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과학기술] 인도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얼마나 위험할까?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알아낸 것들

2021.05.31 | 조회 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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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여우원숭이

매주 월요일, 따끈따끈한 최신 과학기술을 짧고 쉬운 글로 소개합니다.

얼마 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소개한 레터에서 그렇게까지 겁먹을 필요는 없겠다고 말씀은 드렸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인도발 변이가 상당히 걱정스러운 바이러스인 건 사실이겠지요. 5월 11일에는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인도 변이 바이러스(B.1.617)를 '세계적 우려 변종(variant of global concern)'으로 분류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5월 24일, 세계적 과학잡지 네이처(Nature)에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연구하여 알아낸 내용을 요약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발견한 지 이제 반년 남짓 된 새로운 바이러스이다 보니 이 바이러스의 특징은 아직도 베일에 제법 쌓여 있습니다만, 그래도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고 해요.

1. 전염력은 확실히 높다.

변이 바이러스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역시 전염력이겠지요. 인도 변이 바이러스는 452R과 478K라고 불리는 두 개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데요, 둘 다 스파이크 단백질에 생겨난 변이입니다. 아래쪽 그림에서 빨갛게 표시된 것들이 스파이크 단백질이에요.

(좌) 코로나바이러스의 모습입니다. 표면에 붉은색으로 표시된 것들이 스파이크 단백질입니다. 출처: CDC/ Alissa Eckert, MSMI; Dan Higgins, MAMS (우) 사람 세포의 ACE2 단백질을 만난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로 침입하는 모습입니다.출처: The Conversation, <What is the ACE2 receptor, how is it connected to coronavirus and why might it be key to treating COVID-19? The experts explain>, CC BY-SA
(좌) 코로나바이러스의 모습입니다. 표면에 붉은색으로 표시된 것들이 스파이크 단백질입니다. 출처: CDC/ Alissa Eckert, MSMI; Dan Higgins, MAMS (우) 사람 세포의 ACE2 단백질을 만난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로 침입하는 모습입니다.출처: The Conversation, <What is the ACE2 receptor, how is it connected to coronavirus and why might it be key to treating COVID-19? The experts explain>, CC BY-SA

스파이크 단백질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하는 데 직접적으로 쓰이는 도구입니다. 사람 세포의 표면에 ACE2라고 하는 단백질이 붙어 있는데 여기에 스파이크 단백질이 결합하면 위의 오른쪽 그림처럼 체내로 바이러스가 들어오게 되지요. 따라서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일어나면 보통 인체에 침투하는 능력이 좋아지고, 전염력도 올라가게 됩니다.

벨기에의 뢰벤 카톨릭 대학교 소속 생물학자 톰 웬셀리어는 인도 변이 바이러스가 영국 변이 바이러스(B.1.1.7)에 비해 약 13% 정도 빠르게 확산한다고 추산합니다. 한편 5월 12일에 발표된 영국 정부 자문위원회의 보고서에서는 최대 50%까지도 빠를 수 있다고 나왔어요. 추측값의 범위가 좀 넓긴 합니다만, 일단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전파력이 높은 것만큼은 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흥미롭게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할 때마다 기존 바이러스와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도 해요. 지금 영국 내에서 전파되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의 최대 절반 가까이가 인도 변종인데, 영국은 인도 변종이 유입된 이후에도 특별히 대유행을 겪고 있지는 않습니다. 백신 접종이 효과를 슬슬 보고 있는 셈인데, 어떻게 보면 인도 변종이 영국 변종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서 '감염 파이'를 늘려 가고 있는 상황이지요.

2. 백신을 무력화하는 변종은 아니다.

새로운 변종이 등장할 때마다 과학자들이 가장 유심히 살펴보는 지점은 '과연 백신이나 면역반응을 피할 수 있을까?'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맞서는 우리의 마지막 무기가 바로 백신이니까요. 만에 하나 백신을 접종받아도 감염을 피할 수 없는 끔찍한 변종이 등장한다면 상황을 최악으로 치달을 겁니다.

다행히도 인도 변종은 백신이나 기존 감염에 의한 면역반응을 피해서 감염시키는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에 영국에서 발생한 인도 변종 집단감염 사례를 몇 건 들여다보면 대부분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었어요. 아무래도 고연령층은 백신을 맞을 확률이 높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나 청소년 위주의 감염만 산발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집단감염 사례 분석 외에도,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 생기는 중화항체의 효능을 실험실에서 확인해 본 연구 사례도 조금씩 발표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백신 2회 접종을 마친 사람들은 인도 변종에게도 강한 면역 반응을 보인다는 보고가 얼마 전에 있었어요. '백신의 무력화'를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3.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요약하자면, 인도 변종은 전염력이 확실히 높긴 하지만 백신을 무력화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사실 마냥 안심할 일만은 아니긴 해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공중보건 연구자 크리스티나 파겔에 의하면, 아직 데이터를 더 모아서 경과를 지켜보아야 합니다.

우선 전염력이 얼마나 높아지는지가 확실하지 않아요. 위에서 언급했듯이, 10% 정도만 높아진다고 추산하는 사람도 있지만 50% 이상 전파가 빨라진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만약 50% 이상 전파가 빨라지는 게 사실이라면 같은 방역 수준일 때 대유행을 다시 한번 맞닥뜨려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가능한 한 빨리, 이 불확실한 숫자의 범위를 잡아내야 합니다.

둘째로, 백신이 어떻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도 좀 더 확실히 알아내야 합니다. 전 세계의 임상 데이터가 이제 충분히 쌓여서 우리는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19에 설령 걸리더라도 중증으로 발전하거나 사망하지는 않는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염을 완전히 막아주는 건 아닐 뿐더러, 무증상 전파자가 될 위험도 없지는 않아요.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이런 불확실성이 더 큽니다. 지금까지의 데이터로 보면 인도 변종 바이러스도 기존의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을 뚫고 사망자를 만들어내는 수준은 아닌 것 같지만, 혹여나 무증상 전파를 더 쉽게 일으킨다거나 할 수도 있지요. 그렇다면 백신을 아직 접종받은 사람들 사이에 다시 한번 대유행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상황을 반전시킬 방법은 전 세계적인 백신 접종일 거예요. 설령 우리나라에서 백신 접종이 충분히 진행되어서 감염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접종률이 낮은 개발도상국에서 또 이런 변종이 생겨날 수 있으니까요. 이전에도 소개했듯이 웬만한 코로나19 변종이라고 해도 백신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녀석이 튀어나올 확률은 거의 없겠지만, 가능한 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편이 우리 모두에게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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