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꿈은 함정에 빠질까 혹은 흉이 남을까 싶어 대비하지 않고 그저 흠뻑 빠진 채로 우물을 길어 올리듯 자신을 퍼내는 거예요. 허리 숙인 사랑이 저 위에서 멀찍이 저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상상을 한 적이 있어요. 바닥을 칠 때 나 자신이 물처럼 찰랑이며 올라오길 기다리는 무형의 가치가 있다고 믿으면 좀 나아져요. 신이 있다면 그런 관념으로 머물러줬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하는 생각들 하나하나가 신의 세포라는 근거를 살면서 많이 찾고 싶어요.
요즘은 하루하루 어떤 생각을 하며 지냈는지, 그보다 하루하루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나마 더 기억하고 지내는 편이에요. 근데 그마저도 기억하기 힘든 날들이 있어서 그동안 뭐라도 열심히 쓴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언젠가 쓰려던 이야기들. 그게 죄다 뭐였는지 분간이 되지 않을 만큼 스스로 많이 불분명해졌어요. 그런 시기에 담담하게 사랑 이야기를 써보라던 말을 듣고 한참 게으름을 피우다 이제야 씁니다.
● 만물박사 김민지의 뉴스레터는 구독자 여러분의 긴장성 두통, 과민성 방광 및 대장 증후군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언제나 좋은 텍스트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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