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꿈치들

떨어지고 붙는다는 것 (1)

2021.05.27 | 조회 7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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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박사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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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주목보다는 자신의 안목을 키우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 그게 지금의 내가 진정으로 가야 할 길이다. 

나와 내가 힘을 내는 메모장(만물박사 김민지 혼자 있는 카톡방)
선생님, 대체 무엇을 더 증명하려 하십니까
선생님, 대체 무엇을 더 증명하려 하십니까

시를 쓴다. 처음 시 비슷한 것을 쓴 건 열세 살 때였다. 아침 자습 시간에 각자 자리에서 무언가를 쓰고 돌아가면서 자리에서 걸어나와 시를 읽는 일 년이 있었다. 시 비슷한 거. 시는 무엇일까. 어떤 걸 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성인이 되기까지 드문드문 시 비슷한 것을 습작을 해왔다. 몇 년 동안 습작했냐고 묻는다면 몇 년이라고 말하기가 좀 그렇다. 10년 이상 붙잡고는 있었지만 집약적으로 쓴 기간은 얼마되지 않기 때문이다. 쓸 때는 이렇게 못 써서는 안 돼. 안 쓸 때는 이렇게 안 써서는 안 돼. 떨어졌다고 울면 안 돼. 내가 쓴 건 정말로 시였나. 욕심이었나. 시 비슷한 거라고 발을 빼지 않아도 되고, 시라고도 우기지 않아도 되는 어떤 것을 쓰고 나서야 알았다. 좋아하는 것으로 어떤 마음을 증명하려는 것만큼 어리석은 게 없다는 것을, 그게 나의 마음을 증명하는 일일 때는 더욱 더 좋지 않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이제 그런 식으로 시를 쓰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작년 연말까지 예년처럼 투고할 자리가 보이면 계속해서 습작을 모아 냈다. 작년 연말 D 신문사 신춘문예 본심에서 떨어졌던, 가장 최근에 떨어진 시 한 편을 여기에 발표한다. 내가 나를 버리지 않고 있으면 언젠가 시 비슷한 것(습작으로 불렸던 뭔가)도 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된 데에는 매일 갈고닦아도 더 이상 처음처럼 빛나지 않는 꿈치들의 작용이 크다.


꿈의 꿈치들

김민지

그날 밥상에서 아무도 건드리지 않던 밑반찬, 바위보다 많은 파도를 만난 방파제, 수증기를 달고 사는 욕실 거울, 숨어서 알을 까는 곤충들의 더듬이, 점선을 따라가다 부러뜨린 칼날, 설마와 혹시의 우정, 다른 사람 집에 흘리고 온 머리카락, 힘이 들어간 구두 속 발가락, 공기를 밟고 올라서다 넘어지는 취객의 목소리, 언덕 위의 반지하, 평일 은행원의 시재

추신, 떨어지고 붙는다는 것. 낙선작과 당선작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위의 시는 언젠가 나올 수도 있는 시집에 수록되어 있을까요? 만약 실리게 된다면 지금 모습 그대로 실리게 될까요? 다음에는 그 이야기를 안고 오겠습니다. 

● 만물박사 김민지의 뉴스레터는 구독자 여러분의 긴장성 두통, 과민성 방광 및 대장 증후군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언제나 좋은 텍스트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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