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때 던지면 해로운 질문들

그러나 한 번쯤 꺼내야 하는 칼답들

2021.10.18 | 조회 7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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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박사 김민지

생활 전공자를 위한 내적 대화 콘텐츠

모든 직장인이 엑셀에 능통하진 않다. 한때 나는 피벗테이블을 잘 만들고 싶었다. 오늘도 나는 카카오톡 PC버전의 채팅방 배경을 엑셀 테마로 설정하고 일하는 중간 중간 뜻하지 않게 자아가 발현되는 순간마다 나와의 채팅방에 적을 뿐이다. 해야 할 일들. 또 해야 할 일들. 해야 하는 일을 다 끝냈는데도 개운치 않은 하루도 있다. 기능 없이 형식만 익히느라 분주했던 시간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뒤늦은 내가 조금은 더 즐겁고 흔쾌히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고자 한다. 무엇이 있을까.

진로 상담을 받고 싶은 어느 월요일
어느 날 퇴근길 떡볶이 가게에서 발견한 일개미 도감
어느 날 퇴근길 떡볶이 가게에서 발견한 일개미 도감

꽤 오래 밥벌이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말 그대로 밥을 번다. 순수하게 돈을 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 말을 몇 년째 하고 있다. 스스로 워킹푸어라고 소개할 때도 있지 않은가.

맞다. 워킹푸어다. 사실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푸어가 붙을 때보다 하고 있는 것에 푸어가 붙는 것에 조금 더 큰 수치를 느끼는 편이지만 남이 괄시하기 전에 나 스스로 현실을 자각하는 것이 그나마 멘탈을 덜 깨뜨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해왔다.

근데 왜 부끄러움을 감추지 않는가. 

감추든 드러내든 부끄러움은 피할 수 없다.

대체 왜 부끄러운가.

경제인구로서 활동 중인데 경제적으로 살지 않고 있는 것이 스스로 한심하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아끼든 낭비하든 지금 내가 어떻게 돈을 벌어 어떻게 쓰고 있는지 알아차린 상태가 비교적 만족스럽다면 나름 경제적으로 사는 게 아닌가 싶다.

스스로 한심한 상태에서도 매일 같이 출근하는 게 용하다. 회사일은 어떤가. 할 만 한가.

수많은 회사일 중에 출근이 제일 어렵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출근하는 버릇을 잘못 들인 적이 있다. 가끔도 그 버릇이 도진다. 한심하게 들려도 어쩔 수 없다. 나도 반성하는 부분이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그런 근태가 받쳐주지 않으면 소용없다.

택시는 부디 끊길 바란다. 회사에서의 실무는 어떤가.

숙련이 되어도 방심하면 실수가 나온다. 긴장해도 실수가 나온다. 그래도 어떻게든 그런 문제들은 해결이 된다. 직장일이니까. 남들은 별 거 아니라고 하는 작은 실수일 때도 스트레스 받고 멘탈이 깨져서 무기력이 나노 단위로 찾아온다. 스트레스가 강박으로 변이되는 것도 무섭지만 무기력으로 변이될 때가 제일 무섭다. 

크게 겪어본 적이 있는가. 겪어봤다면 어떻게 극복했는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일을 그만두거나 일하는 환경을 바꾸는 것으로 환기가 됐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것으로는 극복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럼 방법이 없는가.

예전의 방법이 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알아내서 해결해야 한다.

무엇을 알아내야 하는가.

적성과 심성을 덜 거스르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적성과 심성?

그렇다. 잘한다는 이유로 원하는 부분만 궁극적으로 취할 수 없지 않은가. 물론 일을 잘하게 되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손을 뻗어가는 사람도 세상엔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갈등한다는 걸 봐왔다. 일에 대한 보수와 보람. 무엇에 기준을 두고 있든 일단은 스스로 치러낸 밥벌이의 과정에서 마음이 동하거나 닳는 부분들을 잘 봐두면 좋다.

앞서 워킹푸어라고 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승리하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워킹퓨어라고 바꿔 부르고 싶다.

맘대로 불러도 좋다. 이러나 저러나 일은 죽을 때까지 해야할 것이기에. 

역시 돈 때문인가. 

알면서 뭘 묻나. 그래도 보람은 있다.

어떨 때 보람을 느끼는가. 

내적 동기를 바탕으로 일을 처리할 때 보람을 느낀다. 성과에 대한 타인의 치하 같은 건 그다음 문제다. 내가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의미 찾다가 무기력이 찾아오는 거 아닌가.

맞다. 그래서 그렇다는 생각도 간혹 했다. 

어느 정도 돈을 벌어야 그 일을 하는 데 무리가 없을까.

돈을 많이 받으면 무리가 오지 않을까, 예전엔 큰 경험도 없이 그런 노파심이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것보다 요즘 정말로 궁금한 건 그런 거다. 돈을 벌 만큼 벌면 이 일이 어떻게 느껴질까. 그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나는 이 일로 얼마만큼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생각보다 야망이 있어 보인다. 

아니다. 뭐라도 잡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렇다. 

뭘 그렇게 잡으려고 하나.

다름아닌 내 멘탈이다. 지금은 직종을 옮겼지만 예전에 마케팅 분야에 있을 때 성과를 측정하는 두 가지 기준이 있었다. 정성적 데이터와 정량적 데이터. 그동안은 일을 하면 늘 그 두 가지 데이터가 비례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제는 좀 함께 끌어올리고 싶다.

택시부터 안 타길 바란다. 기본기가 중요하다.

알겠다. 새겨 듣겠다.

잘 생각했다. 조금씩 경제관념도 생기길 바란다. 그런 고정관념은 생활에 꼭 필요하다.

알겠다. 경제적으로 살아보겠다.


추신, 오랜만에 하는 인터뷰. 이번엔 밥벌이하는 저에게 질문 공세를 해보았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는 지난주 백신2차 접종을 마치고 오한을 극복하고 돌아왔습니다. 오한 이전에 방황과 무기력의 내적 갈등 기간이 있었어요. 날이 많이 쌀쌀해졌네요. 여러분들은 어떤 일에 많은 시간을 쓰고 계신가요. 저는 꼭 돈을 벌지 않아도 정성적으로 주관적인 만족도를 준다면 그 일은 반드시 열심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아는데도 레터를 못 보내고 있었네요. 반성합니다. 어쨌든 앞으로는 경제적으로 살아가며 꾸준해지겠습니다. 따뜻하게 있으셔야 해요. 감사합니다.

● 만물박사 김민지의 뉴스레터는 구독자 여러분의 긴장성 두통, 과민성 방광 및 대장 증후군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언제나 좋은 텍스트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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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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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ver 2 year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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