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구독자😚 어느덧 12월이야. 이제 2023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 해는 점점 짧아질지라도 올해 마무리 잘 해보자구! 참고로 오늘은 글보다는 이미지가 많을 예정이야~!
오늘 이야기는 우여곡절 런던 라이프에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일 중 하나야. 안타깝게도 나는 취업비자를 받고 영국에 다시 돌아간 이후 집문제가 끊이질 않았어. 때는 2017년 11월, 전에 살던 집에서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새 집을 찾고 있었어. 내 마음은 사막처럼 척박해져 있었지. 제발 다음 집은 내가 안락하게 쉴 수 있는 곳이기를 간절히 바랐어.
(*충격적인 사건: 이 사건은 다음에 알려줄게🫠)
다행히 새로 찾은 집은 마음에 쏙 들었어. 런던에 달스턴(Dalston)이란 동네에 오래 살면서도 이렇게 멋진 건물이 역 가까이 있는 줄 몰랐어. 달스턴 정션역에서 나와 조금만 걷다가 왼쪽으로 꺾으면 마법 학교같이 생긴 이곳이 나타났어. 창고였던 건물을 5층 아파트로 개조한 곳으로 아치형 입구에 노란 벽돌, 거대한 창문이 웅장하고 근사했지. 1층에는 믿음직스러운 할아버지가 경비원으로 계시며 택배도 받아주셨어.
사진으로 봐도 기막히게 멋있지? 매력적인 이스트 런던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이곳에서 살 생각을 하니 심장이 두근거렸어.
어느 평온한 일요일 아침
이사 온 지 겨우 2주가 지난 일요일 아침이었어. 친구와 밤새 동네 바와 클럽을 다니며 신나게 놀고 난 다음 날이었지. 친구는 화장실에서 샤워 중이었고 나는 멍하니 창밖을 봤어. 고풍스러운 창 너머로 맑고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어. 검은 철제 프레임이 원고지처럼 배열된 창문은 방 한 면을 채울 만큼 거대했어.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이었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했어. 창문은 검은 손잡이를 직각으로 돌려서 앞으로 밀어야 열렸어. 낡아서 그런지 아주 세게 힘을 줘야 열리더라구. 평소처럼 힘을 주고 창문을 확- 밀었는데...
그 때였어. 창문을 고정하고 있던 경첩이 툭! 부러지더니 내 몸이 한순간에 커다란 창문을 따라 앞으로 기울어지는 거야.
그 상태로 몇 초 동안 멍하니 굳어있었어. 180cm정도의 창문이 내 오른손에 묵직하게 달려 있었어. 아니, 창문으로 무게중심이 쏠리면서 점점 내가 창문에 매달려 가는 거야... 참고로 우리집은 3층이었어. 자칫하면 나까지 떨어질 것 같더라구...😱 결국 마치 영화 ‘올드보이’에서 ‘우진’이 다리에서 떨어지려는 누나의 손을 놓아버리듯 난 그렇게 창문을 놓아버리고 말았어.
창문은 그대로 길거리에 떨어졌지. 와장창. 유리가 깨졌고 검정 프레임은 찌그러졌어.
마냥 햇살 좋았던 아침, 때 아닌 굉음이 평온한 일요일 아침의 적막을 깬 거야. 떨어진 창문을 멍하게 내려다보던 나는 멀리서 걸어오던 행인과 눈이 마주쳤어. 둘 다 ‘응? 이게 무슨 일이야?’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려서 눈만 깜빡이고 있었어. 산산조각난 유리조각은 무심하게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어. 그때 친구는 화장실에서 나왔고 순식간에 발코니가 된 내 방에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지.
나는 옆방 하우스메이트 보니의 방문을 급하게 두드렸어. 이사 온지 2주밖에 안 되서 이 사건을 어떻게 다뤄야할지 모르겠더라고. 똑똑똑!
“보니!! 내 방 창문이 밖으로 떨어졌어!”
“아~ 하하 그래?”
보니는 배시시 웃을 뿐이었어. 다시 옆방으로 옮겨 다른 하우스메이트 프레야에게 이 소식을 전했어. 프레야는 내 방에 와서 창가를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지. 그녀는 부동산에 바로 전화를 걸어주었어. 뒤늦게 보니도 내 방에 와서 휑해진 창가를 보고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어.
“Holy Shit! 창문 한 조각이 떨어진 게 아니었어?”
천만 다행인 건 창문이 떨어질 때 밖에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야. 하마터면 얼떨결에 인생에 지울 수 없는 기록을 만들 뻔했지.
그날 오후 수리 업체가 왔고 떨어져 나간 창문 크기에 맞는 나무판자를 임시로 붙여주었어. 안 그래도 이중창이 아니라서 이슬이 맺히고 곰팡이가 서렸는데 이참에 잘됐다고 생각했어. 마침 아파트 전체가 창문을 이중창으로 바꾸는 공사를 시작하려는 때였거든.
허나 그건 크나큰 오산이었어. 부동산에서는 여러 복잡한 이유로 내 창문을 먼저 갈아줄 수 없다고 했어. 결국 창문이 새로 생길 때까지 월세를 £100 깎아서 내는 걸로 합의를 봤어. 그런데...아무리 돈을 적게 내도 방에 유일한 창문이 막혀 있으니 답답한 거야. 환기가 전혀 안 되다니! 나 무슨 지하에 사니? 이메일로 문제를 제기했더니 그 판자에 미닫이식 작은 환기구를 만들어주었어. 근데...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환기구는 묘하게 눈 두 개와 입 하나의 위치로 뚫려서 더 우스꽝스러워 보이더라고~ 주변 창문은 하도 이슬이 맺혀서 이슬방지용 비닐을 붙이느라 노란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처음에 보았던 고풍스러운 창문은 어느덧 괴기한 괴물로 변해있었지 뭐야! 😂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봄이 되었어. 펜팔친구라고 할 만큼 수십차례 연락을 오간 부동산 매니저에게 다시 한 번 이메일을 보냈어.
“안녕하세요. 주말은 잘 보내셨나요? 대체 제 창문은 언제 새로 달리는 걸까요? ^^”
5월 초 드디어 창문이 생겼어. 하.지.만 고풍스러운 창문이 아닌, 떨어진 창문 크기에 딱 맞는 흰색 플라스틱 창문이었어. 철제프레임으로 된 원래의 창과 새로 달린 창문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 기존 창문으로 바꾸려면 여전히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구. ㅎ ㅏ...역시 유럽이야 ^^^^^ 그래도 5개월만에 제대로 된 창문이 생겨서 숨이 좀 트였어. 부동산 매니저는 어쨌든 이제는 창문이 생긴 거라며 깎아주던 월세를 정가로 올려버렸어.
그리고 마침내...
춥고 어두운 겨울에 떨어졌던 창문은 다음 해 낙엽 지는 가을이 되어서야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어. 모든 이웃의 창문이 이중창으로 다~~~~~~~~ 교체되고 나서야 우리집 차례가 된 거지^^^^ 새 창문이 생기기까지 10개월이나 걸릴 줄 누가 알았을까! 기다렸던 시간에 비해 이중창으로 교체하는 데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어. 그리고 허무하게도 2개월 뒤 나는 이 집을 떠났어. 이제 겨우 제대로 된 창문이 생겼지만 하우스메이트 문제로 나가야겠더라구ㅜㅜ 길~~~~게 고생하고 짧게 평온했던 1년이었다...ㅎ ㅑ...
오늘은 특별히 사진들을 보여줘야 훨씬 와닿을 것 같아 여러장의 사진을 투척해봤어! 영국 집은 낡은 경우가 많아서 한국에서의 퀄리티를 기대하지 않는 게 좋아. 하지만 나처럼 드라마틱한 일을 겪은 사람들은 많지는 않아. 그러니 혹시 가게 되거든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난 결국 다음 집으로는 월세가 더 비싼 신식 아파트로 이사를 갔고 그제서야 평화를 찾았어.
사실 집얘기하면 이외에도 정말 할 얘기가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 그럼 오늘도 읽어줘서 고맙고 다음주에 만나😃
2023년 12월 4일 월요일
수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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