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스트 vs 제너럴리스트

커리어 선택의 최대 난제

2026.09.15 | 조회 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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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2021년에 브런치에 썼던 글입니다.

써놓고 잊고 지냈는데, 이상하게 이 글은 계속 읽힙니다.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석 달 내내, 제 브런치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글이 이 글이었습니다. 5년 전에 쓴 글을 지금도 누군가 검색해서 들어온다는 건, 제가 글을 잘 썼다는 뜻이라기보다 이 질문이 아직 안 풀렸다는 뜻에 가깝겠죠.

올해 들어 브런치 말고도 링크드인, 그리고 이 뉴스레터까지 채널을 늘리면서 예전 글들을 다시 꺼내 읽고 있습니다. 그러다 이 글을 다시 읽었는데, 그때와 다르게 읽히더군요.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아래에 적었습니다.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커리어 상담을 하다 보면 거의 매번 나오는 질문입니다. 저도 그 질문 앞에서 오래 고민했고, 제너럴리스트로 크고 싶다는 결론으로 진로를 정했습니다. 금융이나 컨설팅 같은 전문 분야가 아니라 대기업에 취직하겠다는 선택을 했던 것도 그 결론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16년을 일하고 다시 돌아보니, 이건 애초에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전문성 없는 제너럴리스트는 인정 받을 수 없습니다.

보통 제너럴리스트라고 하면 관리자, 쉽게는 팀장을 떠올립니다. 관리자가 되면 내 업무보다 팀원들의 업무를 관리하는 데 시간을 더 쓰게 되니, 자기 분야의 전문성이 깊어지기보다 여러 분야를 골고루 커버하는 쪽으로 성장합니다.

그럼 그 팀장은 전문성이 없는 사람일까요.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반대입니다. 내 분야에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애초에 관리자가 될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관리자가 된 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팀원보다 확실히 잘하는 영역이 하나도 없다면, "잘하지도 못하면서 참견만 하네"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제너럴리스트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는 할 수 있어도, 좋은 제너럴리스트로 크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반대로 자기 분야만 아는 편협한 스페셜리스트도 인정 받을 수 없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스페셜리스트가 연구자일 겁니다. 분야가 명확하고, 누군가를 관리하느라 시간을 뺏길 일도 적으니까요. 그런데 혼자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연구자조차, 임팩트가 큰 연구는 협업에서 나옵니다. 협업을 하려면 남의 분야를 알아야 하고, 협업이 아니어도 내 분야를 깊게 파려면 인접 분야를 알아야 합니다. 실제로 한 분야의 구루들을 만나보면 해당 분야는 물론이고, 다양한 분야에 해박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블록 100개로 그려보면

개인의 성장을 블록 쌓기라고 해보겠습니다. 가로축은 넓이(다양성), 세로축은 깊이(전문성). 커리어 전체를 블록 100개라고 가정하고요.

스페셜리스트의 모양은 좁고 높습니다. 제너럴리스트는 넓고 낮습니다. 100개를 위로만 쌓을 수도, 옆으로만 늘어놓을 수도 없으니 둘 다 어느 정도의 넓이와 높이를 갖게 됩니다.


첨부 이미지

이 두 모양을 겹쳐보면 몇 개가 겹칠까요?

100개 중 70개입니다.

어느 쪽 길을 택하든 쌓아야 할 블록의 70%는 똑같습니다. 갈림길이라고 믿었던 두 길이, 사실은 대부분 같은 길이었던 겁니다.

 

5년이 지나서 다시 읽어보니

이 글을 처음 브런치에 쓴 게 2021년입니다. 5년이 지난 지금, 제 커리어는 그때보다 더 제너럴리스트가 됐습니다. 당시 경험하지 못 한 스타트업 투자유치, 인사 직무를 경험하게 되었고, 헬스케어 분야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5년을 어떻게 자르느냐에 따라, 저는 채용 산업이나 헬스케어 산업을 경험한 사람으로 읽히기도 하고, 시리즈 B·C 단계 스타트업을 키워본 사람으로 읽히기도 하고, 전략·재무·인사를 함께 보는 사람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이력은 하나인데 읽히는 방식은 다릅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제너럴리스트냐 스페셜리스트냐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이 나를 어떻게 읽느냐의 문제 같습니다. 정작 내 실력을 평가 받을 때에는 내가 제너럴리스트냐, 스페셜리스트냐가 아니라 내가 쌓아온 블록 자체로 평가 받게 됩니다. 블록 하나하나가 얼마나 크고 단단한지, 그리고 몇 개나 되는지.

방향을 정하는 질문은 여전히 유용합니다.
다만 그 답을 내리는 것보다, 지금 눈앞의 블록 하나를 크고 단단하게 쌓는 게 훨씬 중요하더군요.

구독자분들도 눈 앞의 블록을 크고 단단하게 쌓는 오늘 하루가 되셨으면 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일하는 사람의 생각 노트

백승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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