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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제일 잘 나가는 일본 아이돌 NiziU
누가 ‘니쥬(NiziU)’에 관해 좀 이야기해달라 해서… 니쥬는 일본에서 활동 중인 JYP의 9인조 여성 아이돌 그룹입니다. JYP, 9인조, 여성, 아이돌… 트와이스(TWICE)가 떠오르죠? 트와이스도 2015년 말에 데뷔해 다음해 멜론연간차트 9위에 올랐을 만큼 빠르게 자리잡았죠.
그런데 니쥬는, 그 잘나갔던 트와이스보다도, 비교가 안 되게 실적이 좋습니다. 일본 내 최고 인기 연예인만 나올 수 있는 홍백가합전에 초대받았습니다. 그것도 정식 데뷔 전에(!) 말이죠. 뮤직비디오와 소셜미디어 활동만으로 말입니다. 덤으로 역대 최단 기간(!) 오리콘 스트리밍 1억도 기록했지요.
이런 결과에는 운과 노력, 실력이 엮여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일본 엔터업계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좀 흥미로워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NiziU의 데뷔 실적은 일본에 충격 그 자체
니쥬는 데뷔 3일 만에 일본 내 각종 음악 플랫폼 64개 차트 1위를 차지했습니다. 3일째 나온 일본 기사 제목은 「NiziU」는 일본 아이돌 업계를 뿌리부터 변화시킬 것인가? 였습니다. 요약하면…
- 일본에도 이렇게 노래와 춤을 잘하는 여자들이 있었냐는 반응
- 일본은 실력 없어도 빨리 데뷔시키고, 이성에게만 사랑받는다
- 일본은 세계무대에서 경쟁이 안 되고, 재능있는 애들은 한국으로 갈 것
- 박진영처럼 인간적이고 성숙한 프로듀서가 있었나(??????)
이는 평론가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위 기사의 댓글을 보면 굉장히 긍정 일변도입니다. (일부 번역 링크)
SONY, 그리고 일본화: 기존 일본 오디션 프로그램과의 차이
니쥬 역시 ‘NiziU Project’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했습니다. 기존에도 프로듀스 48, 프로듀스 101 JAPAN과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있었지만, 니쥬처럼 인기를 끌지는 못했죠. 이러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중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일본 시장에서의 주도입니다. 기존의 프로듀스 시리즈는 출발이 프로듀스101이었던 만큼, 한국 시청자를 위한 배려가 들어갔습니다. 반면 니쥬를 낳은 오디션 'NiziU 프로젝트'는, 소니와의 합작 하에 일본 시장만을 보고 제작했습니다. 당연히 일본 시청자에게 더 맞았고, 또한 한일 경쟁 등의 불편함이 없이 순수한 응원이 가능했습니다.
일본 엔터계의 자성을 이끌어낸 NiziU의 대성공
일본의 한 잡지에는 일본의 엔터테인먼트가 “한국에 완패”한 이유 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요약하자면…
- 일본 아이돌은 서투르지만 열심히 하는 ‘미성숙함’을 어필했다
- 미성숙하던 모닝구무스메는 실력파가 되며 라이트 팬이 떨어져나갔다
- AKB는 멤버 미성숙함을 시스템화하여 정착시켰지만, 일본 시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 한국은 IMF 외환위기 이후 해외진출을 위해 실력파 아이돌을 키워나갔다
- NiziU의 성공은 일본도 한국처럼 세계에서 통할 인재가 있음을 보여줬다
이후 필자는 한국이 세계적인 아이돌을 낳는 이유 라는 글로, 자신의 주장을 보충합니다. 요약하자면…
- 일본 아이돌의 전형은 ‘미성숙 아이돌’로, 팬들은 아이돌이 열심히 하는 모습에 응원을 보낸다
- 90년대 말 모닝구무스메는 유럽과 동남아에서도 주목받았고, 퍼퓸의 해외진출로도 이어졌다
- 미성숙에 머무른 AKB48은 일본용이었고, 시스템을 수출한 해외에서는 부분적 성공 정도다
- 일본이 ‘응원하는 아이돌 그룹’을 열었다면, 완벽을 추구한 한국은 ‘즐기는 걸 그룹’을 열었다
- NiziU의 성공은 일본에도 ‘걸 그룹’의 니즈가 있음을 보여줬고, 앞으로 이 시장은 커질 것이다
미래가 창창하지 않은 일본의 엔터 업계
니케이 아시아에서 니쥬와 한국 K팝의 성공 이유를 길게 썼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한국의 엔터 4개 상장사와, 일본의 2개 엔터 회사와의 재무 비교였습니다. 아래 표를 보면, 매출과 영업이익 실적에 비해, 한국 엔터 회사가 일본 엔터 회사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일본 엔터 회사의 미래를 어둡게 본다는 것이지요.
박가네 유튜브에 따르면, 특이하게 일본은 아직도 음반이 잘 팔리는 나라입니다. 작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은 90년대 데뷔한 일본 아이돌(…) ARASHI의 앨범으로, 무려 330만장이 팔렸습니다(…) 아직도 일본인들은 DVD를 구매하고 렌트하는 문화가 남아있다고 하네요.
이에 관한 니케이의 분석이 흥미로운데요. (로그인 필요)
- K팝이 성공한 건, 2000년 음반이 불법 다운로드에 망해서, 해외진출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
- J팝은 대면접촉을 주로 하는 악수회 등의 수익모델에 매달려 세계화가 힘듦
- K팝은 세계를 무대로 하기에 디지털이 기본, 그래서 코로나 타격도 한국이 덜함
- 일본 아이돌은 부족했던 실력이 늘어나는 스토리라면, NiziU는 오디션으로 인격적 성장도 보여줌
- K팝은 무대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온라인에서 친근한 모습으로, 윈윈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래스, 한국 드라마도 대박나는 일본 시장
이 와중에 한국 드라마가 또 잘나가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욘사마로 대표되는 ‘겨울연가’부터 유래가 깊지만, 이번엔 좀 다릅니다. 여러 한국 드라마가 동시에 잘나가고 있는 것이죠. 특히 ‘사랑의 불시착’은 5개월 간 일본 넷플릭스 드라마 1위를 기록했습니다. 심지어 1위에서 끌어내린 작품이 ‘싸이코지만 괜찮아’와 ‘이태원 클래스’…
이렇게 된 데에는 코로나와 넷플릭스 영향이 큽니다. 2020년 10월, 일본의 넷플릭스 유료 구독자 수는 500만 명입니다.(한국 330만명) 넷플릭스는 2가지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1) 전세계 콘텐츠가 있고 2) 시간 끌지 않고 마지막화까지 공개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왜 일본이나 미국이 아닌 한국 드라마인가? 글쎄요… 재미있으니 보겠죠? 사실 한국 드라마는 일본 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아시아 부사장 Tony Zameczkowski(뭐라 읽지?)가, 아시아에서만 200 개의 오리지널 작품에 투자할 계획인데, 그 중 약 50 개는 한국 제작이라 밝힌 것도 이 때문이겠지요.
굳이 한국 드라마의 발전과 성공 원인을 찾자면, 한국 특유의 압박과 경쟁이 컸습니다. 유정곤님의 글을 요약하면… (링크)
- 해외는 사전제작 방식으로 만들 때, 한국은 쪽대본 주며 매주 촬영함
- 그런데 드라마 길이는 더 길어서, 제작진 스탭들이 다 갈려나감
- 공중파만 먹던 시장에 종편과 케이블, 스튜디오까지 죽어라 경쟁
- 연기자들도 아역 시절부터 미치도록 경쟁하며 실력을 키움
그래서 일본은 망할 것인가? 우리 걱정이나 합시다
NiziU의 충격이 워낙 컸지만, 올해는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유독 주목받은 해이긴 했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관객 수 3위에 올랐고, ‘82년생 김지영’도 15만부를 판매하며 시장을 열었습니다. 라인망가와 픽코마는 일본 디지털만화와 웹툰 시장을 씹어먹고 있지요.
돌이켜보면 80년대 일본 콘텐츠의 힘은 엄청났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TV 프로그램의 일본 베끼기가 만연했지요. 또 젊은이들은 일본 영화와 애니를 비디오테이프와 CD로 복사해 돌려보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20년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반대의 결과가 나온 걸까요. 두 가지가 있는데, 1) 고령화 2) 한국이 수출주도, 일본은 내수 중심 입니다.
한국 콘텐츠 시장의 향후 발전도 여기에 달렸습니다. 한국의 고령화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겠지요. NiziU는 이 점에서 하나의 돌파구를 보여줬습니다.
기존: 국내에서 키운 한국 국적 중심의 아이돌을 해외에 데뷔시킴
NiziU: 해외(일본)에서 키운 로컬(일본) 국적의 아이돌을 현지(일본)에 데뷔시킴
이는 이미 10년 전 SM 이수만 회장이 내세운 길이기도 했지만, 큰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죠. JYP는 소니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니쥬를 성공적으로 데뷔시켰습니다. 전세계 2위 시장 일본에서 니쥬로 벌어들일 돈은 엄청나겠지요. 이런 성공을 계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지는, 향후 K팝 뿐 아니라 한국 콘텐츠의 또다른 성공 공식으로 남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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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악
사소한 거지만, 프듀101 재팬은 일본 활동을 하는 그룹을 뽑는 목적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이고,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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