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을 무렵, 회사는 설립 5년 차가 됐다. 나간 기사는 아홉 개. 주요 매체 기사는 없었다. 회사엔 홍보 담당자가 없었으니 당연지사라고 생각했다. 기술 스타트업은 보통 짧으면 1년, 길면 5년쯤 연구 & 개발에 정진하고, ‘지금이다(사업화)’ 싶을 때 홍보 담당자를 뽑는다. 우리 회사도 그랬다.
나는 *3대 신문사와 *통신사, *2대 경제지엔 꼭 기사를 내자고 다짐했었다. 근데 어쩌지. 회사엔 미디어 리스트가 없었다. 아참, 홍보 담당자가 없었지. 그러니까 이 또한 당연지사였다. 누구(어떤 매체? 기자 누구?)에게 연락할지 모르겠을 땐 2가지 해결 방법이 있다.
[방법 A]
- 경쟁사를 파악하고
- 네이버에 경쟁사 이름 검색
- 검색된 기사를 읽어 본 후
- 기자의 이름, 이메일 주소 파악
[방법 B]
- 회사/제품의 중요 키워드를 파악하고 (예: 컬리 - 새벽배송)
- 네이버에 키워드 검색
- 검색된 기사를 읽어 본 후
- 기자의 이름, 이메일 주소 파악
여기까진 쉽다. 문제는 그다음. 기자에게 정말로 메일을 보낼 차례다. 이제 2가지가 필요하다. ‘용기’와 ‘읽어볼 만한 글 쓰기.’
먼저, 용기. 용기는 그냥 갖자. 예의를 갖춰 메일을 보낸다면 잃을 게 없으니까. ‘함부로 메일 보냈다가 언론사가 우리를 안 좋게 보면 어쩌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자는 하루에도 엄청난 메일을 받는다. 관심 없는 메일은 열어 보지도 않는다. 쓸데없는 걱정 말고 메일을 보내 보자.
다음, 읽어볼 만한 글 쓰기. 글 쓰기 능력보다 태도가 중요한데, 나는 6가지를 유념했다.
[이메일 작성할 때 유념할 것]
- 기자의 이름을 부를 것
- 본인 회사, 이름, 직책(필요시 직급도)을 밝힐 것
- 요지를 분명히 밝힐 것
- 기자에게 관심을 표현할 것
- 짧게 쓸 것
- 친절하고, 다정하게 쓸 것
내가 실제로 썼던 메일을 예로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OOO 기자님,
저는 포자랩스 언론 홍보 담당 이준환입니다.
28일 '쫌아는 기자들' 기사 참 재밌게 읽었어요. 스타트업·AI 분야 취재 하시는 것 같아 연락 드렸어요. 포자랩스도 알고 계시면 좋을 것 같았거든요.
포자랩스는 AI 음악 스타트업이에요. 학습 데이터는 전부 자체 데이터만 사용하고 있어요. 때문에 저작권 문제가 없어요. 기술력을 인정받아 CJ ENM에게 시리즈 A 투자를 받았어요. 고객사는 MBC, 네이버 등. 주로 AI 생성 음원과 생성 기술을 납품하고 있어요.
국내/외 AI 음악 소식도 전해 드리고 싶어요. AI와 음악은 제 전문 분야거든요. 기회 닿는다면 만나 뵙고 인사도 드리고 싶어요. 연락처도 납깁니다. 언제든 편하게 연락해 주세요 🙂
감사합니다
/이준환
메일을 길게 쓰는 것과 예의 차리는 것이 별개의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기자들이 읽기엔 간명하게 쓴 내용이 오히려 더 '읽을만' 하니까. PR 담당자는 중언부언하지 않도록 늘 애써야 한다.
동료, 선배 없이 언론 홍보를 하다 보면 ‘이렇게 해도 괜찮은 걸까?’ 모먼트를 자주 마주하게 된다. 기자에게 처음 이메일을 보내는 것도 마찬가지. 거듭 말하지만, 예의를 갖춰 메일을 보낸다면 대체로 답장을 받게 되거나, 답장을 못 받더라도 염려하는 문제 따위는 발생하지 않는다. 낚싯대를 던져야 고기가 잡히는 것 아닌가. 그러니 용기를 갖고,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보자. 회사 소개 기사를 내는 게 생각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될 테니까.
[비고]
* 3대 매체: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 통신사: 연합뉴스/뉴시스/뉴스1
* 2대 경제지: 매일경제/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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