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기로 했어요.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 기대라는 볼륨을 줄여왔지만, 혼자 가만히 있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요.
스스로 숨을 죽이고 조용히 있을 때면 사소한 움직임을 소리로 느낄 수 있습니다. 침을 넘기며 그 소리를 가장 크게 듣는 사람. 나에게 들리는 내 목소리와 남에게 들리는 내 목소리가 다르게 느껴져서 당황하는 사람. 사람은 의식하지 않을 때 진짜가 나와요. 몇 주 동안 오랜만에 만난 오랜 인연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어요. 사람들과 서로 나눠 가진 진짜와 가짜에 대해 곰곰 생각해봤어요. 무엇이 좋은지는 알 수 없지만, 무엇이든 나누게 되면 언젠가 알게 됩니다. 그것이 진짜든 가짜든 누구를 위한 최선이었는지.
최근에 저는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생활 속에서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 대로 마음이 읽히지 않을 때면 불안합니다. 그건 누구와 관계를 맺어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에 파고들 때가 많았어요.
하지만 가고자 하는 방향 대로만 마음이 나아가야 할까요. 그리고 꼭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여름입니다. 이 또한 저 혼자 비겁하게 기대감이라는 볼륨을 줄이고 있을 때 믿음이라는 인연의 씨앗을 심어준 사람들이 있어서 부릴 수 있는 여유겠지요.
어쩌면 제가 이토록 시와 생활에 천착하는 이유는 저조차도 이해하지 못할 말과 행동을 너무 자주 반복해서인지도 모르겠어요. 여름 장마에 다시금 깨닫습니다. 새로움의 순서를 바로잡아야 하는 시기라는 것을요.
추신, "여러 부침 속에서도 제 속에서 새로움을 캐내려는 사람이 다소 지루한 일에도 오래 공을 들이며 누군가의 한계도 특별함으로 품어간다"고 일기에 적고 자는 밤입니다. 누군가의 환심을 사기보다는 좋은 꿈을 같이 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시와 생활, 어디에서 어떤 발화를 하든 그것의 진위는 누구도 기만하지 않으려는 성실함을 보고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만물박사 김민지의 뉴스레터는 구독자 여러분의 긴장성 두통, 과민성 방광 및 대장 증후군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언제나 좋은 텍스트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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