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여름에 폭풍같은 시간을 보내고 탈진해서 8월은 뉴스레터를 못 썼어요. 너무 많은 협업 프로젝트를 하며 생긴 인간에 대한 내적분노와 빡침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글을 쓰면 괜히 나중에 후회할 말을 하게 될까봐 말이죠. 하지만 9월까지 쉬면 안될 것 같아서 정신줄을 붙잡았습니다.
그 사이에 임시 저장글만 끄적거리며 몇 가지 고민을 했는데 앞으로는 평어체를 쓰려고 합니다. 글이 쓸데없는 길어지는 것을 줄이고 간결명료하게 써보고 싶네요.
Today's Website
저번에 소개한 '2021 프랑켄슈타인'은 처음 만들어본 AR 앱 작품이자 팀원들 모두 한마음으로 고생해서 만든 작품이었다. 다같이 짧은 지원사업 기간 내에 초집중해서 만들었기에 거의 전우애가 생길뻔한 경험이었다. 다같이 고생한만큼 제대로 아카이브를 하기 위해 임시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작가들 소개와 인터뷰와 작품 설명 등을 담았다.
청년예술청 전시 이후, 감사하게도 10월에 다른 곳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다. 사실 이 앱은 청년예술청 공간에 맞춰서 최적화되어 있지만, 집에서도 마커 이미지만 있으면 감상할 수 있다. (마커 이미지 링크는 앱 내에 있다.)
현재 가로수길에서 진행되고 있는 '애플 박물관을 훔치다' 전시에 함께하고 있다. 전시는 10월 17일까지이며 무료 존과 유료 존이 있으니 전시장에 도착해서 둘러보고 선택해도 될 듯 하다.
Today's Event
Processing Community Day Seoul 2021 행사가 8월 21일 토요일에 개최되었다. 커뮤니티 이벤트, 특히 오픈소스 커뮤니티 유지는 협업 없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자유 의지로 참여하는 만큼 서로가 무척 고맙지만 그렇다고 큰 책임감을 바라기도 어렵다. 그래서 이런 커뮤니티를 지속시켜 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시도와 풍파를 겪었을지 생각하면 참 존경스럽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PCD Seoul을 함께해 준 모든 분들이 너무 감사했다. 나도 어쩌다보니(?) 열심히 했는데 아무리 온라인이여도 12시간을 진행하려니 감당이 안 될 뻔했다. 멋진 스피커들이 함께했고 공식 인스타에 자세하게 소개가 되어있다.
온라인은 Gather.Town이라는 (싸이월드를 생각나게 하는) 플랫폼에서 진행하고, 오프라인은 인사동 코트 갤러리에서 진행했다. 이번에 처음 게더타운을 사용했는데 환경을 꾸미다보니 옛날 아바타 게임 생각이 나서 재밌었다.
행사를 진행하고 나니 느낀 점이 있었다. 참고로 10월~11월 즈음 프로세싱 공식 웹사이트에 전세계 각지에서 프로세싱 20주년 커뮤니티 행사를 주최한 사람들의 후기 글이 올라올 것이다.
-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느니 차라리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게 낫다. 우리는 라이브 AudioVisual 퍼포먼스가 있어서 오프라인을 병행했다. 하지만 게더 타운보다는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시설이 갖춰진) 스튜디오에서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를 하는 게 진행이 덜 복잡하다.
- 플랫폼별 장단점을 따져봐야 한다. 모질라허브는 소셜라이징 기능은 좋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같이 화면 공유를 감상하는 것에는 의문점이 있다. (캐릭터 위치에 따라서 사진이나 영상이 보이는 각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 반면에 게더타운은 화면 공유 기능이 마치 줌 같아서 편하다. 25명 이상이 동시접속하고 싶다면 돈을 내야한다. 참고로 비영리조직 행사는 게더타운에게 이메일을 보내면 할인 코드를 알려준다. 하지만 게더타운은 자체 녹화 기능이 아직 없다.
- 몇몇 해외 커뮤니티들은 줌이나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하고 각 패널들의 발표를 녹화해서 나중에 영상들을 공개했다.
Today's Thoughts
이 섹션을 서두에 쓰면 오늘 소개한 프로젝트들에 대한 오해가 생길 것 같아 말미에 덧붙인다. 아무리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도 어려운 게 협업이라 한다. 위 프로젝트들은 짧고 굵은 기간이었지만 정말 다행히도 대부분 팀워크가 좋았고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작업이 그랬던 것은 아니다. 다양한 변수의 사람을 마주했고, 하나의 프로젝트나 지원사업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필요한지, 또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다. 더불어, 스트레스를 너무 받으면 그렇게 고생해놓고도 내 작업이라고 말하기조차 싫을 수 있다는 것도 느꼈다.
나는 사실 협업에 대해서 크게 호불호가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직장 생활은 결국 모든 것이 협업이기에 '각자 맡은 바를 잘하면 되는거지' 정도로 생각했다. 아, 그런데 창작의 영역에서 협업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아무리 예술 영역이라 해도, 기술을 도입할 때 생기는 트러블슈팅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테크 회사로 치면 프로덕트)이 운영이나 리드를 해줘야 그 과정이 (그나마) 순탄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낀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프로젝트 기간, 결과물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과 기대치가 결국 전체적인 경험/퀄리티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기술과 예술을 섞는다는 것부터가 충돌할 여지가 많은데,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지 않고 기획한다? 빠듯하게 타임라인을 잡고 엄청난 결과물을 바란다? 기술을 다룬다는 이유로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스트로, 아티스트로 참여한 사람을 정해진 요구사항을 구현해주는 외부 인력처럼 대한다? 그런 식으로 리드를 하는 순간 참가자들이 고생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꼭 기술을 잘 아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최우선은 아니다. 개발자끼리도 안 맞는 경우가 허다하니까. 서로의 전문 분야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맞춰가는 과정이 길어지는 것을 감안하고 서로의 역할이 잘 나뉘어 있으면 탈이 덜 나더라.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가 내가 경험한 최악이었다. 인간에 진절머리가 나서 핸드폰에서 인스타그램도 지웠다. 누군가를 보면서 '나도 저런 빌런이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에 반성도 했다. 당분간은 타인을 리드하는 역할을 하고 싶지 않아서 대부분 (스우파를 보면서) 혼자 작업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10월에는 조금 더 재미있는 컨텐츠를 소개하고 싶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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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okhun Sim
공감합니당!! :) 입장바꿔 맞춰가는게 좋은거 같아요~
코딩하는 아티스트 sosunnyproject (171)
맞아요ㅠㅠ 다른 분야와 함께 작업할 때는 더더욱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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