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과학기술] 변종 코로나19, 조심은 해도 두려워하지는 마세요

2021.05.21 | 조회 7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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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여우원숭이

매주 월요일, 따끈따끈한 최신 과학기술을 짧고 쉬운 글로 소개합니다.

인도의 코로나19 상황이 계속 기사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감염자가 쏟아지는 상황 자체도 문제지만, 확산세 때문에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지요. 소위 이중·삼중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해서 인도를 휩쓸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어서 걱정하고 계신 분들도 많을 거예요.

사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겪고 있으니까 바이러스가 변이하는 것도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요. 변이 바이러스를 우리가 걱정하는 이유는 이 녀석이 우리가 갖고 있는 백신을 무력화시키거나, 기존의 치료법으로 손댈 수 없을 만큼 치명적으로 변하거나, 아니면 전파력이 강해져서 통제하기 어려워지는 등 우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변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얼마나' 위험한 걸까요? 2021년 5월 13일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는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에 패닉할 필요가 없는 5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를 직접 인용하자면 우리는 물론 주의해서 대비하기는 해야겠지만 "조심스럽게 낙관(cautiously optimistic)"해도 괜찮다고 합니다. 기사에서 소개한 다섯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WHO, The effects of virus variants on COVID-19 vaccines, CC BY-NC-SA 3.0 IGO
WHO, The effects of virus variants on COVID-19 vaccines, CC BY-NC-SA 3.0 IGO

1. 백신은 변종에게도 생각보다 잘 듣는다.

남아공 변종(B.1.351)이 처음 분리되었을 때 주목받았던 중요한 이유가 바로 백신 저항성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요즘의 연구 및 분석 결과에 따르면 변종의 발생 이전에 개발된 백신들도 생각보다 변종을 막는 효과가 탁월하다고 하네요. 여기에 관한 꽤 중요한 사례분석이 2021년 5월 5일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에 보고되었는데 함께 살펴보시죠.

카타르의 백신 접종 프로그램은 2020년 12월경 시작되었고 2021년 3월 31일을 기해서 약 40만 명의 인구가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았습니다. 그런데 카타르는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을 유독 심하게 겪어서, 2월 말 기준으로 전체 환자의 50%가 남아공 변종, 45%가 영국 변종에 감염되었다고 해요. 사실상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mRNA 백신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입니다.

결과는 생각보다 놀랍습니다. 화이자의 mRNA 백신은 일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95%의 방어력을 자랑하는데요, 영국 변종에 대해서는 90%, 가장 우려되던 남아공 변종에 대해서도 75%의 방어력을 유지합니다. 그리고 백신 접종을 2회 마친 사람들은 중증 감염으로 발전하거나 사망할 확률이 현저하게 낮아지는데요, 변이 바이러스의 종류를 막론하고 중증 감염에 대한 방어력은 97.4%에 달했습니다.

2.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도 안정적이다.

중화항체(neutralizing antibody)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지요? "백신 접종자의 혈액에 있던 중화항체가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를 무력화하지 못했다" 같은 식의 기사도 가끔 나오는데요, 실제로 코로나19를 상대하는 면역 수단은 중화항체뿐이 아닙니다. 중화항체가 실험하기 제일 쉽다 보니 중화항체 관련 연구와 보도가 너무 많아서 생긴 일종의 착시효과입니다.

실제로는 T세포 등 추가적인 면역 수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설령 중화항체가 일부 효과가 떨어진다고 해도 우리 몸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하지 못하는 사태까지는 잘 가지 않는다고 해요. 백신을 접종받은 카타르 사람들이 남아공 변종에 가끔 걸리기는 해도 중증으로 발전하지 않는 까닭도 아마 이런 보조 면역 수단과 관련이 있을 겁니다.

3. 백신 접종자들은 설령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1번 항목에서도 간단하게 리뷰했던 내용입니다. 면역 반응이란 건 생각보다 복잡해서, 똑같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이더라도 백신 접종 여부는 물론 바이러스에 노출된 양에 따라서도 중증 여부가 갈리거든요. 마스크를 성실하게 쓴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중증으로 덜 발전한다는 분석마저도 있습니다. '인두법 가설(variolation hypothesis)'이라고 하지요.

흔히 화이자 백신의 효과는 몇 퍼센트, 아스트라제네카는 몇 퍼센트, 얀센은 몇 퍼센트 같은 식으로 백신의 효과를 비교하기도 하는데, 사실 이런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며 맞을 수 있는 백신은 어떤 종류라도 즉시 맞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아무리 '나쁜' 백신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각국 정부의 승인을 받고 출시된 백신들은 모두 중증 감염을 막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거든요.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된 영상을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4. 코로나19 변이는 별로 다양하지 않다.

지금 사람들을 걱정시키고 있는 주요 변이는 사실 몇 종류 되지 않습니다. 영국, 남아공, 브라질, 캘리포니아, 인도 정도지요. 그런데 바이러스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 변이들은 대부분 큰 틀에서 비슷비슷하다고 해요. 피츠버그 대학의 본 쿠퍼(Vaughn Cooper) 교수는 미생물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자인데요, 그가 2021년 3월에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기고한 기사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수렴진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쿠퍼 교수의 해석에 따르면, 다양한 코로나19 변이가 모두 특정한 형태로 수렴하고 있다는 건 코로나바이러스의 손에 있는 "패(deck)"가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요.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생물학적 한계를 유지한 채로 할 수 있는 일을 다 쥐어짜서 변이가 일어나는 중인데 그게 한계에 봉착하는 거라고요. 아주 희망적으로 생각하면, 머지않아 독감 수준으로 코로나19를 관리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5. 추가 백신 개발이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는 분명 엄청난 사망자와 피해를 만들어낸 공중보건 참사지만, 코로나19를 지나며 과학자들은 전례 없는 속도로 면역학을 발전시켰습니다. 십수 년 동안 이론적인 구상에 불과했던 mRNA백신을 상용화해낸 것이 대표적이지요. 다른 글에서도 설명해 드렸다시피, mRNA 백신은 개발 속도가 기존 백신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고, 모더나는 이미 남아공 변종에 대한 부스터 샷(추가 백신 접종) 개발에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모더나에서 5월 5일 발표한 초기 임상시험 결과에 의하면, 남아공 변종을 겨냥하고 개발된 이번 부스터 샷을 맞은 사람들은 단순히 모더나 백신의 3차 접종을 받은 사람에 비해 중화항체의 효력이 크게 개선됐다고 합니다. 남아공 변종으로 한정할 때, 곧 남아공 변종도 백신 접종으로 충분히 잡아낼 수 있다는 단서지요.

결론: 백신을 적극적으로 맞을 것, 그리고 긴장을 풀지 말 것

지금까지 소개한 자료에 의하면, 인류가 현재 확보한 기술은 코로나19에 확실한 반격을 가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치료약이나 백신을 완전히 우회하는 치명적인 변종은 나오지 않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 우리가 손에 쥔 기술로도 상대할 수 있으며, 변종 바이러스를 더 잘 잡아내는 백신도 개발 중이니까요.

결국 우리가 무엇보다 해야 할 일은 적극적인 백신 접종이겠네요. 언론에서 자꾸 자극적으로 백신의 성능을 비교하고 논쟁거리로 만들어 오긴 했지만, 지금까지 승인된 백신은 어떤 종류라고 하더라도 안 맞는 것보다는 압도적으로 낫습니다. 나를 위해서도,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도요.

덧붙여서, '아직은' 안심할 수 있지만 그래도 조심은 해야 합니다. 위스콘신 대학 수의학과의 토마스 프리드리히(Thomas Friedrich) 교수는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를 슬롯머신에 비유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한 차례 옮겨갈 때마다 슬롯머신을 한 번씩 당기는 거라고요.

인도에서처럼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일이 계속 벌어진다면, 코로나19는 점점 슬롯머신을 많이 당기게 될 거고 그러다가 '잭팟'이 터질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는 못 하겠지요. 백신과 과학을 믿고 조금은 낙관해도 괜찮지만, 긴장을 풀지는 말아야 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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