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안녕? 어느덧 12월 중순이 되었어! 다음주면 벌써 크리스마스🎄 밤은 더 일찍, 더 까맣게 찾아오고 거리에 캐롤송이 울려퍼지는 이맘 때쯤이면 항상 마음이 묘하게 일렁거려. 올해는 어떻게 보냈는지 생각하게 되고, 한해를 마무리한다고 친구들을 만나고 정신이 없지. 특히 영국에서의 12월은 유난히 축제 느낌이 강해. 오늘은 영국의 크리스마스 시즌은 어떤지 알려주려고 해!
길거리는 온통 반짝반짝
일단 거리는 11월말부터 크리스마스용 불빛으로 가득해. 특히 번화가인 런던 소호쪽 거리에는 화려한 모양의 전구들이 도로 위 공중에서 반짝이고 있어. 스트릿 마켓에는 크리스마스용 선물로 가득하고. 특히 가장 성대하고 흥분되는 크리스마스를 느끼기엔 '윈터 원더랜드'(Winter Wonderland)만한 곳이 없지. 영국은 거대한 하이드 파크에 매년 겨울마다 특이하게 이동식 놀이공원을 설치해. 이동식이라고 허술할 것 같지만 정말 아찔한 롤러코스터가 한 개도 아니고 여러개 있어서 너무 재밌게 탔던 기억이 나. 독일에서 수입해오는지 놀이기구에는 독일어가 쓰여져 있는 것도 보여. 놀이기구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 마켓도 있어. 오두막으로 된 100여개의 부스에서 수제 공예품, 보석 등 각종 선물용 제품과 간식을 팔아.
크리스마스 카운트다운! ‘어드벤트 캘린더(Advent Calendar)’
영국에서 처음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어드벤트 캘린더라는 문화야. 어드벤트라는 단어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니 ‘그리스도의 강림, 강림절(크리스마스 전의 약 4주간)’을 뜻하네. 12월 1일부터 크리스마스인 25일이 되기까지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세어보는 문화야. 어떻게 세냐? 어드벤트 캘린더 달력을 팔아. 그 달력은 평면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되어있는데 그 이유는 각 날짜의 칸을 열면 그 안에 초콜릿이 들어있기 때문이야. 근데 이건 정말 기본적이면서 소박한 타입이고 이 문화는 자본주의에서 엄청나게 잘 써먹히는 마케팅이야. 각 브랜드마다 매년 거대한 어드벤트 캘린더를 예약판매해. 내가 다닌 러쉬에서도 이미 8월부터 어드벤트 캘린더를 예약판매하기 시작하더라고! ‘무슨 8월에 캘린더 영상을 찍는다는거야‘ 싶었는데 그만큼 영국에선 크리스마스가 대단한 대명절이더라고. 러쉬같은 경우도 1일부터 24일까지 매 날짜마다 각종 러쉬제품이 담겨있는 제품을 판매했어. 24개의 제품이 있는 만큼 가격은 비싸지만 나도 그 캘린더를 선물로 받는다면 12월 하루하루가 설레고 신날 것 같더라.
자 다함께 펑펑🎉 - 크래커(cracker)
또 새로 알게된 것 중 신기했던 게 크래커(cracker)라는 거야. 12월초부터 마트에서 백화점까지 모든 가게에서 포장이 아주 예쁘고 탐스럽게 생긴 원통형 제품이 보이기 시작해. 그 원통형 제품은 위아래가 리본으로 묶여서 포장되어 있어. 이게 뭘까 싶었는데 알고보면 꽤나 허무한 제품이야. 보통 25일 크리스마스 저녁이나 크리스마스 파티하는 날, 식사를 하기 전에 테이블에 모두 앉아 양옆 사람들과 함께 서로의 크래커를 당겨서 터뜨려. 팡 소리를 낸 크래커 안에는... 하하.. 놀랍게도 티슈재질로 만든 종이왕관, 썰렁한 유머가 담긴 종이 그리고 아주 작은 장난감이 들어 있어. 사실 솔직히 말해서 다 쓰레기라고 봐도 무방한... 의미가 있을까 싶은 것들이 들어있어. 아직도 이걸 왜 하는 건지 이해는 가지 않아. 경쾌하게 폭죽을 터뜨리고 우스꽝스러운 종이왕관을 쓴 채 저녁을 먹는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한 거겠지...? 참고영상 공유해 (근데 옛날 자료라 화질이 별로 안 좋음 ㅜ)
크리스마스스럽게 먹고싶다면
사실 이방인으로서 크리스마스를 100% 현지인처럼 즐긴 적은 많지 않아. 그래도 7년동안 살며 알게 된 몇 가지 음식이 있어. 첫번째로 한국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뱅쇼! 영국에서는 멀드와인(Mulled Wine)이라고 많이 불리는 뱅쇼는 프랑스에서 유래한 음료지만 전 유럽에서 겨울마다 즐겨 마시는 알콜 혹은 무알콜 음료수야. 와인에 여러 과일과 계피, 향신료를 넣고 끓여 만들어. 나랑 친한 한국인 언니도 집에서 이걸 만들어먹는다며 우리집에 있던 큰 냄비를 빌려간 적도 있어. 쓴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게도 이 붉은 음료는 달고 따뜻한 게 추운 겨울에 딱이더라.
두 번째 음식으로는 영국에서 크리스마스에 메인으로 먹는 요리인 칠면조(Turkey)를 말하고 싶어. 아마 티비에서 많이 봤을 거야. 노란 조명에 촛불이 있고 테이블 한 가운데에 큼지막한 칠면조 덩어리가 놓여 있는 모습~! 삼계탕처럼 칠면조 안에 다진고기, 사과, 양파 등을 넣고 겉에 양념을 발라. 그리고 오븐에 오랜 시간 구웠다가 먹는 건데...워낙 많이 봤던 이미지라 군침을 흘리며 기대했는데 막상 먹어보니까 내가 잘 못한 건지 좀 질기더라🥲 영국 애들은 칠면조 대신 닭이나 오리 등 자기가 좋아하는 고기로 대체해서 먹는다고 하더라고. 내가 칠면조 요리할 거라니까 동료는 오히려 닭을 추천했었지. 왜 그런지 알겠더라.. 다음엔 꼭 닭으로 바꿔서 먹어보려고 ^^
마지막으로 처트니(Chutney)+치즈+크래커 세트를 소개할까해. 처트니는 잼이랑 되게 비슷해. 과일, 설탕, 향신료와 식초로 만드는 걸쭉한 소스야. 여기서 크래커는 위에 설명한 폭죽 크래커가 아닌 우리에게 익숙한 그 비스킷류 크래커를 말해~! 크래커에 치즈 한 조각 놓고 처트니를 한 점 덜어낸 뒤 입에 넣으면... 와.. 진짜 존맛탱이야🥹. 단짠조합에 중독되서 나는 이 간식을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몰라... 음식이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내가 맛본 영국음식 중에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어😂 나중에 영국 가면 마트에서 이 세 가지 사서 한 번 해먹어봐. 다양한 치즈와 처트니를 조합하지만 주로 체다치즈류 + 카라멜을 입힌 적양파 처트니(Caramelised red onion chutney) + 크래커 비스킷을 먹으면 환상이었어.
크리스마스 파티
마지막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건 크리스마스 파티야. 회사를 다니면 12월 초중순에 하루 날잡아서 연말파티를 해. 내가 다닌 러쉬에서도 러쉬다운 파티를 열어서 너무 재밌었어. 오후 5시가 지나고 6시쯤부터 사무실에서 직접 만든 칵테일을 나눠주기 시작해. 사무실 안엔 12월초부터 이미 반짝이고 있던 큰 트리가 있고 데스크를 길게 붙여서 긴 테이블을 만들어놓지.
그 위에 하얀 식탁보가 깔려있고 아까 언급한 크래커가 각 자리에 빈 접시와 함께 놓여있어. 쉐프는 2층 부엌에서 비건 요리를 만들고 있었지. 파티를 시작하기 며칠 전에 이미 이메일로 메뉴를 골라놓았기 때문에 스타터부터 메인 그리고 디저트가 순서대로 내게 맞춰서 나와. 특히 가장 인상깊었던 건 디저트였는데 러쉬제품을 본떠서 만들었더라고. 매년 볼때마다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찍곤 했지. 맛있게 디너를 먹고 나서는 댄스플로어로 변하고 드랙퀸들을 불러서 공연을 해. 아. 드레스코드가 있어서 다들 그에 맞춰서 꾸미고 온 모습을 보면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너무너무 신나. 지난번에는 빨강이 드레스코드여서 나도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신나게 춤을 췄었지.
크리스마스 당일...
그런데 말이야. 크리스마스가 사실은 말이야... 외국인에게는 굉장히 외로운 날이야😭 한국으로 치면 설날이나 추석같은 큰 명절이라 모두가 가족들과 모이는 날이거든. 25일 당일에는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아서 거리는 굉장히 조용해. 그래서 영국에 있는 7년동안 25일에 영국에 있던 적은 별로 없어. 다들 그때쯤에 2주동안 휴가를 내는 경우가 많아서 나도 2주 휴가를 내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어. 영국에서 보낼 때는 한국 친구들과 맛있는 걸 해먹으며 보내기는 했지만 왠지 모르게 외롭더라구~! 한번은 영국에 온 초기에 한국친구의 영국인 동료네 집에 초대받은 적이 있었거든. 덕분에 영국 가정집에서 제대로 크리스마스 디너도 먹어보고 여왕이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하는 걸 티비로 함께 보기도 했어.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보드게임도 했지.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더라구. 초대해준 게 너무 감사하고 재밌었지만 아무래도 타인의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게 살짝 어색했던 것 같아.
크리스마스는 한국명절과 마찬가지로 가족싸움도 많이 벌어지고, 싱글인 젊은 층에게는 결혼압박을 듣는 짜증나는 날이기도 해. 이렇게 고작 하루에 불과하고 당일엔 싸움도 일어나는데 왜 그렇게 몇 달 전부터 어드벤트 캘린더를 예약하고 11월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내 생각엔 그렇게 분위기를 내지 않으면... 영국의 겨울은... 너무 우울해서 그런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어. 오후 4시면 이미 해가 지거든. 흐리고 해가 없는 겨울동안 따뜻한 불빛과 장식으로 낭만을 채우고 싶어서인게 아닐까 싶었어. 뭐 그 호들갑 때문에 영국애들조차 크리스마스는 무조건 크리스마스스럽게 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것 같지만...
12월 중순쯤 되면 동료들과 스몰 토크를 할 때 항상 듣는 질문이 있었는데 이 질문으로 마무리하고싶어!
구독자의 크리스마스는 어떨 거 같아? 하나 확실한 건 크리스마스를 무조건 크리스마스스럽게 보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버리도록 하자구~ 연인들과 보내는 게 흔한 한국의 크리스마스에 만년 솔로였던 사람으로서 그냥 너답게 재미있게 휴일을 즐기기를 바라 >0<
그럼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할게~!
2023년 12월 18일
수수로부터
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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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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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영국이 어땠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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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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