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남은 대책 1 : 자리

읽었던 책을 이야기하고 선물합니다

2021.07.07 | 조회 6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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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박사 김민지

생활 전공자를 위한 내적 대화 콘텐츠

몇 달 전 보았던 제비집에 식구가 늘었다. 작은 샐러드볼의 절반 정도 되어 보이는 둥지에 제비 네 마리가 앉아서 아스팔트 너머를 관망하고 있었다.

현관 앞에 도착했을 때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곳을 표현하는 말들을 머릿속으로 세어볼까 하다가 관뒀다. 인생에 거점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 둘 중에 후자로 20대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보면 인생을 통해 어떤 장을 마련하기보다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쉬웠던 것 같다. 쉽다고 적었지만 비교적 덜 어렵다고 표현하는 게 적확할 정도로, 여전히 공간감이 부족한 사람으로 지내고 있다.

다른 작업은 몰라도 글쓰기 작업은 그다지 큰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도 무언가를 표현하고자 할 때 계속해서 가꾸고 싶은 공간에 놓여 있는 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좋겠지만 막상 작업에 들어가면 알게 된다. 그 어떤 공간보다 내 마음의 면적과 층고가 넓고 높게 마련되지 않으면 딱 막힌 표현만 쏟아져 나온다는 것을.

팬데믹 이전에도 나는 구석에서 글을 쓰는 걸 좋아했다. 어쨌든 자처해서 나를 코너로 몰고 나면 예측할 수 없는 표현이 나올까 하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던 것 같다. 어처구니 없긴 해도 그런 의미 부여도 없이 그 많은 시간을 보낼 만큼 의지가 강한 사람은 아니었으니. 늘상 쏠리는 자세로 있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앞으로 기울고 마는 몸이 되어버렸다.

작년 연말에 출간된 김소희 작가의 『자리』는 스스로 여러 계기를 마련해보지만 결국엔 장으로 나아가야만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가 싶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이사 분투기다. 서울에 살면서 정말 사람이 살 곳이 아닌 것 같다 해도 사람이 살고 있거나 살았다는 공간을 많이 다녀갔던 터라 깊이 공감하며 읽었다.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는 요즘, 자신이 오래 머물거나 선택한 공간으로 자신의 가치와 미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런데 스스로 만족할 만한 가치를 창출하거나 마음에 드는 표현을 연습하기 이전에 좀처럼 극복할 수 없는 상황과 마주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어쩌면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결국 또 나 혼자 '정신 승리'를 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마음의 자세나 태도를 뜻하는 '정신'을 제외하고 무엇을 기준으로 안정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홀로 들어설 수 있는 작업실이 각자의 마음이라면, 그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하나의 기록으로 이 책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자리』 김소희 만화, 만만한책방, 2020
『자리』 김소희 만화, 만만한책방, 2020

'내게 남은 대책'은 만물박사 김민지가 완독한 좋은 책을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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