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는
조금씩 방향을 조정해가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조정'이라는 말 뒤엔
여전히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스타트업에서 흔히 말하고 강조하는
"가슴 뛰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채용에서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
30대 중반에도 그 말이
오그라 들지 않고 자꾸 마음 가는 걸 보면
어쩌면 나는 여전히 철들고 싶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 나답게
아주 작게라도 움직이기로 했다.
회사를 나온 뒤
가장 먼저 바꾼 건
매일의 작은 습관이었다.
대단히 거창한 건 아니고,
하루 중 가장 맑은 시간대에
짧게라도 내 생각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지금 내가 어디쯤 있는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단 몇 줄로 남겼다.
사실 딱히 이게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시작한 건 아니었다.
다만, 확실한 건 있었다.
도움받을 인맥도 없고 학벌도 없던 내가
묵묵히 참아왔던 수많은 스타트업의 갑질들,
"많은 멤버 앞에서 말투부터 멍청하다고 면박 주던 리더"
"내 글쓰기 방식을 보고 우울증이라고 전체가 보는 페이퍼에 작성한 상사"
"유니콘 대표 모임에 나가니, 이 바닥 좁다며 행실 잘하라고 협박하던 윗사람까지"
그렇게 힘들게 지나온 시간들을
조금이나마 아물게 하는 데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 다음엔,
'내가 정말 연결하고 싶은 문제'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지난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콘텐츠 기획부터 발행까지의 전 과정을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템플릿화 하고 있다.
아직은 실험에 가까운 작업이지만,
구체적인 목적도 하나 생겼다.
이제 내가 직접 만든 콘텐츠 템플릿을 가지고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영역에
작은 예산을 태워 실제 수익화 테스트해보려 한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경험이 얕았기에
솔직히 불안감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 손으로 설계한 과정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이 작은 프로젝트는
당장 큰 성과를 내기 위한 것도,
대단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내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생각들이
실제로도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시 시작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사람은 자기연민과 회피로부터
쉽게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도, 관심 있던 스타트업의
채용 공고를 한참 바라보다
결국 페이지를 닫아버렸다.
심지어 생각보다 많은 연락이 왔음에도
결국 다 거절해버렸다.
'또 떨어지면 어떡하지.'
'아직 준비가 부족한 건 아닐까.'
끝없는 자기의심이 올라왔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내가 기록한 짧은 글들을 다시 꺼내봤다.
뒤엉킨 마음이 조금은 평평해지는 것 같았다.
‘나, 꽤 많이 버텼네.’
‘이만큼은 해왔구나.’
아주 작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나를 조금 더 믿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내 속도대로 나아가 보려 한다.
내일은 한 채용 커피챗 일정이 잡혀 있다.
아직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저 도망치지만 않는다면
지금은 그걸로도 충분한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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