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할까요" vs "이렇게 하겠습니다"

같은 지시에 답하는 6단계, 그리고 권한의 크기

2026.09.02 | 조회 1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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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브런치에 발행한 다음날이었습니다. 대표님과 어떤 아젠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저도 어떻게 진행할지 조금 막막해서 대표님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었는데, 대표님의 답은 "어떻게 하면 될지에 대해서 1차 판단을 내리는 것이 승엽님의 역할인데, 그냥 나에게 물으면 어떻게 하냐?"라고 조금은 혼이 났습니다. 해당 아젠다에 대해서는 저는 1단계로 판단을 하였고, 대표님은 백승엽 이사라면 4단계 정도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판단하셨던 것입니다. 

같은 지시를 받더라도 내 권한과 책임을 어디까지 가져갈지, 그래서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제 글의 핵심인데요. 꺼드럭거리면서 글을 작성하였는데... 당장 저부터도 잘 못 판단해서 부정적 피드백을 들은 case가 발생해버렸습니다. 그 사건 자체도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 글을 작성했다는 사실 때문에 더 참담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냥 글을 삭제하는 게 나을까 싶기도 했었지만... 어찌보면 이런 과정 역시 제가 겪는 솔직한 경험이고 감정이라 브런치 글도 그대로 두고, 대표님께 혼난 이야기는 메일리 구독자분들에게만 공개를 해보려고 합니다. 글의 말미에 적은 것처럼 저 또한 오늘도 고민하고 연습해봐야겠습니다.

 


 

같은 지시, 여섯 가지 답변

팀장님이 업무를 지시했을 때, 오늘 당신은 어떻게 답변하셨나요?

(1) 팀장님, 저는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요?

(2) 제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A안, B안, C안이 있습니다. 결정해 주세요.

(3) 해결책은 A, B, C가 있는데, 각각의 장단점은 이러합니다. 결정해 주세요.

(4) 해결책은 A B C가 있고 각각의 장단점은 이러합니다. 저는 A라고 생각하는데 팀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5) 해결책은 A B C가 있고 각각의 장단점은 이러합니다. 저는 A로 진행했으면 하는데, 반대 의견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6) 해결책은 A B C가 있고 각각의 장단점은 이러합니다. 저는 A로 진행하겠습니다.

사실 1번부터 6번까지 모두 팀장에게 보고를 하는 것입니다. 나는 실행을 하는 것이고, 최종 의사결정권은 팀장이 가지고 있습니다. 여섯 개 답변 중 무엇을 골라도 최종 결정권자는 여전히 팀장입니다. 달라지는 것은 권한의 소재가 아니라 권한의 크기입니다.

1단계에서 6단계까지 갈수록 점점 나의 의사결정 비중, 나의 권한 범위는 높아지는 것입니다. 내가 좀 더 많은 부분을 소화하는 것이고 상대적으로 팀장은 더 적은 부분을 소화하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3단계는 내 준비의 수준과 역량이 강화되는 것이고, 4~6단계는 그 수준이 강화된 이후에 의사결정의 소유권까지 높아지는 단계입니다.

물론 6번에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부분을 소화하는 만큼 당연히 더 어렵고, 더 위험합니다. 더 많은 리스크를 내가 짊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는다면 성장도 없습니다.

 

한 번의 지시로 모든 것이 끝나는 팀원

한 번의 지시로 모든 것이 끝나는 팀원은 귀합니다. 팀장 입장에서 이런 팀원을 채용하거나 육성해야 하고요, 팀원 입장에서는 한 번의 지시로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는 5~6단계의 답변을 할 수 있는 팀원이 되어야 합니다. 팀장 입장에서는 5~6단계에 도달했으면 '저 친구가 이 일을 완전히 가져갔구나', '한 번만 지시하면 알아서 잘 되는구나' 싶습니다. 반대로 1~4단계는 핑퐁을 계속해야 합니다. 핑퐁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결과물이 만들어질 수는 있겠지만, 팀장 입장에서는 손이 많이 가는 팀원일 수밖에 없고 1~4단계의 팀원에게 어려운 일, 중요한 일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회사에서 더 많은 일에 권한을 부여받는 것은 본인 권한 확대, 실력 향상, 결과적으로 승진이나 보상으로 이어지는 첫걸음입니다. 동일한 미션을 받더라도, 좀 더 내가 많은 권한을 가지고 내가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만, 6단계의 답을 하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닙니다

무턱대고 6단계의 답을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적절한 단계를 판단하는 2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내 역량, 그리고 업무의 난이도입니다.

(1) 내 역량을 고려해야 합니다. 내가 역량과 경험이 충분하다면 자연스럽게 그때 5단계, 6단계로 올라가야 합니다. 내가 작년에 1단계의 답변을 주로 했다면, 올해는 2~3단계의 답변을 주로 하는 데 도전해야 합니다. 내가 팀장급이나 임원급이라면 내 답변의 대부분은 5~6단계에 도달해 있어야 합니다.

(2) 업무의 중요성과 난이도를 고려해야 합니다. 어려운 업무, 중요도가 높은 업무라면, 내가 설령 역량이 높다고 해도 1~2단계에 가깝게 가야 합니다. 나의 상급자와 확실하게 align을 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는 회사의 경영진이지만, 투자 유치나 사업 존속 여부의 결정과 같은 매우 어려운 과제들을 다뤄야 할 때는 6단계로 임하지 않습니다. 물론 경영진으로서 제가 충분히 고민하고 판단하지만, 해당 안건들은 대표님의 동의를 얻고 진행하는 4단계로 진행하곤 합니다.

반대로 당신이 신입사원이라 역량이 부족할지라도 매우 쉬운 업무라면 1~2단계가 아니라 5~6단계로 임해야 하고요.

 

위임하는 사람과 위임받는 사람은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위임에 관련한 글을 두 편 썼습니다. (1) 위임은 On/Off 스위치가 아니다 (2) 역량 수준에 맞추어 위임해야 한다. 여기에서도 위임받는 구성원의 역량, 업무의 난이도에 따라서 위임을 해야 하며, 위임을 어떤 수준으로 할지도 세세하게 정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위임에 대한 글이 리더 입장에서 쓰인 글이라면, 이번 글은 위임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쓰인 것입니다. 입장만 다를 뿐 사실은 동일한 메시지입니다. 리더는 어느 수준까지 위임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며, 구성원은 리더가 업무를 지시했을 때 어느 수준까지 내 답변의 단계를 가져갈지, 바꾸어 말하면 어디까지 내가 결정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경영진인 저도 똑같습니다. 어찌 보면 더 어렵습니다

저와 대표님 사이에 어떤 것은 대표의 권한이고, 어떤 것은 제 권한인지 확실하게 정의된 것은 많지 않습니다. 저와 다른 리더들, 구성원 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디까지가 제가 결정해야 하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다른 사람이 결정해야 하는 것인지 항상 애매합니다.

물론 저희가 스타트업이고 변화가 빠른 환경이라 더 어려운 지점이 있을 순 있습니다. 업력이 길고 체계가 더 잡혀 있는 대기업에서는 그나마 조금 더 명확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조직에 있든, 어떤 위치에 있든 이런 부분은 항상 어렵습니다.

저 또한 대표님에게 이런저런 보고를 하면서 많은 고민을 합니다. 제 판단의 방향성은 이미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이 방향성을 내가 확정하는 것이 맞을까 혹은 대표님에게 물어보는 것이 맞을까에 대한 고민입니다. 나 정도 위치와 역량이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이 정도 중요성과 난이도 있는 주제라면 나는 어떻게 답변하는 게 좋을까?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슬랙 메시지를 보내기 전 마지막에 어떤 어미로 마무리할지를 항상 고민합니다. "어떻게 할까요"로 끝낼지, "이렇게 하겠습니다"로 끝낼지. 1분이면 정해지는 일이지만, 그 1분이 이 아젠다에 대한 나의 태도를 결정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그것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의 역량과 권한을 결정하는 것이니까요.

어디까지 내가 책임질 것인가, 어디까지는 내 역량과 권한을 벗어나는가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결국 고민과 연습만이 답입니다

저는 대기업에서, 그중에서도 수행비서나 전략팀 같은 곳에서 일하면서, 조직 안에서의 온도 파악이나 말투가 가져다주는 뉘앙스 차이에 대한 감각이 날카로운 편입니다. 하지만 저에게도 여전히 어렵고, 앞으로도 어려울 것입니다. 게다가 제가 글에서는 6단계로 설명드렸지만, 실제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는 이 6단계보다는 훨씬 더 복잡 미묘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고민하고 또 연습해야 합니다. 오늘의 이 업무가 내가 어느 단계로 답변할 수 있는 수준의 업무인지를 고민해 보고 어떻게 하면 더 높은 단계의 답변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성장해내야 합니다. 제가 다른 글 '의사결정 연습하기'에서 "의사결정을 잘하는 유일한 방법은 의사결정을 계속하는 것뿐이다"라는 말을 하였는데요. 의사결정을 조금 더 많이 내가 해보는 연습이 바로 오늘의 글에 있는 내용이며, 결과적으로 그것이 나의 의사결정력을 상승시킬 것입니다. 그 성장이 결국 내 역량의 성장, 내 의사결정력의 성장, 내 직위와 처우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저 또한 오늘도 고민하고 연습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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