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만 채용 커피챗을 두 번이나 했다.
솔직히 말하면, 두 번 다 어이없게 끝났다.
상대는 질문보다 3차 면접에 가까운 말을 던졌고,
나는 그 순간,
내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상대가 듣고 싶어할 말만 골라내고 있었다.
대화가 끝났을 무렵엔
‘내가 너무 부족한가’라는 마음만 남았다.
그래서 당분간, 어정쩡한 커피챗은 멈추기로 했다.
지금은 취업 준비와 함께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몸이 반응하기 시작한 건 그 즈음부터였다.
한 시간만 걸어도 피곤했고,
커피 한 잔에도 잠이 달아났다.
요가도, 평소 루틴도 전처럼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PT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운동을 잘하고 싶은 마음보다,
땀을 흘리며 ‘살아 있다는’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상담 중 트레이너가 말했다.
“기초부터 다시 쌓아야 할 것 같아요.”
그 말이 오래도록 남았다.
요즘의 나는, 정말 기초부터 다시
나를 세우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브런치 작가 신청서도 썼다.
아이디어가 넘쳤던 것도 아니고,
쓸 말이 정리되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한 번 써보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예전의 나는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쓸 자격이 있는지’만 고민했다.
하지만 이번엔
자격보다 내 욕망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행히, 브런치 작가 심사도 통과했다.
아무도 모르게
인스타그램 ‘식집사’ 기획안도 만들었다.
누가 보기엔 별거 아닐 수 있다.
돈이 되는 것도,
대단한 프로젝트도 아니니까.
하지만
그걸 하는 동안만큼은
가장 나다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식물을 들여다보듯
내 생각을 정리하고,
혼자만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시간.
그건
설명할 필요도,
증명할 이유도 없는
나만의 회복이었다.
예전에, 나르시스트 상사가 내게 말했다.
“소소한 것에 만족하는 사람은 다 패배자야.”
그땐 맞는 말인 줄 알았다.
작고 느린 건 효율적이지 않고,
돈도 결과도 아니고, 성과도 아니니까.
하지만 지금은 안다.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는 전제가
나를 가장 먼저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는 걸.
실제로 나를 회복시킨 건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은,
작고 조용한 움직임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선택들이
내 삶의 온도를 아주 조금씩,
정상으로 되돌리고 있다는 것도.
회복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내가 나를 제대로 느끼는 그 순간부터,
이미 우리는 회복 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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