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일명 '서이초등학교 사건' 과 관련하여 한창 교육계가 뜨겁습니다. 삶을 마감하고자 결심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어떤 말을 전해야 할까요. 해당 사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할수록 가슴에 물기가 맺히는 듯합니다. 제가 가진 어떤 경험과 감정으로도 해당 선생님께서 (그리고 죽음을 선택을 하시는 분들이) 가지셨을 두려움과 괴로움을 느낄 수는 없을 거예요. 그 사실이 아픕니다. 부디 평안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2.이제까지 '교권 추락'이라는 키워드로 말이 많았습니다. 학생이 선생님을 패든, 몰카를 찍든, 욕설을 하든, 죽이려고 달려드는 등의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많은 교사들이 직접적으로 움직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교사가 학생을 패는 시절부터, 학생이 교사를 패는 시절까지 모두 겪은 사람들은 뭐가 이상하다는 걸 느낍니다. 어떤 위치에 있던, 사람이 사람에게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예요. 일방적으로 혹은 너무나 쉽게 누구를 해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바뀌어야 하는 게 맞는 거겠죠. 이에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잠시 내려놓는 방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기도 합니다. 파업이나 집회, 시위가 전형적이겠어요.
3.공교육을 멈춘다는 것. 교육자가 교육자로서의 업무를 잠시 내려놓겠다는 것. 이것이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는 곪아왔던 문제가 이제서야 터졌으며 교육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교육자로서의 생존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감내해야 하는 학생들에 대해서, 교육자로서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현 상황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있고, 맡은 책임이 있을 뿐입니다. 다만, 서로를 미워하는 분위기가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4. 최근 유명 웹툰 작가 사건부터, 장례식장에 찾아간 학부모 녹음파일까지.. 참 무어라 형언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교육계에 많이 보입니다. 그들의 잘못을 떠나서 무자비한 욕설과 비난의 댓글들을 봅니다. '필요' 하다며 신상을 털기도 하고 말입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순간은 그런 순간이 아닌가 싶어요. '당연하다'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요. 우리나라 사법체계가 완벽하고, 공권력을 신뢰해야 하고, 분노는 거둬야 하며, 복수는 복수를 낳으니 하지 말아야 하고.. 이런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너 일이라도 그랬을 거냐?' 라는 말에 '난 달라'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저도 똑같은걸요.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사석에서 친구들과 할 언행과 공적인 공간에서 할 언행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거예요. 잘 되지는 않더라도 의식하려고 노력합니다. 배려하며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은 애도하면서, 타인에게 너무 쉽게 똑같은 행동을 합니다. 인터넷 세상이라 더 그럴까요? 손가락질 당해 삶을 마감한 누군가를 안타까워하면서, 누군가에게 똑같이 손가락질합니다. '그거랑 이거는 다르죠. 이건 욕먹을 만하니까요!' 라면서 말입니다. 씁쓸한 현실입니다. 폭력 단절을 외치면서 주먹을 휘두르는 분위기는 조금은 가라앉기를 바랍니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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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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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의 생각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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