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어땠는지, 그리고 바이든은 어떨지, 익명의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설문 바로가기)
부동산이 엮이지 않으면 금융위기까지 이어지기 힘들다
Q. 일단 뜨거운 주식시장 이야기부터. 요즘 버블 이야기 많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A. 그렇게 보기는 힘듭니다. 이미 코로나로 버블이 한 번 터졌잖아요? 작년 3월 한국 주가가 2200에서 1400까지 떨어졌죠.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주가가 다 박살났습니다. 그런데 주가가 금방 반등했어요. 그러니까 사람들 생각이 바뀝니다. 이거 정말 거품 맞아...?
이런 겁니다. 불 나면 무너질 것 같은 부실한 건물이 있어요. 그런데 막상 불이 났는데 별일 없는 겁니다. 오히려 더 올라요. 주식도 오르고, 부동산도 전세계가 다 올랐습니다. 이제 사람들 심리 밑바닥에는, 버블 좀 와도 중앙은행이 불 꺼주겠지… 하는 생각이 있는 겁니다. 되게 위험한 심리이긴 한데, 현실이 그렇죠.
Q. … 라는 이야기는 쌓인 기대심리 만큼, 펀더멘탈이 없다는 거 아닌가요?
A. 금융위기 대부분은 부동산에서 옵니다. 가난한 사람이 돈 잔뜩 꿔서 집을 샀다가 집값이 떨어지면 그게 진짜 금융위기입니다. 벤처 버블, 나스닥 거품, 이런 건 본질적인 금융위기가 아닙니다.
더군다나 지금 시가총액 수위권 테크 기업들에 투자된 돈은 차입자본이 아닌 자기자본을 넣은, 벤처투자가 대부분입니다. 실리콘밸리 자산가들이 돈을 넣는 거죠. 그 사람들 재산이 1조에서 절반으로 까인다고 해서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은행들은 지금 IT기업들이 돈을 안 빌려서 답답해 합니다. IT 회사들이 돈 빌려서 한다는 게 자사주 매입해서 주가 올리는 정도죠.
Q. 설사 주가 폭락이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금융위기가 오지 않는다?
A. 2000년 벤처버블도 지나고 보니 별 거 아니었습니다. 이후 미국은 911 테러 영향이, 한국은 신용카드 부실 영향이 있어서 결과적으로 더 크게 보인 면이 있죠. 부동산 버블, 특히 주거용 부동산 버블과 비교할 바는 아닙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만이 아닙니다. 이후 유로존도 그렇고, 90년대 북유럽도 그렇고… 부동산을 끼지 않은 금융위기가 없다고는 하기 힘들지만, 부동산이 끼어 있을 경우, 그 타격이 훨씬 큽니다.
Q. 요즘도 부동산 많이 올랐잖아요.
A. 가격만으로 버블이나 위기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그보다는 가계부채를 봐야죠.
미국은 10여년 전 금융위기 이후로 가계부채가 그리 많이 늘지 않았습니다. 한국이 이례적으로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난 나라인데, 한국은 이미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등, 규제를 너무 많이 해서 가격 대비 담보대출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애초에 자기 돈 없으면 못 사는데, 버블이 터지기도 힘들겠죠. 그런데도 계속 아파트값은 오르고 신기한 나라입니다(…)
Q. 그러면 어느 정도면 위험하다 할 수 있을까요?
A. 정부에서 LTV 60%가 과도하다는데, 국제기준에선 최소 90%는 돼야 명함 내밀 수준입니다. 5억짜리 집을 사는데 4억 5천을 빌릴 수 있는 거죠. 그 집값이 3억 5천까지 떨어지면 위기가 옵니다. 역자산(Negative Equity)이 되는 거죠.
그런 면에서, 한국은 역사상 부동산 위기가 없었던 나라에 속합니다. 미국 금융위기 때는, 집 팔아도 빚 다 못 갚는 집이 전체의 10% 넘었던 적도 있어요. 한국 하우스푸어 이야기는 우스운 수준이죠.
어쨌든 지표적으로는 트럼프 시절 미국 경제는 좋았다
Q. 그러면,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무엇으로 볼 수 있을까요?
A. 세금도 깎고 금리도 인하하는 전통적인 경기부양책을 폈습니다. 취임 첫해 말부터 일단 세금을 깎았죠.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파웰은 금리를 올린다고 버텼지만, 트럼프와 시장이 협공해서 금리를 낮추게 했죠. 재정, 통화 모두 경기를 부양하는 방향으로 가고,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높여 주가를 높이자… 그게 트럼프 경제정책의 핵심이었습니다.
Q. 연준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거 아닌가요?
A. 중앙은행 독립성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폐기처분된 이야기입니다. 이미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 통화정책의 중립성 같은 건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코로나로 전세계적 비상상황이니 중앙은행 독립성이 지켜질 리가 없죠. 지금은 긴축 정책 같은 건 말도 못 꺼낼 상황입니다.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차이가 없을 수밖에 없어요.
Q. 감세는 왜 한 거죠?
A. 감세는 공화당 정부의 상징과 같은 것입니다. 딱히 트럼프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했다기보다는, 트럼프도 공화당 사람임을 보여준 정도라고 봅니다. 사람들이 트럼프 미쳤다 하는데, 감세 가지고 정신 나갔다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트럼프는 주가를 올릴 수 있다면 뭐든 할 사람입니다. 그래서 트럼프 정부의 감세는 법인세에 집중돼 있었죠. 법인세가 내리면 기업 이익이 오르고, 주가도 따라서 오르는 구조를 그린 겁니다.
2016년 정체했던 미국 주가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2017년에는 1월 19,881.76에서 12월 24,922.68까지 오릅니다. 그러니까 사람들도 트럼프 좋다고 박수치기 시작했죠. 이게 꼭 법인세를 깎아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성장지표도 좋았습니다. GDP 성장률이 2016년 1.7%에서 2018년 3.0%까지 올랐으니까요.
Q. 트럼프는 왜 이리 주가를 올리려 한 건가요?
A. 글쎄요… 그냥 기업인 출신의 정체성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요즘은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주식 얘기 많이 합니다만, 사실 제 생각에 정치인은 주식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주가는 정책으로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바이든은 30대부터 워싱턴 왔다갔다 한 40년 경력의 정통 정치인이라 주식 이야기는 거의 안 할 겁니다. 트럼프처럼 트위터에 주가 이야기하고 그러지는 않겠지요.
고용 지표 뒤에 감춰진 미국의 부끄러운 진실
Q. 트럼프 때 고용지표가 엄청 좋았는데, 어떻게 봐야하나요?
A. 고용지표 자체는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특히 실업률이 엄청 내려갔죠. 허나 실제 데이터를 뜯어보면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고용은 높아졌는데, 이 고용이 우버 드라이버 같이 별 기술이 필요 없는 직종입니다. 원래 기술이 발전하면 맥도날드 알바 같은 단순 노동이 팍 줄어들고 프로그래머 같은 지식노동이 조금 늘 거란 예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단순노동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숙련도가 필요 없는 서비스업에서 고용이 늘어난 거죠.
Q. 왜죠?
A. 임금이 싸서 그렇습니다. 한국도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에서, 점점 기계가 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잖아요? 그런데 미국 시골은 아직도 사람이 더 싸다는 겁니다. 기계를 대체할 만큼, 인건비가 올라가지 않은 거죠.
Q. 고용지표에서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문제는 무엇인가요?
A.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고용이 늘어난 건 맞지만, 실업률은 또 왜 이렇게까지 낮을까?
한 꺼풀 벗겨보니, 사회복지로 최저 생계비 받으면서 버티는 사람이 수백만명에 달했습니다. 노동시장에 뛰어들지 않고 집에서 노는 사람이 많아진 거죠. 이들은 구직자가 아니니 실업률 지표에 잡히지 않습니다. 개중에는 집에서 진통제나 마약이나 맞고 있는 중독자들도 있습니다. 이런 백인이 트럼프 핵심 지지층이기도 했는데, 그 숫자가 수백만에 달합니다.
Q. 와, 개심각하네요;;;
A. 미국이 멀리서 보면 괜찮아 보이는데, 뜯어보면 문제가 많은 나라입니다. 저임금 노동자가 늘어나고, 시골에는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장애나 실업수당에 의지해 겨우 살아가는 사람이 늘어나는 거니까요. 한국에 있으면 잘 모르는데, 우리가 이름도 모르는 미국의 소도시에는 이런 사람들 천지입니다.
Q. 바이든 때는 뭐가 좀 바뀔 수 있을까요?
A. 미국이라는 나라가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이런 문제를 제대로 제기하기도 힘들 겁니다. 백인이라고 다 같은 백인이 아닙니다. 당장 의사당 난입하는 제정신 아닌 사람들 보세요. 밖에서 보면 잘 나가는 미국만 보이는데, 소위 진짜 미국의 모습이 저렇습니다. 겉으로 보면 다들 미국 이끄는 백인들인데, 알고 보면 심각하게 소외된 이들이죠. 그러니 기본소득 이야기도 나오는 거고…
Q. 기본소득은 좀 가능성이 있을까요?
A. 지지층이 생각보다 꽤 있긴 합니다. 미국 좌파 뿐 아니라, 실리콘밸리 테키(techie)들도 많이 이야기하죠. 될 가능성은 없다 보지만, 상황이 이 꼴이라 이야기 자체는 계속 나올 겁니다.
그린 뉴딜, 연방제의 한계가 있기에 바이든의 엄청난 리더십이 필요
Q. 바이든이 그린 뉴딜 외치던데, 어떻게 보세요?
A. 미국은 연방국이기에 근본적으로 국가 주도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힘든 나라입니다. 미국이 강력한 중앙 정부를 가지고 있었다면, 뉴욕-보스턴-워싱턴, 이렇게 도시 간을 잇는 고속전철이 깔려 있겠죠. 하지만 미국에서는 여러 주의 협조를 얻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민간에서 인프라를 벌였습니다. J.P.모건, 밴더빌트, 스탠퍼드… 이런 민간 사업자들이 미국의 철도를 만들었죠.
Q. 연방정부에서 한 건 없나요…?
A. 고속도로는 연방정부에서 만들었습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2차대전 이후 주(state)간 고속도로(Interstate Highway)라는 이름으로, 48개 주와 워싱턴을 연결했죠. 이는 이후 미국 발전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건 당시 전후 실업자 구제의 필요성, 그리고 아이젠하워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국가적으로 힘을 엄청나게 쏟아야 할 프로젝트를 바이든이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Q. 고용이나 낡은 인프라 재건을 위해서 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A. 미국 인프라가 부실하긴 합니다. 당장 고속도로도 50년이 넘었으니까요. 2007년에는 미시시피강 교량 붕괴사건이 있었는데, 이게 미국판 성수대교 붕괴 같은 일입니다. 철도든 도로든 전부 수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도로공사가 알아서 하면 되지만, 연방제 미국은 수많은 주를 규합시켜야 합니다. 이런 온갖 제약을 넘는 게 보통 일이 아닐 겁니다. 미국 역사상 최대의 프로젝트를 부르짖으며, 정부의 명운을 걸고 해 나갈 강짜가 있어야 합니다.
Q. 미친 놈이 할 일이면, 트럼프가 적임자인 듯한데요…
A. 트럼프에게 인프라는 곁다리에 불과했습니다. 4년 전 출마할 때 SOC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우선순위는 아니었습니다. 원래 트럼프는 주식을 좋아하지, SOC에 공들이는 인물이 아닙니다. 또 이미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었는데, 여기에 SOC까지 하면 현실적으로 재정이 받쳐 주기 힘드니까요.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까지 일으키며 쏙 들어간 거죠.
Q. 대안은 없을까요?
A. 차라리 일런 머스크가 뭐 하나 지어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그만큼 미국은 연방정부에서 인프라를 깔기 힘든 나라입니다.
공항을 만든다고 하면, 한국은 정부가 ‘가덕도 가즈아~’만 외치면 건설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JFK 공항 수리에만도, 뉴욕 주에 뉴저지 주에 각 항공사까지 모두 달려들어야 합니다. 다행히 뉴욕 주와 항공사가 비용을 분담하는 130억 달러 규모의 개선 프로젝트가 진행중이긴 하지만요. 이런 제약이 바이든 정부에서 달라질까 좀 회의적입니다. 철도도 교통도, 쉬웠다면 아직까지 이대로일 리가 없죠.
별 일 없었지만 요란했던 무역전쟁, 이제는 별 일 없이 조용히
Q.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A. 무역전쟁이 미국 펀더멘털에 준 영향은 미미하다고 봅니다. 폭스콘이 위스콘신에 공장을 짓는다며 트럼프가 삽도 뜨고 했는데…그 난리를 쳐서 정말 해외의 공장이 미국으로 넘어왔냐 하면…
제조업은 관세보다 서플라이 체인 등 여러 요소의 영향을 받습니다. 경제학자들도 이건 중국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한 정치적 기싸움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가장 손대기 쉬운 관세에서 시작했고, 금융, 첨단 기술 등으로 계속 확장한 거죠. 무역전쟁은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싸움이 시작된 지점이란 의미는 있지만, 실제 경제에는 큰 의미가 없었을 것 같습니다.
Q. 한국에도 영향이 있었다는데, 어떻게 보세요?
A. 종합적으로 볼 때 트럼프 시기 한국경제는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미국 실물경기와 주식이 모두 올라갔고, 이에 한국도 긍정적 영향을 받았죠. 트럼프가 미국 경제 부양에 성공했고, 덕택에 한국 수출도 2018년까지는 잘 됐지요. 이후 수출 부진이 무역분쟁 때문이란 주장도 있는데, 저는 반도체 사이클상 과잉공급의 영향이 컸다고 봅니다. 물론, 미중무역이 얼마나 한국에 악영향을 줬는지는 평가하기 힘들기에, 논쟁의 여지는 있습니다.
Q. 그러면, 바이든은 보호무역 기조를 계속 이어갈까요?
A. 먼저, 민주당은 자유무역, 공화당은 보호무역,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보기는 힘듭니다. 오히려 노동조합을 지지층으로 가진 민주당이 보호무역에 가까울 때가 많았죠. 그런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에 나서며 이게 자유무역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이후 트럼프가 보호무역 키워드를 다시금 가져왔지만, 당시 대선에서는 힐러리도 보호무역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면 바이든은 보호무역 기조를 이어갈 것인가? 바이든이 말로는 보호무역을 계속하겠다 하지만, 기왕 올린 관세를 이어받는 정도라 봅니다. 물론 중국과의 싸움이야 국가적 과제이니 이어가겠으나, EU와 굳이 자동차, 철강, 이런 소모적이고 시끄러운 싸움을 계속 하진 않겠지요. 애초에 소란스러운 무역전쟁은 “Anyone but Trump”만 떠올리게 할 테니까요.
Q. 트럼프가 강한 달러를 외쳤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A. ‘스트롱 달러’는, 그냥 미국 재무성 사람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무의미한 이야기입니다. 기재부의 ‘재정건전성’ 같은 거죠.
달러가 약세냐 강세냐, 이건 미국에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환율에 관심이 있으니 달러가치를 이야기하지만, 미국 정책당국은 달러가 강세든 약세든 별 감각이 없습니다. 그냥 주가가 오를 땐 달러 약세, 내릴 땐 달러 강세, 이렇게 보는 게 편합니다. 바꿔 말하면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달러 강세가 되는 것이지, 미국 정부가 달러 강하게 만들자고 마음을 먹어서 환율이 움직이는 건 아닙니다.
성공한 경기부양, 여전한 연금 문제
Q. 트럼프가 코로나 때, 빠르게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쳤습니다. 이는 어떻게 보세요?
A. 코로나로 경기가 바닥을 찍었는데, 이내 반등했으니 성공이라 봐야죠. 미국과 유럽 모두 엄청난 경기부양책을 썼고, 이 자체는 뭐라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만큼 경제 피해가 심각했고, 더 심각해질 상황을 잘 막았으니까요. 문제는 이를 어떻게 마무리짓느냐… 그 이야기가 나오려 하면 ‘일단 코로나는 잡고 이야기합시다’로 끝나는 게 지금의 상황입니다. 그런데…
Q. 그런데?
A. 작년과 올해, 코로나로 인한 미국과 유럽 재정 적자는 엄청납니다. 한국도 빵꾸는 났지만, 그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죠. 미국의 작년 재정적자가 GDP의 14% 수준이었고, 올해도 10% 내외의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이를 어떻게 마무리지을 수 있는가, 이 엄청난 국가부채를 어떻게 하는가… 지금 당장에는 별 거 아닐 수 있는데, 미국의 재정적자는 미국판 국민연금, 소셜 시큐리티 체제와 맞물려 있습니다.
Q. 소셜 시큐리티 체제는 뭐죠?
A. 미국판 국민연금이라 보면 됩니다. 10년 이상 급여세(payroll tax)를 내면, 만 62세 이후 소셜 시큐리티 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보다 좋은 점이라면 고령화는 한국보다 느리다는 것이고, 나쁜 점은 한국과 달리 쌓아 놓은 기금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고 연금을 받기 시작하면, 재정 문제가 터져 나올 겁니다. 여기에 만 65세 이상 대상의 의료 공공보험인 메디케어도 있어서, 향후 재정 압박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Q. 한국도 국민연금 문제로 매번 시끄러운데, 미국에서는 별 이야기가 없었나요?
A. 의회 예산국에서 10년 전부터 계속 경고했죠.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 은퇴 문제를 어떻게 할 거냐고. 미국은 아직 성장도 하고 인구도 계속 늘어나니까 괜찮다고 넘기긴 했는데… 그런데 여기에 코로나로 2년 만에, GDP의 20% 재정적자가 더해진 겁니다. 국가부채에 정답은 없다지만, 그 부담이 순식간에 커진 거죠. 당장은 코로나에 맞서기 바쁘지만, 10년 뒤에는 논란이 더욱 커질 겁니다. 극단적으로는, 미국이 국가부채의 상징인 일본처럼 갈 거라는 주장도 있죠.
Q. 이 와중에 바이든은 또 재난지원금 준다는데…
A. 일단 올해는 코로나만 신경써야 할 듯합니다. 다른 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죠. 1인당 2천불 씩 주느냐 마느냐는 크게 중요하진 않습니다. SOC처럼 몇 년 쓰는 것도 아니고, 아주 큰 부담은 아닙니다. 일단 좀 더 버티면 코로나 종식이 가능하다, 그러면 주는 게 좋긴 하겠지요. 한국도 재난지원금을 보편지급이냐 선별지급이냐 싸우는데, 주느냐 마느냐가 차라리 더 중요합니다.
적어도 경제에서는 덜 미친놈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경제정책 평가는 불가능
Q. 코로나 걷히면 또 어떤 이슈가 있을까요?
A. 그린뉴딜은 이야기했고요. 현재 시장이 가장 큰 관심 기울이는 건, 구글,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을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실리콘밸리 거인들을 손을 보느냐 마느냐… 이게 양날의 칼입니다.
미 정부는 이들 기업에 굉장한 경계심을 보내고 있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트럼프를 깨는 걸 보고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데, 이런 규제가 트럼프에게만 적용되리란 보장이 없으니까요. 그림자 정부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으니, 이제는 손봐야 하지 않냐… 이런 분위기입니다.
Q. 규제하면 어떻게 될까요?
A. IT 투자가 부진해질 수 있고, 한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겠죠. 반독점법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들 빅테크 기업을 건드릴 수단이 그것 뿐이라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시가총액 상위권 기업은 다 IT인데, 이들은 신용 부실도 없고 제재할 수단이 거의 없죠.
Q. 최종적으로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평가하자면?
A. 트럼프가 미친 짓 많이 했는데, 사실 트위터로 주식 이야기하는 거 빼고 경제정책에서 그렇게 미친놈은 아니었습니다. 감세라는 전통적인 공화당 기조를 충실히 따랐고, 미중간 무역전쟁도 좀 심하긴 했어도, 경제학에서 그리 황당한 건 아닙니다.
어쨌든 정책의 의도와 결과가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세금 깎아주고 금리 낮췄고, 그 결과로 주가가 오르며 자산 증식효과가 있었죠. 명목적으로나마 고용도 늘었고요. 다만, 살펴봤다시피 내적으로는 좀 부실한 면이 있습니다. 미국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금리 인하, 감세 등은 뒤에 부작용이 뒤따를 수도 있는 정책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정책은 보통 8년, 즉 재선을 염두하고 짭니다. 재선에 실패했기에 평가가 어려운 측면이 있죠. 더군다나, 코로나로 모든 게 쓸려 나갔습니다. 코로나에 경제적으로는 잘 대응했으나, 전파를 막는 데 있어서는 최악의 코로나 대응국이 되어버렸죠.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평가가 거의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바이든에게 더 무거운 짐이 주어졌는데, 잘 해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댓글 2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sumoonzang
공감!
의견을 남겨주세요
yacsoo
좋은 내용입니다. 공부가 되네요~! ^^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