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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항해 - 반드의 두 번째 로고스호프 선교

이번엔 열정이 아닌 순종이 키워드.

2024.08.21 | 조회 4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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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의 항해일지 Tae Sails의 프로필 이미지

반드의 항해일지 Tae Sails

선교사 반드의 두번째 로고스호프 이야기 Tae's sailing journey 2.0.

동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

선교사 엄태희, 반드입니다. 미국 고등학교를 졸업 후 로고스호프에서 3년 문화예술사역, 군생활을 마친 후 탄자니아에서 3개월 단기사역, 최근엔 독일에서 2주일 청소년 사역을 마쳤으니 이제 좀 다른 걸 하려나... 싶으셨지요?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근데 아니었네요. 다시 선교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마음 한 곳에선 '나도 평범한 25세들처럼 학업이나 커리어에 집중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들곤 하지만, 말씀과 기도 가운데 예수님께로 눈을 돌릴 때마다 '과연 내 인생에 이토록 귀한 일이 더 있을까'  하는 감격스러움에 젖곤 하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이번 선교, 조금은 다른 마음으로 나아갑니다. 



아직도 지난 4월, 탄자니아에서의 첫날 밤이 생생하네요. 선교단체 사무실의 쪽방에서 처음 만난 탄자니아 형제와 한 침대를 공유해야 했던 밤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밤 사이에 또다른 형제 하나가 들어와 침대 밑 바닥에서 자고 있었어요. 공교롭게도 그 형제는 다름 아닌 로고스호프에서 파견 온 선교사였습니다.  

유튜브 '반드의 지구'에서 생생하게 만나보실 수 있는 그 쪽방.
유튜브 '반드의 지구'에서 생생하게 만나보실 수 있는 그 쪽방.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드리자면, 로고스호프Logos Hope는 20년째 전세계를 항해하며 NGO 활동과 문화 사역을 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선상 서점입니다. 60개국에서 모여든 400명의 선교사들이 함께 지내며 선교활동을 펼치는, 제가 2019년도부터 2022년도까지 3년간 몸 담았었던 사역지기도 합니다.


쪽방에서 만난 반가운 그 형제는 저에게 배가 곧 나미비아라는 나라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들려주며, 탄자니아 사역 후 자기를 한번 보러오라며 부추겼습니다. 저는 고맙지만 다시 배에 갈 생각은 없다고 말했고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형제에게 저는 대답했습니다.  

"사실 3년간 사역하면서 받은 상처가 많아..."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든 그렇듯, 로고스호프 또한 아름다움도 있었지만 불완전한 모습도 존재했지요. 2022년 초, 실망감과 번아웃을 안고 하선해야 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내키지 않는 초대였습니다. 하지만 그 형제는 계속해서 저를 설득하고 싶어하는 눈치였습니다. 

"한번 와 봐. 너 하선하고 3년이나 지났는데, 많이 변하지 않았겠어?" 

첨부 이미지

그 말을 들으니 궁금해졌습니다. 배가 탄자니아에서 가까운 나라에 정박해 있다는 것도 좋은 기회처럼 들렸고요. 무심한 듯 방문해서 다들 어떻게 지내는지 보고 다음 사역지로 넘어가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탄자니아에서의 3개월을 마치고 나미비아로 날아갔습니다.  

3년만에 로고스호프를 다시 보니 반갑긴 하더군요. 낯익은 사역현장의 모습을 보며 옛 생각도 나고요.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현재 사역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던 저는 최근 몇 년간 배가 겪어온 아픔과 어려움들을 하나 둘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 판데믹 때문에 사역자 인원 수가 100명 이상 감축된 상황이었고, 남아있는 사역자들이 막중한 업무강도에 매우 지쳐있었습니다.
  • 인적 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여러 사역들에 대한 인수인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특히 제가 몸 담았던 문화예술사역이 더 이상 진행되고 있지 않았습니다. 
  • 이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공동체 일원들의 목적의식이 많이 사라져있는 현실이었고, 이 중에서는 선교사로서의 삶을 아예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나와는 더이상 관련 없는 이야기인걸.

많은 문제점들을 들으면서도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사역에 대한 피로는 누구나 겪는 어려움이기도 하고, 사실 배에 대해 긍휼의 마음을 갖는 것이 아직은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배의 몇몇 리더들이 다가와 '혹시 로고스호프에 다시 돌아올 생각은 없습니까' 라고 물었을 때는 '아니요' 라고 말하며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조금 다르게 움직이고 계셨습니다. 잠깐 구경만 하고 가려 했던 저에게 그분은 그분의 긍휼한 마음을 나누어 주기 시작하셨어요. 짧은 기간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일들도 보여 주시면서요! 저의 사역 경험을 참고하고 싶어하는 현 사역자들의 미팅에 참석해 업무적인 인풋을 나누는 기회도 주셨고, 사역자 전체예배를 인도하며 격려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시간도 허락하여 주셨습니다.

더 이상 ‘마냥 삐져 있을수만은 없게 된’ 저는 결국 저의 완고한 마음을 항복시키게 되었고, 어느새 로고스호프의 어려운 현실에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며 할 수 있는 대로 그들을 격려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실망감으로 사역을 마무리했었던 저의 마음을 사랑의 마음으로 바꾸어 매듭짓도록 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나미비아의 광활한 사막.
나미비아의 광활한 사막.

물론, 이 감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배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결정을 내릴만큼 저는 순진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9월에 시작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영국에서의 워킹홀리데이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진짜 도전은 배를 떠난 후 일주일 뒤에 저를 찾아왔습니다. 독일에서 바쁘게 청소년 사역을 하던 도중 배에서 초대장이 날아왔거든요.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로고스호프에 잠시 돌아와 멈춰 있는 문화예술사역을 재개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다음 적임자를 발굴하여 훈련을 시켜 줄 수 있겠습니까? 

MV Logos Hope

저는 이 요청을 받았을 때쯤 하나님께서 저의 마음을 벌써 얼마나 변화시켜 놓으셨는지 깨닫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로고스호프 선교선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저의 마음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첨부 이미지

소명에 답하다

죄로 더럽혀지고 부서진 이 세상을 '공사현장'으로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건설반장 되시는 예수님께서 몸소 이 세상을 처음의 영광대로 회복시키고 계시며, 이 과정에 믿는 우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초대해 주셨다고 바라보는 겁니다. (이사야 35장, 사도행전 3:19-21)

MBTI T처럼 생각해볼까요. 사실 하나님께서는 이 세계를 회복하시는 데 우리의 도움이 꼭 필요하시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우리가 그분의 증인이 되어 이 영광스러운 과정에 참여하는 기쁨을 누리기를 바라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낫을 가지고 있든, 호미를 가지고 있든, 망치를 가지고 있든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겁니다. 어떤 도구를 손에 쥐고 있든지간에, 결국 '제가 가겠습니다' 말하고 공사 현장으로 달려가는 순종의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이죠.

배의 요청을 받고 살펴보니, 저의 코묻은 작은 손에는 '로고스호프 문화예술 사역에 대한 경험'이라는 도구가 쥐어져있었습니다. 저의 공사현장은 더이상 그 사역을 진행할 사람이 없는 로고스호프였고요. 저는 이것을 '소명'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해야 일은 이제 하나 뿐이었습니다. 

항상 문자 하나로 시작된다.
항상 문자 하나로 시작된다.

그래서 이번 선교는 열정과 들뜸보다는 순종의 마음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초반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저 스스로의 미래를 위한 고민이 많은 시기이기도 했고, 이미 꽤 큰 비용을 지불하고 준비 중이였던 영국에서의 워킹홀리데이를 포기하고 가야만 하거든요. 

하지만 지난 몇 주 동안 이 사역의 기회를 놓고 기도해오던 중, 하나님께서는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저에게 부르심에 대한 확신을 주셨습니다. 배로 가는 과정 하나 하나가 어렵지 않게 열렸고, 생전 처음 본 사람들이 다가와 꼭 필요한 말씀을 전달해 주기도 하는 등 많은 격려를 해 주셨어요.

무엇보다 이 모든 현실적인 망설임을 뛰어 넘을 만큼 제 안에 가득 채워 주신 신실하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제가 이 결정을 내리는 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물론 마음이 복잡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3년전 배에서 내렸던 이유와 똑같은 이유로 또 내리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같은 환경, 같은 저의 연약함, 그리고 같은 어려움의 반복이지는 않을까? 

하지만, 이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좋은 친구를 통해 명확히 말씀해주셨습니다. 몇년 전 배에 올랐던 반드와 오늘의 반드는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요. 그러니 비록 배 자체는 같은 곳이지만, 저는 완전히 새로운 성장과 은혜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빠른 요약

🛳️ 하나님의 부르심과 배의 요청에 따라 로고스호프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가서 2019년도부터 3년간 이끌었던 문화/예술 사역을 부활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다음 Creative Director를 발굴하고 훈련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입니다. 현재 배에서 회개를 통한 부흥과 회복을 위해 기도하는 몇몇 선교사들과 함께 건강한 사역 문화를 위해 힘쓰기 위함도 있습니다.
✈️ 9월 2일, (3년 전 하선했던 바로 그 나라) 아프리카 가나에 정박해 있는 배로 날아갑니다. 3개월 정도 머무를 예정인데, 그 후에 연장 가능성도 있습니다. 🗺️ 로고스호프는 현재 아프리카 가나에 있으며, 올해 말에는 카리브해의 섬나라들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 사역비는 총 300만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채워지기를 기도하지만, 두려워하지 않으려 합니다. 혹시나 마음에 움직임이 있으시다면, 적은 금액도 큰 힘이 되니 계좌 정보를 확인해 주세요 :)
💌 사역 소식은 카카오채널 '로고스호프 엄태희'를 통해 계속 전달해 드릴 예정입니다. 채널아이디 omtae를 검색하시거나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본 사이트인 '메일리'를 통한 이메일 구독도 가능합니다. 저와 따로 소통을 원하시는 분께서는 저의 전화번호를 통해 연락하시거나 8월 말까지는 직접 만나는 것도 조율해 볼 수 있겠습니다.

사역 후원 계좌: 하나은행 31789045929407 (성함과 '후원'이라는 단어를 포함해 주세요)

전화번호(카카오톡): 010-8791-8774

카카오채널 추가


기도제목

1. 로고스호프에 돌아가기로 결정한 이 순종의 마음을 잊지 않을 수 있도록. 저의 기대가 아닌 하나님이 하실 일을 기대하고 겸손히 섬길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2. 하나님과의 독대의 시간을 사수할 수 있도록. 매일 아침과 저녁시간에 먼저 말씀과 기도로 내면을 채움으로 매일의 업무와 선교사역에 필요한 힘을 얻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3. 이번 사역은 훈련과 인수인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죽어 있는 사역에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점에 있어서 쉽지 않은 사역이 될 것 같습니다. 관련 리더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지혜와 프로젝트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용기를 주시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4. 지난 번 사역때 뱃멀미와 감기로 고생한 적이 많고, 특히 아프리카는 열악한 환경인데 건강을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배에 가기로 준비중인 요즘은 마치 컴컴한 밤, 안개 속에서 등불을 들고 걸어가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딱 한 치 앞만 보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하나님의 섬세하신 손길이 매우 잘 느껴집니다. 누군가는 무모한 결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하나님이 부르셔서 가는 것이기에 별 후회가 없습니다. 

설렘과 긴장, 불안함과 용기 속에서... 다음 한 치를 보고 순종함으로 발을 내딛을 때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기도와 동역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

 

사랑을 담아, 엄태희 드림

나미비아에 있는 배를 방문하라고 부추겼던 쪽방의 그 형제. 그의 이름은 Blessing, 축복이라고 합니다.
나미비아에 있는 배를 방문하라고 부추겼던 쪽방의 그 형제. 그의 이름은 Blessing, 축복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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