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재 품질 관리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자주 측정하는 항목이 하나 있는데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바로 입도 분석(PSD, Particle Size Distribution) 입니다. 양극재 스펙 시트를 열면 맨 위에 D50이 적혀 있죠. 그만큼 입자 크기는 소재의 신분증 같은 숫자입니다. 입도가 슬러리 점도와 코팅 균일도 그리고 압연 밀도까지 줄줄이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 D10 · D50 · D90은 무엇을 뜻하나요?
분말 속 입자는 모두 같은 크기가 아닙니다. 작은 것과 큰 것이 섞여 종 모양의 분포를 이루죠. 이 분포를 몇 개의 숫자로 줄여 표현한 것이 D값입니다.
![[이미지: 입도 분포 곡선 위에 표시한 D10 · D50 · D90 — 각 점선의 왼쪽에 쌓인 부피가 전체의 10%와 50% 그리고 90%가 되는 지점입니다 / 출처: SINOPRO LETTER 자체 제작]](https://cdn.maily.so/du/sinopro/202609/1788764546392979.png)
D50은 부피 기준으로 딱 절반이 되는 지점의 입자 크기입니다. 전체 부피의 50%가 이보다 작은 입자로 채워진다는 뜻이죠. 그래서 D50은 분말 품질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로 쓰입니다.
D10과 D90은 각각 아래쪽 10%와 90% 지점입니다. 이 세 값을 묶어 분포의 폭을 보는 지표가 스팬(Span)입니다. (D90 − D10) / D50 으로 계산하죠. 스팬이 크면 입자 크기가 들쭉날쭉하다는 뜻입니다.
실무에서는 D50 하나만 맞추고 넘어가면 안 됩니다. D50이 같아도 분포 폭이 다르면 슬러리 거동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 측정 방식은 어떻게 나뉘나요?
현장에서 쓰이는 방식은 네 가지 정도로 정리됩니다. 측정 원리가 다르면 같은 시료에서도 값이 다르게 나옵니다.
레이저 회절 (Laser Diffraction): 입자에 레이저를 쏘고 흩어지는 빛의 각도로 크기를 역산합니다. 서브마이크론부터 수 mm까지 넓은 범위를 빠르게 잽니다. 재현성이 좋아 양산 품질 관리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죠. 국제 규격도 ISO 13320으로 정리돼 있습니다.
동적광산란 (DLS, Dynamic Light Scattering): 입자가 액체 속에서 떨리는 속도로 크기를 봅니다. 나노 영역 측정에 강합니다. 카본블랙 같은 도전재 분산 상태를 볼 때 씁니다.
이미지 분석 (Image Analysis): 현미경이나 SEM으로 입자를 직접 찍어 세어 봅니다. 크기뿐 아니라 모양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죠. 대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체 분석 (Sieve Analysis): 눈금이 다른 체를 겹쳐 걸러 냅니다. 원리가 단순하고 저렴합니다. 미세 입자 영역에서는 해상도가 떨어집니다.
👉 입도가 셀 성능을 어떻게 바꾸나요?
입자가 작으면 표면적이 넓어집니다. 리튬이온이 드나들 거리도 짧아지죠. 그래서 출력 특성과 급속충전에 유리합니다. 다만 표면이 넓은 만큼 전해액과의 부반응도 늘어 수명이 깎일 수 있습니다.
입자가 크면 반대입니다. 부반응이 줄어 수명은 좋아지지만 출력이 떨어집니다. 실제 양산에서는 큰 입자와 작은 입자를 섞는 바이모달(Bimodal) 배합을 자주 씁니다. 큰 입자 사이 빈틈을 작은 입자가 메워 압연 밀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죠.
측정 조건도 중요합니다. 분산이 덜 된 상태에서 재면 뭉친 덩어리(Agglomerate)가 큰 입자로 잡힙니다. 습식 분산인지 건식 분산인지 그리고 초음파를 몇 초 걸었는지에 따라 값이 달라지죠. 그래서 소재사와 셀 메이커는 측정 프로토콜부터 합의해 둡니다. 숫자를 맞추기 전에 재는 방법을 맞추는 것이 먼저입니다.
입도 분석은 배터리 소재 품질 관리의 첫 관문입니다. D50이라는 한 숫자 뒤에는 분포 폭과 측정 조건이라는 맥락이 함께 붙어 있죠. 최근에는 딥러닝으로 SEM 이미지 속 입자를 자동으로 세고 형상까지 정량화하는 연구도 활발합니다. 사람의 눈과 손에 의존하던 영역이 자동 계측으로 옮겨 가는 중입니다. 앞으로는 입도 데이터가 검사 성적서에 머물지 않고 코팅 조건에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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