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모기 싫어하시죠? 저는 유독 모기에 잘 물리는 체질인지 같은 방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안 물려도 저 혼자 모기에 물리는 일이 많습니다. 지금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카페에도 모기가 몇 마리 날아다니면서 귀찮게 하고 있네요. 제일 싫어하는 해충이에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한국에선 모기에 몇 방 물렸다고 해서 심각한 질병에 걸릴 걱정까지는 안 해도 된다는 점이겠지요. 하지만 인도, 아프리카, 중남미의 많은 지역에선 말라리아 때문에 죽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연간 2억 명 이상이 말라리아에 감염되고 약 40만 명이 죽는데 사망자의 대부분은 아이들입니다. 요즘에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도 모기를 따라 퍼져나가고 있어서 더욱 걱정이지요.
어떤 생물학자들은 모기를 완전히 박멸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유명한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대표적인데요, 일부 모기는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구성원이라기보다는 인간에게 기생하며 비정상적으로 진화한 종이나 마찬가지여서 없애버리더라도 생태계의 균형을 깨지 않을 거라고까지 이야기해요. 물론 반대하는 학자들도 있긴 하지만, 어떤 종을 의도적으로 멸종시키자는 주장이 논쟁의 여지는 있을지언정 제대로 논의되는 거의 유일한 종이 모기 아닐까 싶습니다.
문제는 '어떻게'겠지요? 이번 글에서는 굉장히 논쟁적인 실험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바로 유전자를 조작한 모기를 살포해서 모기라는 종을 서서히 말려죽이는 접근이지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후원을 받는 영국 기업 옥시텍이 그 주인공입니다. 바로 '아들만 낳는' 모기를 뿌리는 거예요.
평화로운 모기 가족의 가계도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수컷이 암컷과 만나 짝을 지으면 자손을 남기고, 자손에는 다시 수컷과 암컷이 적당히 섞여 있겠지요. 물론 이 과정에서 피를 빨린 인간들은 말라리아에 걸리고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때문에, 우리에겐 별로 평화로운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옥시텍에서 만들어서 뿌리는 유전자 조작 모기가 들어가면 상황이 이렇게 바뀝니다. 옥시텍에서는 수컷 모기만을 조작해서 뿌리는데요, 가계도에서 초록색으로 표시된 유전자조작(GM) 수컷이 정상 암컷을 만나서 짝을 지으면 역시 수컷과 암컷이 적당히 섞인 자손이 생겨납니다. 그런데 옥시텍에서 집어넣어준 유전자는 바로 암컷 장구벌레를 폐사시키는 유전자예요. 결국 이 가족에서 태어난 성체 모기는 조작된 유전자를 갖고 있는 수컷 모기 뿐입니다.
이렇게 태어난 2세대 유전자조작 수컷 모기들은 다시 짝을 찾아 나섭니다. 숲을 돌아다니던 다른 정상 암컷 모기를 만나 짝을 지으면, 여기서 태어난 3세대 모기들도 암컷은 전부 장구벌레 시절에 폐사하고 수컷들만 조작된 유전자를 갖고 움직이겠지요. 이런 과정을 여러 세대 반복하면 암컷들은 죄다 죽어버리고 수컷만 남을 테니 머지않아 멸종하리라는 계획입니다.
옥시텍은 2021년 4월부터 수컷 유전자조작 모기가 담긴 상자를 플로리다 키스(Florida Keys) 열도 곳곳에 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승인은 2020년 4월에 받았고, 플로리다 키스 모기통제국(FKMCD)의 승인도 2020년 8월에 받았는데도 프로젝트 시작까지 꽤 오래 걸린 셈이지요. 당연하지만, "유전자 조작" 모기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대가 만만찮았기 때문이에요.
옥시텍의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이 계획을 실행하는 데 꽤 많은 고생을 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보도자료 초입의 '3줄요약'을 보시죠.
자사 모기는 '안전하며', 수컷 모기이기 때문에 '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요? 실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실험 타깃이 된 이집트숲모기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설명합니다. 실제로 옥시텍의 유전자조작 모기 실험은 여러 차례 지역사회의 반대에 부딪혀서 무산됐거든요. 잘 정리된 자료를 참고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옥시텍은 2010년에 이미 유전자조작 모기 실험 승인을 미국 농무부에 요청한 적 있습니다. 농무부는 이 건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 넘겼고, 옥시텍은 2016년에 FDA의 승인을 받아냅니다. 그런데 실험 장소로 계획된 플로리다 키스 헤이븐의 주민투표에서 거부당하는 사태가 터졌고, 마침 환경보호청의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옥시텍은 실험 장소를 바꾸고 2020년에 환경보호청 승인까지 받아내지요.
타임라인을 보면, 옥시텍의 핵심 기술은 2010년 정도에는 완성 단계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규제를 통과하는 데 6년이 걸린 건 그렇다 치더라도, 2016년부터 5년간 실험을 진행하지 못한 건 근본적으로 주민들의 거부감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보도자료에서도 유전자조작 기술에 친숙하지 못한 주민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뭐, 설득은 받아내긴 했지만 주민들이 마냥 기뻐하지는 않겠지요. 일부 주민들은 모기 살포 상자에 불을 싸지르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다고 해요. 옥시텍 직원들은 사유지를 섭외해서 모기 상자를 배치하고, 구체적인 살포 일정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공격을 피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전자조작 생물을 생태계에 방출하는 건 물론 아주 논란의 여지가 많은 작업입니다. 여러 세대를 거치는 동안 유전자가 원래 의도대로 작동한다는 보장도 없고 예상치 못한 돌연변이를 만나 무력화될 수도 있지요. 이번 실험을 통해 모기만 깔끔하게 박멸할 수 있으면 물론 좋겠지만, 아니더라도 심각한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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