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말은 취소하겠다. 대신 그 말을 고쳐 쓰겠다. 나이만 먹어도 살이 찐다. 이렇게 하릴없이 말을 고쳐 쓸 시간에 몸을 고쳐 쓰면 어떨까.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쓰는 체중 감량 선언문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적은 없지만, 다이어트의 성공 비결을 한 줄로 요약하는 건 너무나 쉽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기. 이 간단한 이치를 못 지킨 이유를 찾는 것에 쓴 시간을 운동에 쓰지 못한 것을 마음 깊이 뉘우치고 몸으로 그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몇 달 전 회사 동료 분에게 추천을 받은 운동이 있었다. 그 운동의 이름은 타바타, 그중에 콕 집어 추천을 받은 콘텐츠의 이름은 <죽음의 타바타>였다. 흡사 그때 그 시절 노래 <유혹의 소나타>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다이어트의 전주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에 휩싸였지만, 찰나의 느낌으로만 머문 채 또 몇 달이 지났다.
그 이후 또 매일이 치팅데이였다. 몸이 버거워도 입이 심심하면 "그래 입도 몸이니까" 생각하며 안일하게 또 이유 없는 관용을 베풀었다. 나는 이렇게 나를 키워나가는 방식이 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건강하게 찌운 살이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 탈이 날 게 분명했다.
오늘 다시 시작한 <죽음의 타바타>는 두 가지 진리를 알려주었다. 하나, 운동감각이 없어도 가능한 운동이 있다. 둘, 내 안에도 엉망이지만 분명히 계속되는 생체리듬이 있다.
전무후무한 운동감각과 엉망진창인 생체리듬으로 뛰어든 몸부림의 장에서 내가 얻고 싶은 것은 살아 있다는 기분 하나다. 예전만큼 마른 몸이 아니어도 괜찮다. 일단은 내가 굴려온 몸에 납득이 되는 선들만 남기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보다는 괴로움과 외로움에 조금 더 씩씩하게 맞설 수 있지 않을까.
추신, 모던보이로 불리는 시인 백석의 명작을 이토록 하찮게 제목으로 오마주해서 죄송합니다. 그가 시 안에서 구현했던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호흡도 부럽지만, 편안하게 정면으로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고 남긴 프로필 사진도 참 부럽더라고요. 죽음의 타바타를 지속한 후에 제 시가 어떻게 달라질지 너무 궁금해집니다. 몸이 조금 가벼워지면 한껏 망했던 프로필 사진도 새롭게 덮어쓰기할 수 있겠지요. 다음은 인터뷰 콘텐츠로 찾아뵐게요. 손발이 Do it! 이 밤을 Take it! 가슴이 복잡할 때는 제 메일을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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