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과학기술] 인제뉴어티 헬리콥터, 화성의 하늘을 날다

2021.04.26 | 조회 1.7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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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형제는 1903년에 미국의 작은 마을 '키티 호크'에서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거의 120년이 지난 2021년 4월 19일, 인류는 사상 최초로 지구가 아닌 행성의 하늘에 비행체를 띄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로 화성 탐사차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에 탑재되어 파견된 헬리콥터, 인제뉴어티(Ingenuity)의 이야기입니다. 퍼서비어런스가 촬영해서 보내온 인제뉴어티의 비행 영상을 보실까요?

4월 19일의 최초 비행 영상입니다. 인제뉴어티의 헬리콥터가 바닥에서 돌기 시작하다가 천천히 떠올라서, 안정적으로 정지 비행까지 해내는 게 영상으로 아주 잘 보입니다. 그리고 4월 22일에는 두 번째 시험 비행까지 성공했어요. 위의 영상을 잘 보시면 인제뉴어티가 이륙할 때 흙먼지가 하얗게 날리는 모습이 잠깐 보이는데요, 다른 영상에 좀 더 선명하게 잘 보입니다. 퍼서비어런스의 착륙 당시에도 이렇게 흙먼지가 날렸었죠?

위의 영상은 지상에서 기다리고 있던 퍼서비어런스 로버가 찍어서 보내온 영상이었고요, 하늘에 올라간 인제뉴어티도 셀카를 찍어서 보내왔습니다. 아래쪽의 2번 그림은 바로 정지비행 중이던 인제뉴어티가 땅에 드리운 자기 자신의 그림자를 촬영한 사진이에요.

(좌) 인제뉴어티의 비행 상상도입니다. (가운데) 1차 비행에 성공한 인제뉴어티의 그림자입니다. (오른쪽) 고도를 높인 2차 비행 당시 인제뉴어티의 그림자 사진입니다.
(좌) 인제뉴어티의 비행 상상도입니다. (가운데) 1차 비행에 성공한 인제뉴어티의 그림자입니다. (오른쪽) 고도를 높인 2차 비행 당시 인제뉴어티의 그림자 사진입니다.

4월 22일의 2차 시험 비행에서는 고도를 높이고 비행시간을 늘리는 데 덧붙여서 공중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카메라 각도를 바꿔보기도 했습니다. NASA 연구진은 인제뉴어티를 실제로 날려 보내기 전에 온갖 종류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보았는데요, 지금까지 인제뉴어티는 시뮬레이션의 예측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기록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퍼서비어런스 미션을 진행하면서 NASA는 화성의 곳곳에 뜻깊은 이름을 지어주고 있습니다. 우선 퍼서비어런스의 착륙지는 SF 소설가 옥타비아 버틀러를 기리는 의미로 '옥타비아 E. 버틀러 착륙점'으로 이름 지었고요, 미션 도중 발견한 암석 샘플에는 나바호 원주민 언어로 이름을 지어주고 있지요. 인제뉴어티가 최초의 시험비행을 한 벌판은 "라이트 형제 비행장(Wright Brothers Field)"이 되었습니다. 사족으로, 인제뉴어티에는 라이트 형제의 첫 번째 비행기인 '플라이어'에 들어갔던 천 조각 하나도 숨어 있다고 해요. 

라이트 형제의 첫 번째 비행기, '플라이어'입니다.
라이트 형제의 첫 번째 비행기, '플라이어'입니다.


화성에서의 동력 비행은 지구와 비교했을 때 훨씬 어렵습니다. 이겨내야 할 중력이 3분의 1로 줄어들긴 하지만 밀어낼 수 있는 공기가 100분의 1밖에 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인제뉴어티의 프로펠러는 분당 2,400회의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데요, 비슷한 무게의 드론을 지구상에서 날릴 때에 비해 5배나 빠른 회전입니다.

원래 인제뉴어티의 비행은 4월 11일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제뉴어티를 바닥에 두고 헬리콥터 기능을 점검하던 도중에 제어 소프트웨어에서 오류가 발견되었고, 그대로 인제뉴어티를 띄워 올리면 당연히 추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비행이 연기된 거예요. 당연하지만 인제뉴어티가 추락해 버리면 수리할 수도 없고 새로운 드론을 파견할 수도 없으니 조심스러울 수밖에요.

인제뉴어티의 비행은 100% 자율적으로 진행되고, 지구에서의 실시간 통제는 전혀 받지 않습니다. 화성과 지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지구에서 보낸 전파 메시지가 화성에 도착하려면 빨라도 3분, 길게는 22분까지 걸려요. 지구에서 리모컨을 쥐고 인제뉴어티를 조종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고, NASA 기술자들이 '비행 계획'을 설정해서 전송하면 인제뉴어티가 스스로 계획을 실행하고 비행 기록만을 지구로 다시 전송하는 식이죠.

4월 6일, 퍼서비어런스가 인제뉴어티와 함께 찍어서 보낸 셀카입니다. 묘하게 사람같아보이지 않나요?
4월 6일, 퍼서비어런스가 인제뉴어티와 함께 찍어서 보낸 셀카입니다. 묘하게 사람같아보이지 않나요?


인제뉴어티의 목표는 기술 실증입니다. 그러니까 '화성에서 헬리콥터를 안전하게 띄울 만한 기술력이 되는가?'에 대답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기계인 거예요. 인제뉴어티에는 그래서 카메라 두 대 말고는 어떤 과학 장비도 탑재되어 있지 않고, 수명도 30일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인제뉴어티는 세 차례의 시험비행을 더 하면서 비행 기록을 수집할 거고, 임무를 마치고 나면 제저로 크레이터에 남겨지게 될 거라고 합니다.

퍼서비어런스처럼 지표면에서만 움직이는 탐사차는 안정적이고 제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형의 제약을 많이 받는다는 단점도 갖고 있지요. 인제뉴어티의 이번 비행이 모두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앞으로 우리는 지구 밖의 행성을 탐사할 때 드론이나 헬리콥터를 좀 더 적극적으로 쓸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험한 지형도 좀 더 쉽게 극복하며 더 빠르게 이동하는 우주 탐사 설비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NASA에서 기획하고 있는 차세대 미션 중에는 비행 능력을 갖춘 탐사선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요. 지난주에 소개했던, 토성의 위성 타이탄으로 파견될 '드래곤플라이'가 대표적이지요. 아직 계획이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금성의 대기에 유인 비행선을 띄우려는 '고고도 금성 탐사 계획(HAVOC)'도 있습니다. 

(좌) 드래곤플라이 드론이 타이탄 대기에 진입하여 활동하는 모습을 상상한 일러스트입니다. (우) 고고도 금성 탐사 계획(HAVOC)의 개념도입니다.
(좌) 드래곤플라이 드론이 타이탄 대기에 진입하여 활동하는 모습을 상상한 일러스트입니다. (우) 고고도 금성 탐사 계획(HAVOC)의 개념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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