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구독자 :) 지난 한 주 잘 지냈어? 너무 불쑥 물어보는 것 같지만 혹시~올해도 얼마 안 남았는데 만나는 사람 있어?😆 내가 이렇게 물어본 이유는 오늘 주제가 바로~~ 나의 데이팅앱 이야기거든~! 나는 있잖아... 안타깝게도 7년동안 영국에서 연애를 제대로 해 본적이 없어😭 왜 그랬는지 지금부터 들려줄게~!
틴더의 등장
“요즘 우리 반에서 핫한 거 알려줄까?”
2014년 초, 같이 살던 한국인 언니의 친구 민희가 우리집에 놀러 왔을 때였어. 민희는 런던에서 명문패션대학교를 다니고 있었어. 영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기에 그녀의 말에 귀를 쫑긋했지. 민희네 학교친구들은 요즘 ‘틴더’라는 데이팅앱을 하며 논다고 하더라고~!
이제 틴더 뿐만 아니라 데이팅앱은 2023년의 우리에겐 익숙하잖아. 처음으로 데이팅앱이라는 게 생기기 시작한 10년 전이니 그때 틴더에 대한 반응은 정말 뜨거웠지. 바로 다운받아 본 틴더는 디자인이 직관적이어서 사용하기 쉬웠어. 혹시 틴더를 써본 적이 없는 친구를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앱을 켜면 데이트 상대의 사진이 한 장 떠. 그 사람이 맘에 들면 오른쪽(Like)으로, 맘에 들지 않으면 왼쪽(Dislike)으로 넘겨. 한 사람의 프로필 사진을 넘길 때마다 다음 사람 사진이 바로 뜨고! 다음, 다음, 다음... 상대를 1초도 안 되는 사이 판단하고 엄지손가락을 좌우로 휙휙 움직이지. 내가 오른쪽으로 넘긴 상대가 내 사진도 오른쪽으로 넘겼다면 매치! 매치가 되면 서로 메시지를 나눌 수 있어. 마치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고 간단한 방식으로 데이트 상대를 쉽게 고를 수 있다는 사실에 틴더는 가히 혁신적으로 뜨고 있었어. 마침 아무런 인맥도 없던 내게 딱이라고 생각했지. 더욱이 외국어를 배울 때 가장 좋은 방법이 그 나라 사람과 연애를 하는 거라고 하잖아~🤭
GHOST를 마주하다👻
그때부터 틴더를 포함하여 여러 데이팅 앱을 쓰기 시작했어. 그 세계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남자를 만났어. 이렇게만 들으면 내가 엄청난 바람둥이로 들릴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데이팅 앱은 간편한 만큼 만남이 짧게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였어. 데이팅앱이 대중화되면서 서구권에서는 ‘고스팅’이란 용어까지 생겼어. 고스팅(ghosting)이란 ‘ghost’, 즉 우리말로 ‘유령처럼 사라진다’는 뜻으로, 데이트 상대가 갑자기 아무 설명 없이 연락이 끊겨버린다는 뜻이야. 우리나라에서 흔히 ‘잠수 탔다’고 하는 바로 그 무례한 태도를 일컫지. 데이팅 앱에서 만난 남자들은 냉동고보다 차가울 정도로 매너가 없는 경우가 많았어. 데이팅앱에 너 말고도 다른 여자는 차고 넘친다는 인식이 커서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야.
나의 첫 번째 하트 브레이커는 조지였어. 조지는 190cm로 키가 훤칠했고, 미소년 같은 얼굴에 옷까지 잘 입었어. 조근조근한 말투와 다정한 성격까지 모든 게 딱 내 취향이었어. 그런데 데이트를 세 번 한 이후부터 약속 당일 나오지 못하겠다는 말을 밥 먹듯이 하기 시작하는 거야... 그러기를 세 번째. 참고 있던 화가 폭발했어. '이렇게 하면 곤란하다, 벌써 몇 번째 취소냐'라는 내용의 문자를 길게 보냈어. 몇 분 뒤 쿵쿵 뛰는 심장으로 메시지창을 확인했는데... 내 문자는 선명하게 ‘읽음’ 표시로 바뀌어 있었거든? 그런데 그 이후로 그에게서 한 마디도 듣지 못했어.
그것이 나의 첫 번째 고스팅 경험이었어. 처음에는 며칠 기다리지. 기다리며 태평양을 꽉 채울 만큼 가득해진 물음표로 내 머릿속은 복잡해지지. '혹시 감기 걸린 걸까?' '아직도 바쁜 걸까?' '내가 너무 심했나?' 등 아무 반응이 없으니 혼자 추측하느라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지 몰라.
그가 나를 좋아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 확실하게 끝맺음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관계를 뿌옇게 만든 그의 태도에 너무 화가 났어. 처음 겪은 고스팅의 상처로 내 마음은 몇 달 동안 불에 덴 듯 욱씬거렸지.
그런데... 이게 시작이더라...😂 이런 일은 7년 동안 셀 수 없이 이어졌어. 한 달동안 알콩달콩 문자를 주고 받으며 정을 쌓은 크리스토퍼는 자기 고향에서 런던으로 오겠다고 했던 약속 당일 갑자기 약속을 취소했어. 그것도 연락이 없어서 내가 불안해서 약속 두 시간 전에 문자를 했더니 그제서야 취소를 했지. 데이트를 하는 동안 온갖 달콤한 말을 던지던 제임스는 내가 보낸 문자를 야무지게 씹어먹었고! 영국 남자들은 다 이런 걸까? 나와 정서가 잘 맞겠다는 생각에 동양인도 만나봤어. 하지만 일본 남자도 첫 데이트 후 내 문자를 씹었고 한국 남자까지 당일 취소를 하더라고...🤯
국적을 불문하고 데이팅 앱에서 만난 남자들은 이토록 매너가 없었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거지? 내가 그렇게 못났나? 상대와의 관계가 짧게 끝나면서 마음에 생채기가 하나씩 생겼어. 생채기 하나는 잠깐 아팠지만 그런 생채기가 겹겹이 쌓이다보니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더라... 사실 데이팅앱을 점점 하다보니 나 역시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 적도 많아. 한때 상대가 맘에 들지 않더라도 끈기있게 데이트를 좀더 해봐야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었어. 하지만 그가 나를 좋아하는 만큼 내가 많이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것에 죄책감이 생기더라고. 그러면 내 선에서 짧게 끝내버렸지. 어떤 때는 나 또한 고스팅을 했어. 결국 상처 받아서 아프고, 상처 줘서 미안한 감정에 지쳐서 데이팅 앱을 모조리 삭제했지. 그래!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보자! 로 생각을 바꾸었지만 숙맥이라 실생활에서는 이성에게 말을 걸지도 못했지... 결국 외로운 내 마음은 한숨을 쉬면서 또.. 데이팅 앱으로 향했지. 이 악순환을 7년이나 겪었어.🫠
우리 그냥 썸이야, 사귀는 거야?
하나 더 혼란스러웠던 건 영국(서구권)의 관계 유형이었어. 우리나라처럼 데이트를 몇 번하고 바로 사귀는 게 아니라, 사귄다는 얘기 없이 3개월에서 1년까지 애매하게 데이트만 계속 하는 경우가 많아. 이름하여 ‘Grey zone’. 깔끔하게 정의 내리지 않고 흰색과 검정 그 사이의 관계로 유지되는 경우를 일컬어. 잠만 자는 관계도 흔하고... 우리나라처럼 정식으로 관계에 정의를 내리는 일이 느린 편이야. 잠만 자는 건지, 진지하게 만나고 있는 건지 알쏭달쏭할 때가 많지. 친구에게 상대를 설명할 때 ‘얜 내 여자친구야/ 남자친구야’ 라고 말하는 걸 듣고서야 연인이라는 걸 확인하게 되는 경우도 많더라고. 나같은 경우도 연애를 했다고 말을 하기가 애매한 게 1~3개월 만난 사람들은 몇 명 있거든. 근데 '사귄다'고 하지 않고 그냥 데이트만 하다가 상대가,
"I'm not ready to settle down." 난 아직 정착할 준비가 안 되어 있어"
"I can't see a future with you." 너와의 미래가 안 그려져.
이딴 소리를 하며 끝내는 경우가 많았지. 진짜 저 말들 왜 이렇게 얄미운지 모르겠어. 영국남자들 특유의 작별인사법인가봐😠 한국에서처럼 '사귄다'는 것을 확실히 정의내리고 시작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더 세련되어 보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내 입장에서는 이런 방식이 비겁해보여. 몇 달동안 만나면서 연인으로 할 거 다 하면서 '연인'이라는 라벨은 붙이고 싶어하지 않는 게 딱 자기 이익만 취하고 책임은 회피하고 싶어하는 느낌이야.
신기한 건 내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데이팅앱을 통해 연인을 만나고 결혼까지 했다는 거야. 영국애가 내 친구를 진짜 좋아하는 경우 사귀자고 정식으로 요청하는 경우도 꽤 있더라. 한때는 ‘왜 나만 이렇게 잘 안 풀리는 걸까?’ 한탄하고 억울하기도 했어. 따지고 보면 내 성격 탓이기도 해. 연인을 만난 친구들은 대부분 현실성이 있었어. 이상형과 현실판 남자들을 잘 구분할 줄 알았어😂. 또 무례한 사람을 여럿 만나도 너무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계속 새로운 사람을 만나더라고. 이성에 대한 기준도 구체적이지 않았고 느슨한 편이었지. 반대로 나는 ‘모 아니면 도’인 성격이었어. 상대가 마음에 안 들면 기회를 더 주지 않고 바로 멈췄지.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을 찾느라 틴더에서도 쉽사리 오른쪽(Like)으로 돌리지 않았어. 근데 막상 한 번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으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데 오래 걸렸어. 게다가 혼자 지내는 것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었어. 데이트 상대가 없어도 혼자나 친구들과 즐겁게 시간을 잘 보냈지. 그러면서도 오랫동안 싱글이라는 사실에 자꾸만 자존감이 낮아지더라고.
한국에서 쓴 틴더는...
요즘엔 한국에서도 데이팅앱으로 연인을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졌잖아. 내가 영국에 있을 때 한국으로 휴가 왔을 때마다 종종 써봤거든. 그런데 확실히 코로나 이후에 틴더에 한국인들이 많더라구! 그 전까지만 해도 미군이나 영어선생님같은 외국애들만 있고 사용자도 적었거든. 이제는 스와이프를 해도해도 끝없이 남자들이 나타나더라구!
한국 틴더에는 다양한 유형의 한국 남자들이 있었어.
기타 등등.. 여러가지 유형이 있는데 내가 본 경우는 이랬어. 재밌더라구ㅋㅋ 물론 걸러야할 사람들이 워낙 많았지만 틴더경력 7년 짬이 있어서 괜찮았어. 1년 정도 써봤는데 다행히 한국은 영국처럼 고스팅을 하거나 약속을 어기는 비율이 현저히 낮더라고😮 오히려 내가 영국에 길들여져서 답을 하루나 이틀 뒤에 하니까 매치 취소를 많이 당했지🤣 약속을 지키고 데이트를 여러 번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했어. 이것만도 내게는 깊이가 있었어. 참 웃프다...! (참고로 다섯번만 만나도 영국에서 겪었던 것보다 훨씬 오래 만난 거다!)
※주의: 데이팅앱을 많이 써보지 않으신 분들은 기대치를 마이너스로 하고 하셔야 합니다. 약속을 미루고 취소하고 답이 느릴 수가 있습니다. 제가 말한 건 영국보다는 상대적으로 반응이 있다는 거지 매너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아닙니다~~안 하셔도 좋습니다 정말!
연애를 원한다면 내 마음부터 돌보기
데이트 상대를 만나기는 참 쉬워진 반면 끝맺기는 더 어려워진 요즘이야. 오랜 경험 끝에 배운 점은 데이트를 하건 안 하건 언제나 내 마음을 정성스레 돌보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점이야.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영국에 있을 때는 타지생활로 외로움이 수십배가 높아진 상태였어. 취약하고 외로운 상태에서 나를 구원해줄 누군가를 기대하며 데이팅앱을 쓰다보니 더 드라마틱하게 상처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 자존감이 떨어진 나와 비슷한 에너지의 사람들만 계속 끌어당긴 것 같고.
결국 상담을 받았더니 좀 치유가 됐어. 누군가를 만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 상태가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어. 무슨 일이 생겨도 자존감을 높이는 쪽으로 생각하는 거야. 누군가가 내게 고스팅을 하면 내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데이트가 잘 안되면 그 데이트로부터 배운 점을 떠올려봤어. 나를 자책하지 않고 마사지를 받거나 목욕을 하는 것처럼 오히려 나를 다독여주는 일을 했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흐지부지하게 관계를 끝낸다고 나까지 덩달아 살금살금 도망가는 것도 멈췄어. 이런 매너를 몸에 새겨놔야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이런 노력 덕분일까. 신기하게도... 진짜 오랜만에 연애를 안정적으로 하고 있어 그것도.. 틴더에서 만난 남자애랑😆
외로워지기 쉬운 요즘 사회,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만나든 우리 마음 단단히 챙기자구!
어때 오늘 얘기 재밌었어? 사실 데이트 에피소드는 너무 많아서 한 편으로는 부족해. 오늘은 전반적인 데이팅앱 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다음엔 좀더 자세한 에피소드도 들려줄게 ㅋㅋ
오늘 하루도 잘 보내고~ 다음주에 보자!!!
2023년 12월 11일 월요일
수수로부터
혹시 런던에 살 예정? <런던 생생정보통> 한 번 읽어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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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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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영국이 어땠냐면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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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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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영국이 어땠냐면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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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eojyl
최근 영국여행 준비와 유학 생각중이라 둘러보다 귀한경험 올려주신거 보구 감사의미로 댓글남깁니다..! ^^;
그래서 영국이 어땠냐면 (107)
아아~~~ 감사합니다! 메일리에 로그인하는 번거로움이 있으셨을 텐데 직접 댓글까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유학 준비 화이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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