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우주- 제1편] 같은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

시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우주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

2023.09.01 | 조회 3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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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은 우주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너른 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들, 소용돌이 치며 돌아가는 은하의 모습, 우주의 공간들을 빼곡히 메운 성간 물질의 구름같은 걸 떠올리지는 않으셨나요? 우리는 우주를 떠올리면 과학책에서, 과학 잡지에서 봤었던 우주 사진들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겁니다. 그런데 만약, 우주의 모습을 소리로 담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제임스 웹 망원경이 관측한 우주 이미지의 소리입니다. 이어폰을 끼고 감상하시면 더욱 황홀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주를 보는 법

사실 우리가 보는 우주의 사진들과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는 사뭇 다릅니다. 제임스 웹 망원경이 보고있는 우주의 장면을 우리가 직접 본다면 아마 그 감동이 훨씬 덜할지도 모릅니다. 우주 망원경들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영역의 가시광선 뿐만 아니라 자외선 적외선 등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광선까지 관측하고 있죠. 

그래서 이런 우주 사진들을 만들 때, 과학자들은 꼼수를 하나 씁니다. 자외선과 적외선 등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파장들에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긴 파장에는 붉은 색,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짧은 파장에는 푸른 색으로 색을 부여하는 거죠. 망원경이 관측 가능한 빛의 영역을 우리가 볼 수 있는 영역으로 압축하는 겁니다. 그렇게 눈으로 보이지 않는 다양한 파장으로 찍힌 사진들을 합쳐 하나의 이미지로 나타냅니다.

<i>서로 다른 파장 길이의 여섯 이미지를 합쳐서 오른쪽의 이미지가 완성이 됩니다. <br>(이미지 출처: 제임스 웹 망원경 공식 홈페이지)</i>
서로 다른 파장 길이의 여섯 이미지를 합쳐서 오른쪽의 이미지가 완성이 됩니다. 
(이미지 출처: 제임스 웹 망원경 공식 홈페이지)

우주 사진을 음향자료화 Sonification 하는 과정도 이와 비슷합니다. 앞에서 소개한 비디오에서는 다른 파장의 이미지에 색을 부여하는 대신 다른 악기를 사용합니다. 이미지 상의 위치는 음의 높낮이가 되고요. 다양한 파장을 나타내는 다양한 악기와 불규칙적으로 펼쳐진 별들의 위치가 합쳐져 꽤나 신비로운 음악을 만들어내죠.

이 방법 외에도 우주와 관련된 데이터를 음향자료화 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NGC1300 은하를 음향자료화 영상에서는 사진 속 빛의 세기를 소리의 크기로, 은하 중심에서 떨어진 거리를 소리의 높낮이로 나타냈습니다. 

📡 우주를 듣는다는 것 

이렇게 만들어진 우주 음향데이터는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시각장애 때문에 우주를 사진으로, 시각적으로 접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말이죠. 유럽 중력 천문대에 소속된 완다 디아즈-머세드 박사 역시 우주 음향 데이터를 사용하는 연구자 중 한명입니다.

<i>완다 디에즈-머세드 박사<br>(출처: TED)</i>
완다 디에즈-머세드 박사
(출처: TED)

대학 생활 중 시각장애를 얻은 디아즈-머세드 박사는 친구가 우연히 들려준 태양의 라디오 신호 소리를 듣고 천문학자의 길에 접어들게 됩니다. 그 이후로 전파망원경의 음향 신호를 이용해서 태양풍, 우주 방사선 등을 연구했죠. 디아즈-머세드 박사는 이제 우주 음향데이터화 작업의 중요성을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서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해석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서, 데이터의 접근성이 떨어져서 천문학을 연구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그의 목표입니다. 또한 디아즈-머세드 박사는 음향자료화를 통해 우주의 문턱을 낮추는 일이 단순히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디아즈-머세드 박사님이 진행한 한 실험에서는 우주 음향 데이터를 시각적 데이터와 함께 사용해 분석한 연구자들이 더 정확한 분석을 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 우리가 모두 같은 우주를 바라볼 때 

음향자료화라는 분야는 이제 막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비교적 신생 분야입니다. 음향자료화 된 데이터가 가장 많은 분야는 천문학이지만, 최근에는 생물학, 화학 등에서도 음향자료화를 시도하고 있죠. 디아즈-머세드 박사를 포함해 음향자료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많은 사람들은 음향자료화가 특별한 일이 아니라 흔한 일, 당연한 일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이 넓은 우주 속에서 우주를 이해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장애의 여부와 상관 없이 우주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오늘 레터, 재밌게 읽으셨나요?

비장애인으로서 장애인의 경험에 대해 쓰는 건 조금 조심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음향자료화가 비장애인의 시혜적인 시선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전달하려고 특별히 애를 썼던 것 같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항상 어려운 일입니다 허허. 그럼 다음주에도 "모두를 위한 우주"라는 주제로 재미나게 써서 돌아오겠습니다. 행복하세요,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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