같은 감정의 위기 상황에서 감정 컨트롤의 실제 역량을 보게 됩니다. 평소에는 단지 감정의 동요를 느낄 기회가 없었을 뿐이죠. 위기에서 진짜 역량이 드러납니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 진짜 애국자와 매국자가 나타나고요.
감정 관리는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현재 내 상태를 알려고 하고 지금 느끼는 감정을 알아차리는 거죠. 그리고 이 감정이 왜 일어났는지를 파악하는 겁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것에 그대로 반응하지 말고 한 발자국 물러서서 생각해보는 거죠. 그리고 이런 감정의 알아차림을 훈련하는 방법은 명상밖에 없다고 봅니다.
저번 레터와 마찬가지로 명상의 중요성을 얘기하면서 끝나네요. (한 주제를 몰아서 노출하는 게 설득이 더 잘되는 것 같아요.) 뻔하긴 해도 중요한 주제라 생각합니다. 정말로 생산성이 시험받는 상황이 오면, 어떤 생산성 기술이나 노하우를 갖고 있느냐는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나 샘 알트만은 PARA나 GTD 아마 모를겁니다. (GTD는 알 수도?)
오히려 그 밑단에 있는 에너지와 감정 컨트롤의 역량이 성패를 좌우할 것입니다. 그리고 감정 컨트롤을 평소에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은 명상이고요.
1) 이번 주에 출판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이 나오면 말씀 드릴게요. 실용서라서 많은 분들에게 필요한 책은 아닐 것 같긴 합니다.
2) 유튜브 영상도 만들어야 하고 메일 레터와 책도 써야하고 회사에서는 한창 크런치 모드라 바쁘네요. 저 자신의 생산성의 한계를 요즘 테스트하는 중입니다. 그러다 보니 에너지와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됩니다. 이번 레터는 제가 요즘 느낀 점을 담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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