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북핵, 한일 관계 총정리

트럼프는 사라졌지만 김정은은 그 자리에 남아...

2021.01.29 | 조회 3.2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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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승환

언제 폐간될지 모르는 뉴스 큐레이션

 

트럼프-바이든 정리 마지막 편입니다. 북핵, 안보 등을 다뤘으며, 플래툰의 홍희범 편집장님을 인터뷰했습니다. 편집장님은 전인범 전 특수사령관님이 주관하는 특수전-지상전 연구회(LANDSOC-K)의 책임연구원으로도 계십니다.

이번엔 설문 좀 응해 주세요. (설문 바로가기)


트럼프, 대책 없이 김정은 만나고 수습도 못해

이승환: 트럼프의 북미관계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홍희범: 근본적 문제는, 트럼프가 국제적 이슈에 깊은 이해가 없는 겁니다. 그나마 초반에는 제임스 매티스, 존 켈리 등 해병대 출신 장군을 등용했습니다. 트럼프가 전문성보다 이미지를 본 거죠. 해병대 장군이니까 강성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미국 해병대 장성은, 아주 똑똑하고 전문적이고 신중한 이들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사람들이 트럼프를 말렸고, 트럼프도 하지 않는 시늉이라도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만류하니까 쫓아냈고, 그러면서 진지하게 충고할 사람이 없어진 거죠.

트럼프 정권 초기, 해병대 출신 장군들은 국방장관직을 연이어 맡는 등 요직을 차지했다. 존 켈리, 제임스 매티스는 국방부 장관을, 조지프 던퍼드는 합참의장을, 존 앨런이 브루킹스 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2013년 당시 해병대 4성 장군들이 함께 찍은 사진.
트럼프 정권 초기, 해병대 출신 장군들은 국방장관직을 연이어 맡는 등 요직을 차지했다. 존 켈리, 제임스 매티스는 국방부 장관을, 조지프 던퍼드는 합참의장을, 존 앨런이 브루킹스 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2013년 당시 해병대 4성 장군들이 함께 찍은 사진.

이승환: 북핵문제를 너무 쉽게 접근했다?

홍희범: 김정은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보면 뭔가 풀리겠지, 이렇게 닥치고 만난 겁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핵 포기를 전제로 만났는지도 의문이고, 트럼프도 애초에 제대로 된 협상안을 준비한 것 같지 않습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자세가 성의 없어 보이니 금세 파투가 난 거죠.

 

트럼프의 고립주의 미국은 여기까지, 동맹재규합에 나설 바이든

이승환: 대통령이 바이든으로 바뀌며 변화가 좀 있을까요?

홍희범: 트럼프와 비교하면 큰 변화이지만, 트럼프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게 좀 더 정확합니다.

바이든의 대북정책은 다시 원칙에 입각한 실무협상 위주의 Bottom-Up 방식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유력하다 (출처: 서울경제)
바이든의 대북정책은 다시 원칙에 입각한 실무협상 위주의 Bottom-Up 방식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유력하다 (출처: 서울경제)

이승환: 이전으로 돌아간다… 그동안 안보 측면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 컨센서스가 좀 있었던 건가요?

홍희범: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의 이해는 이어져왔습니다. 트럼프가 그걸 다 휘젓고 엉망으로 만든 거죠. 4년을 더했으면 돌이킬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재선은 실패했고,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때와 비슷하게 돌아가지 않을까 합니다. 즉, 동맹을 재규합하는 거죠.

이승환: 북핵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일까요?

홍희범: 네. 억제책을 동반한, 견제와 무시를 유지할 겁니다. 트럼프 정부 이전에는 항상 그래왔습니다. 바이든도 북한이 어느 선을 넘을 때까지는 무시하겠죠. 트럼프처럼 당근을 주려는 액션은 나오기 힘들 겁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라인에는 ‘전략적 인내’ 전략에 관여한 토니 블링컨 등이 포진했다. (출처: 문화일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라인에는 ‘전략적 인내’ 전략에 관여한 토니 블링컨 등이 포진했다. (출처: 문화일보)

 

당분간 북한을 내버려둘 미국, 섵부른 대화 기대하기 힘들어

이승환: 바이든이 대선토론에서 북한이 핵무장을 낮추는 조건으로, 북한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고 했던데요…

홍희범: 시작부터 싸울 거라고는 안 하겠죠.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 일종의 탐색성 발언이라 봅니다. 물론 바이든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럴 겁니다. 허나, 북한에서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는데 먼저 움직이는, 트럼프 정부의 어리석음을 답습하지는 않겠죠.

이승환: 이란과 비교하면 북한의 김정은 정부는 예상 가능하지 않은 건가요?

홍희범: 이란은 핵을 포기할 때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명확합니다. 제재가 해지되면 개방 경제를 통해 경제강국으로 가고 민생도 나아지니까요. 반면 북한은, 솔직히 핵을 포기했을 때 얻는 보상이 뭐냐고 물으면 애매하죠.

이란은 석유가 넘치는 나라이기에, 제재가 풀리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 (출처: 아시아투데이)
이란은 석유가 넘치는 나라이기에, 제재가 풀리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 (출처: 아시아투데이)

이승환: 북한의 경제 제재가 풀리면, 남한이 경제적으로 도와줄 수 있지 않습니까?

홍희범: 그 정도로 만족할 북한이었으면, 핵협상은 진작에 완료됐을 겁니다. 상식적인 수준의 경제지원을 바라고 몇십년 째 저럴 턱이 없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 때도, 경제지원을 받으면서 정작 핵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만에 하나 핵을 포기한다면, 핵 자체가 체제유지의 위협이 될 때인데, 지금이 그런 상황 같지는 않습니다.

이승환: 남한이 나서서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시나요?

홍희범: 미래야 모르지만, 지금 단계에서 대북 대화를 주선하는 건 뻘짓이라고 봅니다. 북한은 어차피 한국 정부의 대화 주선 능력을 믿지 않습니다. 미국에 종속된 한 패라 생각할 뿐이죠. 그렇기에 우리가 나선다 해도 북한이 제대로 나설 리 없습니다. 당분간은 관망세로 머리 굴리는 게 좋겠죠.

이승환: 개성공단 같은 협력으로 풀 수는 없을까요?

홍희범: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는 있었으리라 봅니다만, 이걸로 북한 행동을 제어할 수 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북한은 250억 들인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평화무드에 선을 그었다
북한은 250억 들인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평화무드에 선을 그었다

이승환: 북한도 시장경제가 점점 활성화된다는데 자연스럽게 독재가 약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홍희범: 이건 시장경제를 좀 풀어주지 않으면, 사회 유지가 안 되니까 용인하는 겁니다. 그래도 김정은 체제가 되면서, 북한도 굶어 죽을 걱정은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그럭저럭 인기가 있기도 하고요. 당장은 시장경제를 좀 풀어주는 게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되기에 놔두는 것일 뿐, 이게 자본주의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바로 옥죌 겁니다.

 

북한의 존재 이유가 되어버린 북한의 핵 퍼포먼스

이승환: 그러면 북한 입장에서는 핵에 더 힘을 실을 건데… 미국 입장에서도 좋지는 않잖아요?

홍희범: 북한이 아무리 핵을 키운다 해도 미국이 무서워할 턱이 없습니다. 미국은 이미 북한 따위와 비교도 안 될 핵전력을 가진 소련과 핵으로 40년 이상 대치한 나라입니다. 지도에서 서로 지워질 정도로 강한 전력을 가진 상대와 맞서 왔어요. 게다가 북한 정도는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선제공격으로 지울 수 있는 나라입니다. 핵잠수함을 만들어도 마찬가지고요.

미국은 핵공격을 할 때 바로 망하지 않고, 핵으로 되받아칠 수 있는 소련과도 대립했다
미국은 핵공격을 할 때 바로 망하지 않고, 핵으로 되받아칠 수 있는 소련과도 대립했다

이승환: 그런데도, 북한은 왜 그렇게 핵 가지고 장난일까요.

홍희범: 판돈을 올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북한에게 핵은 이미 그 자체가 목표입니다. 처음에는 핵이 정권 유지를 위한 수단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핵을 유지하기 위해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순환논리에 빠진 거죠. 주체사상 마냥 정권을 위한 신앙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북한의 자세 역시 오바마 정부 때와 비슷하게 되돌아갈 거라 생각합니다. 진짜 공격은 않지만, 미사일을 더 쏘며 긴장을 높이겠죠.

이승환: 남한 입장에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홍희범: 마찬가지로 도돌이표가 되겠죠. 다만, 김정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김정일 때까지는 패턴대로 돌아갔는데, 김정은은 도저히 예측이 안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예로, 북한이 군사 퍼레이드를 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색적인 일입니다. 기존에는 군사 퍼레이드가 많지도 않았고, 한다고 해도 최대한 감췄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있는 거 없는 거 다 까발리고, 없으면 가짜를 만들어서라도 보여주려 합니다. 지금껏 북한 패턴과 완전히 달라요.

김정은 정권 이후 북한의 열병식은 과거와 달리 다양화, 현대화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야간 열병식의 모습.
김정은 정권 이후 북한의 열병식은 과거와 달리 다양화, 현대화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야간 열병식의 모습.

이승환: 김정은은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잖아요?

홍희범: 그건 이미 김정일 때 다 한 겁니다. 북한에 핵 능력 있는 거, 모르는 나라가 어디 있겠습니까. 김정은이 과시욕이 강한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는 해도 국가 차원에서 왜 저런 일을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이승환: 솔까말 경제는 물론, 병력에서도 북한은 한참 아래잖아요. 국력이 비교가 안 되는데, 북한은 왜 저렇게 강짜 부리는 것인지요?

홍희범: 냉정히 말하면, 북한이 한국의 국력을 인정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권위주의 독재국가에게 국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길은 무력 뿐입니다.

하지만 한국이 확전 우려를 무릅쓰고, 무력을 행사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유일한 기회가 2010년 연평도 포격이었죠. 명분도 국민 여론도,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은 애초에 전면전할 능력도 없고, 연평도 포격 정도가 한계입니다. 북한에 남한의 국력 차이를 보여줄 기회였지만, 이명박 보수정권조차도 확전 우려 때문에 큰 액션을 취할 수 없었죠.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은 대한민국 영토가 공격받았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남겼다. 당시 북한 연평도 해안포 발사 – 아군 대응 상황 모식도. (출처: 동아일보)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은 대한민국 영토가 공격받았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남겼다. 당시 북한 연평도 해안포 발사 – 아군 대응 상황 모식도. (출처: 동아일보)

 

트럼프의 무식한 미국 우선주의, 시끄럽기만 하고 실익은 없어

이승환: 트럼프의 전체 외교 정책이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홍희범: 독특한 정도가 아니라 몇십 년 동안 미국이 해 온 일을 다 엎은 수준입니다.

이승환: 미국이 세계를 지켜준다, 이런 개념을 엎은 건가요…?

홍희범: 미국의 기조는 동맹을 굳건히 하고, 필요하다면 해외 분쟁에도 함께 개입하는 것이었습니다. 반면 트럼프는 미국 밖의 일은 낭비라 생각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미국 우선주의’로 요약된다. (출처: 조선일보)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미국 우선주의’로 요약된다. (출처: 조선일보)

이승환: 미국 국방비가 1천조라서 천조국이잖아요. 그러니 돈 덜 쓰자… 는 일리 있지 않나요?

홍희범: 그렇게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은 2차대전을 겪으며 고립주의에서 개입주의로 바뀌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부터 불을 꺼야, 미국으로 그 불이 옮겨붙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트럼프는 당장 눈 앞의 이익만 본 겁니다. 쉽게 말해, 트럼프 본인이 이해 못하는 건 다 쓸모 없다고 생각한 거죠. 속된 말로 무식한 사람이 대통령 되니까, 무식한 수준에서 대외정책을 어지럽힌 겁니다.

트럼프 등장 이전부터, 미국은 점차 신고립주의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출처: 조선일보)
트럼프 등장 이전부터, 미국은 점차 신고립주의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출처: 조선일보)

이승환: 트럼프가 중국과는 각을 세웠는데, 어떻게 봐야 하나요?

홍희범: 2000년대 들어서 미중 간 긴장관계는 꾸준히 있었습니다. 그동안 보이지 않게 견제하던 걸,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한 것 뿐이죠. 하지만 중국에 얼마나 타격을 줬느냐는 의문입니다. 무역제재도 요란하기만 했지, 정작 힘의 역학관계 면에서 중국의 패권에 영향을 줬는지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좀 엇갈립니다.

이승환: 어쨌든 중국에 타격이 간 건 사실이지 않나요?

홍희범: 그렇긴 하죠.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존 질서가 깨지는 것 자체가 좋은 일입니다. 트럼프는 요란하게 소리는 높였지만, 정작 미국의 동맹관계를 와해했습니다. 기존 패권국에 도전하는 신흥세력은 기존 균형을 깨는 걸 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중국 뿐 아니라, 러시아도 트럼프를 반기는 면이 있지요.

미국 국립과학위원회는 2018년 2월, 2018년 말이면 중국의 R&D 투자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중국에 대한 경각심을 부각하였다.
미국 국립과학위원회는 2018년 2월, 2018년 말이면 중국의 R&D 투자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중국에 대한 경각심을 부각하였다.

 

푸틴을 내버려두며 유럽 전역의 위기를 높인 트럼프

이승환: 러시아는 왜 트럼프를 반긴 거죠?

홍희범: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패권을 넘겨받았습니다. 두 나라 모두 ‘소련 팽창 견제’라는 기조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NATO 체제로 이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대놓고 NATO를 비난하고 무시합니다. 또한 푸틴의 발트3국 위협에도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죠. 오히려 NATO가 필요없는 구시대 유물이란 식으로 이야기하기까지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유럽의 우방국들은, 미국이 러시아를 견제하고 NATO를 도울 의사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승환: 트럼프는 NATO를 비난한 이유로, 유럽이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고 지적하지 않았나요?

홍희범: 나토가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럽 국가들이 군사비를 덜 지출한 건 사실입니다. 다만 유럽 국가들에게 국방비를 더 쓰라고 요구한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만이 아닙니다. 냉전 이후 모든 정부가 지적했죠. 트럼프는 이를 좀 더 노골적으로, 선전하듯이 한 것 뿐입니다.

미국은 NATO 분담금 뿐 아니라, GDP 대비 국방비에 있어서도 NATO 회원국 중 단연 최고를 찍고 있다. (출처: 한국경제)
미국은 NATO 분담금 뿐 아니라, GDP 대비 국방비에 있어서도 NATO 회원국 중 단연 최고를 찍고 있다. (출처: 한국경제)

이승환: 근데 유럽도 군사력 꽤 좋지 않습니까, 러시아가 깽판 칠 수 있나요?

홍희범: 유럽 주류 국가보다 중요한 건 그 변경입니다. 폴란드까지는 러시아가 직접 건드리기 쉽지 않지만, 발트3국과 우크라이나, 이 4개국은 직접적으로 러시아의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들 4개국에 직접적인 침공이 있을 때, NATO가 어떻게 얼마나 도와주느냐가 문제이죠. 그런데, 이미 우크라이나는 내전을 가장한 침공을 겪고 있고, 트럼프는 NATO에 우호적이지 않으니 러시아 접경국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죠.

이승환: 민주당이 정권 잡았다면, 러시아가 그런 액션을 취하지 못했을까요?

홍희범: 러시아의 크림 반도 점령 자체는, 오바마 때 일어난 일입니다. 트럼프가 되면서 더 노골적으로 들어간 거죠. 바이든이 되고 나면 어디로 갈지는 두고봐야겠죠.

우크라이나는 친러 성향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사이의 내전을 겪고 있다. 러시아는 이 내전에 매우 깊숙이 개입하여, 사실상 침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친러 성향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사이의 내전을 겪고 있다. 러시아는 이 내전에 매우 깊숙이 개입하여, 사실상 침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너무 많이 망가진 한일관계, 관계개선이 필요

이승환: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 뿐 아니라 일본도 중요하잖아요? 한미일 삼각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홍희범: 역시 바이든이 원상복귀시키려 노력하겠죠. 그런데 엄밀하게 따지면, 미국에게 진짜 중요한 건 일본입니다.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놓인 최전선에 가깝죠. 냉전시대에도 한반도는 ‘일본을 지키는 대륙의 마지막 보루’였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일본을 확보하면, 중국이든 러시아든 태평양 진출을 막을 수 있으니까요.

한반도는 최전선이지만, 일본은 그 뒤의 기지 같은 역할이다
한반도는 최전선이지만, 일본은 그 뒤의 기지 같은 역할이다

이승환: 한국보다 일본이 동맹으로서의 지위가 더 높군요…

홍희범: 트럼프야 동맹이니 지정학이니 하는 개념이 없었지만, 바이든 시대에는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한반도가 중요한 건 맞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양자택일이 강요당할 상황이면 일본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어쨌든, 일본은 얼마 전까지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었고, 2000년대 초반까지는 동북아 최강의 해군국이었습니다. 동맹이라는 게, 지정학적인 위치도 중요하지만 능력도 중요합니다. 2차 대전 적국이던 독일(서독)과 일본이, 전쟁 끝나고 미국의 주요 동맹이 된 건 자리빨만은 아닙니다. 한국도 지금은 선진국이지만, 90년대까지 미국이 대접할 국력은 아니었으니 밀린 거죠.

이승환: 미국은 한일 간 관계회복도 추진해야 하나요?

홍희범: 네. 우리나라가 한미동맹을 포기하지 않는 한, 바이든 때는 한일 간 관계개선이 뒤따를 겁니다. 이미 그 조짐이 보이고 있죠. 다만, 군사동맹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한일관계가 좋던 김대중 대통령 때에도 군사동맹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대놓고 서로가 ‘우방이지만 동맹은 아니다’라고 선언한 상황이죠.

문재인은 대놓고 일본은 동맹이 아니라 했으며,
문재인은 대놓고 일본은 동맹이 아니라 했으며,
일본은 아예 안보우방 리스트에서 한국을 지웠다, 이후 한국도 일본을 지우며 NO JAPAN이 시작됐다
일본은 아예 안보우방 리스트에서 한국을 지웠다, 이후 한국도 일본을 지우며 NO JAPAN이 시작됐다

이승환: 하긴 NO JAPAN도 있고, 한일관계가 너무 안 좋긴 하네요.

홍희범: 문재인 정부가 초반부터 너무 감정적으로 나간 면도 있습니다. 관함식에 참가하는 일본 해자대 함정의 욱일기도 안된다고 하고… 그런데 근데 일본은 일본대로 그거 부채질하려고 레이더 사건같은 거나 일으키고, 양국 다 애초에 협력의지가 약했다고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일관계를 복원하려 하기는커녕, 반일감정을 이용했으니까요. 한발씩 양보해야 하는데 ‘우리는 문제 없고 일본이 잘못한 거다’ 이렇게 나가면 곤란하죠.

 

박근혜의 위안부 합의, 되돌리기 힘든 한일관계 악화를 낳다

이승환: 그런데 한일관계는 사실 노무현 이후 꾸준히 안 좋지 않았나요? 이명박도 독도 가고…

홍희범: 꾸준히 안 좋았죠. 그나마 한일관계가 좀 관리된 건 노무현 때가 마지막이었다고 봅니다. 김대중 정부 때보다야 날을 세웠지만, 그래도 노무현은 일본 방송에 출연해서 대담도 하고, 나름 우호적 제스처를 많이 취한 편이라고 봅니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좀 일본을 엿먹였던 게 있어요. 한일우호 중시하는 척하다가, 여론상 필요하다 싶으면 반일감정 선동을 반복했지요. 이명박은 독도 방문도 그렇지만, 일왕 발언으로 일본인들을 제대로 건드렸고, 박근혜는 위안부 타결 이전까지 일본과 준냉전 상태였죠. 특히 박근혜의 위안부 불가역적 합의와 10억엔 배상이 너무 컸습니다. 이걸로 한일관계는 회복이 너무 힘들어졌죠.

이걸로 박근혜도 망하고 한일관계도 망했다
이걸로 박근혜도 망하고 한일관계도 망했다

이승환: 결국 문재인은 박근혜의 빅똥을 치우지 못했다?

홍희범: 문재인이 한일외교를 잘한 건 아닙니다. 뭔가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강짜를 부렸고, 결과적으로 한일 양국 모두 난처해졌죠. 그런데 박근혜의 위안부 합의는, 솔직히 차기 대통령이 누구든 골치아픈 문제이긴 합니다. 그대로 인정해도 골치, 뒤엎어도 골치…

이승환: 박근혜는 대체 그 위안부 합의를 왜 한 거죠;;;

홍희범: 미국이 중재에 나서니 억지로 움직인 거죠.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부터, 일본과 위안부 문제로 엄청나게 대립각을 세웠거든요. 문제는 박근혜도 위안부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거지, 이에 대한 이해는 바닥이었습니다. 그래서 막상 협상 들어가니 ‘돈 백억이면 되겠네?’ 식으로 끝내버린 거죠.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돈 받고 입닥쳐라... 수준의 합의였습니다. 한마디로 강간범이 합의금 내고 불기소 처분받는 수준의 합의였죠.

문재인 정부가 물리려고 하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왜 말을 물리냐는 입장, 그렇게 양국관계는 더욱 나빠지고만 있다
문재인 정부가 물리려고 하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왜 말을 물리냐는 입장, 그렇게 양국관계는 더욱 나빠지고만 있다

이승환: 애초에 위안부 문제는 묻어두고 가는 게 좋은 선택이었을까요?

홍희범: 당연히 해결에 노력을 기울여야죠.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적절한 선에서 조절할 필요는 있습니다. 우리가 계속 문제 제기는 하되, 그걸로 한일관계가 악화되지는 않는, 투트랙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승환: 일본은 왜 독일처럼 사과하지 않을까요?

홍희범: 애당초 독일이 예외적인 겁니다. 옳고 그른 걸 떠나서, 과거사의 과오를 국가 차원에서 인정하는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독일은 주변 유럽 국가가 강대국이고, 미국 내 유태인의 힘도 크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한국과 중국이 선진국, 강대국이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독일은 주변 유럽 국가가 강대국이고, 미국 내 유태인의 힘도 크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한국과 중국이 선진국, 강대국이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바이든 시대, 결국 한미일 안보관계는 복원해서 이어져나갈 것

이승환: 어쨌든 서로 동맹도 아니라 하고, 심지어 우방 개념도 말아먹고… 이제 군사적으로도 한일관계는 되돌리기 힘든가요?

홍희범: 그렇지는 않습니다. 원래 한국과 일본은 공식 동맹 관계가 아닌, 일종의 비공인 동맹 같은 관계였죠. 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로, 서로가 경제보복을 한다고 시끄럽게 떠들면서도,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보호협정)는 그대로 놔뒀습니다. 지소미아는 당장 우리에게 도움되는 건 없지만, 미국 아래에서 한국과 일본이 비공인 동맹임을 보여주는 상징 같은 협정입니다. 이를 끊지 않았다는 건, 결국 미국 아래에서 결별하는 건 불가능함을 보여준 거죠.

이승환: 지소미아… 박근혜 정부가 체결할 때 되게 시끄러웠는데… 이거 자체는 어떻게 봐야 하나요?

홍희범: 당시 야당에서 과하게 정치화시키기는 했습니다.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 간 안보 정보를 공유하는 겁니다. 실질적인 동맹 관계에서 실무적으로 필요한 건 맞죠. 박근혜가 아니라 문재인이라도 체결했을 겁니다.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 세 남자 (출처: 서울신문)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 세 남자 (출처: 서울신문)

이승환: 아무튼 바이든은 한미일을 다시 이을 것이고, 일본 쪽을 더 신경 쓸 거다…

홍희범: 네. 중재 들어가면 우리 쪽에선 좀 기분 상할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국력이나 군사력이나 지정학적 인센티브나, 일본이 다 우리보다 우위니까요.

이승환: 역시 힘이 최고인 더러운 국제관계이군요.

홍희범: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사실 인맥입니다. 솔직히 이건 일본한테 배워야 합니다. 일본은 관계자들끼리 개인적 친분을 쌓고 유지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일본이 돈도 많이 뿌리지만, 개인적 친분도 무시할 수준이 아닙니다. 한국은 이쪽이 좀 취약하지요.

이승환: 그러면 문재인이든 다음 정부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홍희범: 별 수 없습니다. 가능한 인맥 총동원하고 신경 바짝 곤두세워서 분위기 봐서 맞춰서 행동해야지요. 괜히 동북아 균형자론 같은 이상한 아젠다 밀어붙이려고 하지 말고, 살얼음판 걷는다고 생각하고 한발한발 내딛는 수밖에 없습니다. 외교와 안보는 현실이니까요.

과연 이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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