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 엘리엇 때문에 잔인한 달이 되어버린 4월은 잔인한 고통을 통과해야 하기에 너무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겨울 동안의 인고를 지나 새싹들을 밀어내는 3월이 지나자 4월은 주저함 없이 완연한 봄의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여름을 재촉할 정도로 갑작스레 화창하고 뜨겁기까지 한 햇살은 마치 예상하지 못하게 달려드는 변화구 같기도 합니다. 설렘과 나른함의 중간에서 묘한 줄다리기를 하는 요즈음 구독자님의 꽃몽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피어나고 있는지요? 헨델의 파사칼리아를 양인모씨와 용재오닐씨의 하모니 선율로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글쓰기를 테마로 진행되는 팀라이트 작가님들의 글들이 봄꽃만큼이나 다채롭게 피었어요. 글향 작가님은 <나의 키다리 아저씨>에서 글을 쓸 수 있도록 후원하는 후원자를 키다리 아저씨에 빗대어 풀어내셨는데 과연 그 후원자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함께 들어가 보겠습니다.
✍writing한 글쓰기
나의 키다리 아저씨
나를 돌아보고, 기록하고, 사랑하게 하는 글쓰기
사람마다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자주 찾게 되는 곳이 있다. 그곳이 어디냐에 따라 입는 옷부터 머리 모양까지 겉모습을 살피거나, 기쁨과 슬픔 같은 다양한 감정을 관리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찾는 그곳은 아주 특별하다. 보이는 외면은 전혀 신경 쓸 필요 없고, 내면의 감정 또한 그 어떤 상태여도 상관없다. 오히려 감정이 혼란스러울수록 그곳을 방문할 이유가 더욱 선명해진다.
내 몸속 세포가 터져버릴 듯한 기쁨의 순간에도, 끝도 없는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는 슬픔의 순간에도, 심지어 별일 없이 흘러가버리는 시시한 순간에도 아무 거리낌 없이 찾을 수 있는 곳. 언제든 방문해서 내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그곳은 나에게 브런치였다.
"제목을 입력하세요"라는 흐린 글자 앞에서, 나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커서를 멍하니 바라보던 어느 날이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첫 글을 작성하려고 자리에 앉았지만, 시작이 쉽진 않았다.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고, 말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 차마 꺼내지 못하고 꽁꽁 묶어두었던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데, 첫걸음을 떼기가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다. 쓰다가 지우더라도 일단 꺼내보자 마음먹고 깊숙이 묻어두었던 슬픔, 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본다. 막상 쓰기 시작하니 커서에서 글자가 줄줄 쏟아져 나왔다. 글자와 함께,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쏟아져 나온다. 나의 키다리 아저씨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든든하고 다정한 존재,
키다리 아저씨는 다름 아닌 나였다.
하고 싶은 말들이 가득 들어찬 순간마다 이곳을 방문하여, 어지럽게 펼쳐진 생각들을 쓰다 보면 어느새 차곡차곡 정돈되는 듯했다. 나를 돌아보고 기록한 생각들을 말없이 읽다 보면,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하며 스스럼없이 대화도 나누게 된다. 누군가에게 잘 보일 필요 없이, 그 어떤 포장이나 가식 없이, 담백하게 쓰면 쓸수록, 있는 그대로의 나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글을 쓰는 시간은 내 안에 살고 있는 든든한 친구, 나의 키다리 아저씨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말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존재를 알고부터는 내가 경험하는 모든 일들이 더는 두렵지 않았다. 기쁨, 슬픔, 분노 그 어떤 감정을 품게 되더라도, 나의 키다리 아저씨는 이 모든 것을 잘 들어주고 괜찮다며 응원을 보내줄 거란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이곳을 찾을 때마다 내 안의 키다리 아저씨가 두 팔을 벌려 나를 안아주려는 다정한 모습을 상상하며 온다. 언제, 어떤 순간에 만나도 잘하고 있다며 다독여주는 것만 같다. 이 글이 끝난 다음에 우리는 또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까? 나를 돌아보고 기록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키다리 아저씨. 내 평생 이보다 더 든든하고 다정한 친구는 없을 것이다.
✍글을 부르는 질문
글을 쓰는 시간은 내 안에 살고 있는 든든한 친구, 나의 키다리 아저씨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나의 키다리 아저씨> 중
어떤 이야기도 들어주는 모모처럼, 글향 작가님에게 글을 쓰는 시간이 자신의 키다리 아저씨를 만나는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자기 안에 살고 있는 든든한 친구 키다리 아저씨를 만나는 시간이 바로 브런치에 글을 쓰는 시간이라... 참 유쾌하고 따뜻한 비유입니다. 극히 공감하게 됩니다.
작가 진 웹스터의 소설로 주인공 주디가 자신을 후원하고 지켜주는 사람을 일컬어 부른 키다리 아저씨. 구독자님에게도 이런 키다리 아저씨가 있는지요? 있다면 어떤 시간 어디서 만날 수 있는지요? 글 쓰는 시간에 키다리 아저씨를 만나는 기쁨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지요?
구독자님이 키다리 아저씨를 만나는 시간을 기대하며
나모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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