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구독자!
잘 지내고 있어? 난 요즘... 한국에서 프리랜서일을 시작하면서 현타를 많이 겪고 있어. 프리랜서를 너무 막연하고 쉽게 생각했나봐. 고객확보를 위해 단가를 많이 낮췄지만 실제 고객은 그 이상의 퀄리티를 원하니까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하며 좌절하는 중이야.. 이런 어려움... 잘 헤쳐나갈 수 있겠지? ㅜㅜ 어려움을 뒤로 하고 영국에서 있었던 시절로 다시 들어가볼게. 슈슈슝~
오늘은 술 얘기를 할까 해🍺
Not 카페 but 펍 중심의 나라 영국
내가 영국에 살면서 생활방식에서 가장 크게 변한 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는 점이야. 영국에서 회식을 할 때, 데이트를 할 때, 친구들과 만날 때 장소는 무조건 펍(pub)이었어. 술을 잘 마시지 않는 내겐 정말 당황스러운 일이었어. 술 마시면 얼굴이 빨개져서 한국에서 술자리는 늘 피했거든.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영국으로 온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악명높은 한국의 회식문화를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어. 대학교 때는 술 마시는 척하고 물컵에 술을 붓거나 아예 모임에 잘 안 나갔고 클럽에 가서도 물만 마시면서 춤을 추곤 했어. 그래도 한국에서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사람들과 만나기 때문에 나의 사교생활은 굳이 술이 없어도 가능했어.
하지만 영국은 달랐어... 카페는 저녁 6시-8시면 닫는 곳이 많았어. 그러니 퇴근 후 사교생활 좀 하려면 식당이나 펍에 가야하지. 그런데 이 사람들... 이상하게 밥은 안 먹고 술로 바로 직행하는 거야.
구명줄을 끊고 홀로 날아온 영국에서 그래도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는 없었지. 이것이 그들의 문화라면, 그리고 내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라면 따르는 수밖에.
첫 직장에서 처음으로 회식을 갔어. 펍이었지. 저녁 7시쯤이라 한창 배고플 시간인데 동료들은 모두 하나같이 음식 하나 안 시키고 맥주나 진 토닉을 마시는 거야. 나도 껴보겠다고 술도 잘 모르면서 진 토닉을 따라 마셨어. 그런데... 진(gin)이 그렇게 강한 술인 줄 몰랐어. (지금 찾아보니 알콜도수 40도 이상이네😮) 동료들 따라 진토닉 두 잔을 연달아 벌컥벌컥 마셨어.
사실 내가 영국에서 술을 마시게 된 강력한 이유는 바로 실내 조명이 어둡다는 거야! 형광등은 사무실을 제외하고는 정말 드물어. 집, 레스토랑, 펍, 카페 모든 곳이 노란 조명을 써~! 그 덕에 술 마시면 빨개지는 내 얼굴이 좀 덜 드러나더라고~ 이걸 믿고 그렇게 센 술을 빈 속에 허겁지겁 마셔버렸지! 안주 없이 직빵으로 들어간 알콜은 온몸에 빠르게 퍼졌고 내 피부는 점점 붉게 팽창하기 시작했어. 거기까진 괜찮았는데 이런... 속이 미식거리는 거야. 그동안 술을 마셔본 경험이 별로 없으니 토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거든. 그런데 편한 친구들도 아닌 동료들 앞에서 토를 할 수는 없잖아. 펍 밖으로 후다닥 뛰어나갔어. 오 마이 갓... 정말 굴욕적이게도 펍 담벼락에 토를 하고 말았어. 나의 첫 술토는 그렇게 공개적인 곳에 적나라하게 드러났지 뭐야🥲 이런 적이 처음이라 너무 수치스럽고 당황스러웠어. 그때 내 등을 토닥여준 이탈리아 동료는 이런 일은 다반사라는 듯 태연하게 괜찮다고 다독여줬어. 이렇게 빈 속에 마셨다가 술토를 몇 번 겪은 이후 다짐했어.
'됐어. 난 한국인이야. 이제 안주 없이 술 안 먹어! 나는 무조건 칩스라도 시키고 술을 마시겠노라!'
(*칩스: 영국 프렌치 프라이로 감자조각이 두텁다.)
한국에만 안주 문화가 발달한 걸까? 영국은 왜 밥 안 먹고 바로 술로 직행하는 걸까?
평소엔 Super Shy, 취하면 Super Loud
곰곰이 생각해보니 서양문화는 대체로 안주 없이 빈 속에 술을 마시는 나라가 많긴 한 것 같아. 안주가 있다해도 우리처럼 묵직하고 배부른 음식보다는 칩스나 소세지 등 간식 위주로 먹는 것 같아. 서양인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 문화에 적응하여 배고픈 걸 참는 능력이 뛰어난 걸 수도 있어. 근데 영국에서 왜 유독 펍 문화가 발달한 걸까?
이건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야~ 들어봐봐. 내 생각에 이 술집 문화가 생긴 이유는 영국 사람들은 낯가림이 심해서 맨정신으로 사교생활을 잘 못하기 때문인 것 같아🙊 내가 운이 없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만난 사람들은 낯가림이 심한 경우가 많았어. 처음 영국에 와서 홈스테이를 했을 때 그 집 할머니네 아들 가족이 저녁을 먹으러 왔었어. 아들은 부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왔어. 모두 테이블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기 시작했어. 그때가 영국에 온 지 불과 2주밖에 되지 않은 때였어. 나 빼고 모두가 영국 백인들이고 홀로 외국인인 그 상황에 한껏 위축된 상태였지. 그런데 식사 중에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는 거야. 심지어 호스트 할머니조차 나를 아들에게 소개하지 않는 거야. 벽이 된 것만 같았어. 한참 시간이 흘렀고 갑작스런 소외감에 눈물이 눈 밑까지 차오를 무렵이었어. 드디어 호스트 할머니가 나를 소개했어.
두번째 직장에서 100여명의 영국 백인 직원들과 함께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어. 새로 온 내가 바로 옆에 앉아있는데도 등을 완전히 돌린 채 쳐다도 보지 않는 동료도 있었어. 한국이었다면 아무리 외국인이어도 새로 온 사람에게 말 한 마디는 걸어주지 않나?
이런 일을 7년동안 여러 번 겪었어. 이것에 대해 한동안은 '나를 무시하는 건가, 인종차별인가, 영국놈들 진짜 거만하네' 등 온갖 부정적인 생각만 했어.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것이 영국사람들이 'shy'하다는 뜻인 것 같더라고. 보통 'shy'라고 하면 부끄럽다는 뜻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발그레해진 얼굴에 귀여운 느낌이 떠오르잖아. 하지만 영국에서 shy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어. Shy한 그들은 나를 쳐다도 보지 않고 말 한 마디 걸지 않는 거야. 바로 이것이 그들만의 내성적인 행동이었던 거야! 심지어 같은 영국인이어도 새로 온 사람이 있으면 친하게 대화를 하기까지 몇 달은 걸린다는 걸 알게 되었어. 안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이런 비중이 한국에 비해 상당히 높았어. 사실 내향적이고 사교적인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 경우에는 오히려 이런 상황이 편할 수 있을 거야. 영국에서 만난 한국 친구도 영국동료들이 말을 걸지 않는 게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내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서 더 섭섭하게 느꼈던 걸 수도 있어. 뭐 어쨌든... 그래서 낯가리는 영국인들에게는 술의 힘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그들은 배고픈 것보다도 어색한 걸 참을 수 없는 사람들인거야😵
지나가는 TMI_나의 술 취향 히스토리
뭐 덕분에 한국이었다면 굳이 배우지 않았을 다양한 술 종류에 대해 알게 되었어. 나는 단 맛을 좋아해서 처음엔 과일주인 사이다(Cidar)로 시작해 콜라 섞은 럼(Rum)으로, 30대가 되고서는 단 걸 피하고자 보드카에 탄산수를 섞은 보드카 소다(Vodca Soda)로 옮겨서 마시고 있어. 아, 한국은 '보드카 토닉'이라고 하더라. 진(Gin)이나 와인은 숙취로 두통이 생겨서 잘 안 마시고 맥주는 배불러서 잘 안 마셔. 한국에 와서는 하이볼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요즘엔 그걸 즐겨마시고 있음~~ 구독자(은)는 어때? 술 좋아해? 영국 가게 되면 펍 가서 술 한 잔 마셔보길 바라~! 특히... 담배까지 피면 펍의 흡연 구역 가서 친구 많이 사귈 수 있을 거야!😂 술에 거나하게 취한 영국사람에게 'Do you have a lighter(라이터 있니)?' 이러면서 말 걸면 쉽게 친해질 거야. 아 그리고 술 안 마시면 펍에 무알콜 맥주(Non-alcohol beer)도 많으니까 그거 시켜서 어울리면 될 거야~
헤헤 오늘은 술과 얽힌 영국 문화에 대해 얘기해봤는데 재밌게 읽었기를 바라! 다들 화요일 하루 잘 보내고, 오늘은 여기서 이만 줄일게! :)
2023년 11월 27일 월요일
수수로부터
혹시 런던에 살 예정? <런던 생생정보통> 한 번 읽어봐봐!
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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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씨
재밌게 잘 읽었어요 :)
그래서 영국이 어땠냐면 (107)
앗 감사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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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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