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반 소리 반에 담긴 철학

글 쓰는 마음, 열여덟 번째 마음

2021.08.27 | 조회 8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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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저희 꽤 오랜만에 만났죠. 2주라는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잘 지내셨나요? 8월의 마지막 금요일. 글 쓰는 마음 글향과 함께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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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 레터를 쓰기 위해, 아주 오랜만에 오래된 노트를 열어보았습니다. 노트에는 이름도 떡 하니 붙어 있었어요. '영감 기록장'이라고 말이죠. 책에서 얻은 영감, 수업에서 얻은 영감, 일상에서 얻은 영감, 대화에서 얻은 영감, 시에서 얻은 영감! 떠오르는 영감들을 기록해두었던 노트였습니다. 어릴 적에도 메모에 꽤 진심이었던 저는 흩어지는 영감들을 수집하는 그런 노트를 만들어 두었던 것 같아요. 그 옛날 추억과 감성이 와글와글 담긴 노트를 들춰보며 키득키득거리다가 시선을 사로잡는 '시'를 발견했어요. 그 '시'를 구독자님께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많이 먹을 필요는 없어 / 한 마리의 생선을 뼈째 모두 먹어봐 / 그러면 참된 '맛'을 알게 될 테니 // 많이 읽을 필요는 없어 / 한 권의 책을 글자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으라고 / 그러면 참된 '재미'를 알게 될 테니 // 많이 사랑할 필요는 없어 / 단 한 사람을 마음껏 실컷 사랑해봐 / 그러면 참된 '사랑'을 알게 될 테니 // 가난한 나라의 넉넉한 사람들이 / 내게 그렇게 웃음을 건넸다

핵 (다카하시 아유무)

늘어지면 안 돼! 게으름 피우면 안 돼! 미루면 안 돼! 이렇게 주문을 걸어두고, 지금 보다 더 높은 곳에서 더 많은 것을 이루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있던 저에게 이 시는 "그럴 필요 없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맞아요.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시로부터 스스로를 또 한 번 돌아보았어요. 그리고 갑자기 제가 불쌍해졌지요. 한동안 참 많이도 괴롭혔구나 싶어서 지금 당장 좋아하는 것,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을 해보려 합니다. 

구독자님과 제가 함께 할 수 있는 좋아하는 것, 참된 '즐거움'은 무엇일까요?

딱 하나 떠오르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것이죠. 이렇게 메일을 읽고 계신 구독자님께 조금 특별한 음악을 선물하려 합니다.

저희 팀라이트에는 재주꾼 작가님들이 많이 계셔요. 여러 작가님들 중에서도 아름다운 목소리와 세련된 기타 연주로 귀를 잔뜩 호강시켜주시는 분이 있는데요. 최근 그분의 기타 연주와 노랫소리가 귓가에 계속 맴돌았어요. 그래서 대차게 부탁을 드렸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참된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어서 말이죠. 갑작스러운 청에도 흔쾌히 응해주신 고마운 나날 작가님! 나날 작가님의 '신호등', '꽃 정밀아' 두 곡을 구독자님께 선물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참된 '깨우침'을 느낄 수 있는 팀라이트 작가님들의 소중한 글도 띄워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날의 나뭇잎 살롱 / https://tv.naver.com/nanalmusic>


쓰는 마음

글을 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다량의 독서로 다져진 똑똑함, 박학다식함, 논리력, 분석력, 조합력 등 머리를 쓰는 분야에서 필요한 여러 아이템을 구비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글을 쓰면 쓸수록 그런 것들보다 더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있었어요. 그것은 바로 '감정'이라는 것이었죠.

스테르담 작가님은 글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혹시 글쓰기에 앞서 여러 감정 중에 '두려움'이라는 녀석이 자꾸만 치고 올라온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미리 축하드립니다.  그것은 좋은 글감이 왔다는 신호이기 때문이죠.

나를 괴롭히는 두려움을 가만히 관찰해봤다. 마치 데생을 하기 위해 석고상을 탁자 위에 놓은 것처럼, 나는 두려움이란 감정을 내 마음의 탁자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두려움은 나를 압도하는 무서운 것에서, 자세히 보니 꽤 귀엽고 매력적인 면이 있는 대상으로 변해있었다.

- 스테르담 '글쓰기 심리학' 매거진 <두려움 없이 글을 쓰는 방법은, 두려움을 쓰는 것이다.> 중

 

글쓰기를 글쓰기

글을 쓸 때 여러 번 생각하여 잘 어울리게 다듬고 고치는 일. 이것을 우리는 '퇴고'라고 부르죠. 글을 쓰고 나면 내가 쓴 글을 되돌아보며 몇 번이고 지우고, 쓰고, 고치기를 반복하는 고된 작업! '퇴고'를 맛에 비유한다면 어떤 맛이 느껴질 것 같나요? 그 맛을 아주 구체적으로 표현해주신 분이 계십니다. 나오미 작가님께서 들려주시는 싱싱하고 생생한 퇴고의 맛을 함께 느껴보실까요?

 

퇴고의 맛

퇴고를 싫어했다. 그래서 글쓰기를 안 했다. 고치는 건 나를 부정하는 느낌이라 거북했다. 그러나 공저 집필을 하며 어쩔 수 없이 퇴고와 마주해야 했다!   

양 줄이기  '친구가 전학 가는 쓸쓸한 맛'

각자에게 할애된 양은 17쪽. 첫 페이지에 프롤로그, 마지막 페이지에 에필로그가 들어가니, 남은 15쪽 안에 5개의 글을 넣어야 했다. 게다가 1,000~1,100자 내외로 각 글을 완성해야 한다. 이제껏 써둔 7편의 글 중 5편을 골라야 해서 글 2개를 버렸다. 그러고 나서 제시된 조판 양식에 5편을 그대로 넣어봤다. 헉.. 73 페이지. 많아도 너무 많다.

핵심적인 것만 남기고 대화 부분을 모두 삭제했다. 양적인 부분에서 2/3이 줄었다. 아직도 남은 글자가 많지만, 떠나보낸 친구들이 너무 많아 가슴이 먹먹해졌다.

내용 줄이기  '다이어트 쾌감'

분량에 맞추기 위해 무얼 더 줄일까 고민하다 보니 설명이 긴 것들이 보였다. 인물 묘사나 사건 설명이 명료하지 않은 것들도 발견되었다. 5,000자 내외의 단편으로서는 등장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여 주인공의 가족 외에는 다 정리했다.

각 글들이 1,100자 내외로 다듬어졌다. 1차 퇴고가 끝나 카페에 업로드했다. 뿌듯하면서 뭔가 해낸 느낌도 들었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느낌! 몸이 가벼워지고 즐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야기 흐름 수정  '뼈를 깎는 고통'

스케줄에 따라 편집자님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묘사, 표현은 잘 되어 있어서 딱히 편집할 부분이 없어 보인다 하셨지만, 혹시라도 소설 다운 느낌을 더 살리고자 수정할 마음이 있는지 떠 보셨다. 그렇다고 했더니 3화에서 주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도록 그 앞부분을 수정할 필요가 있음을 말씀하셨다. 충격이었다.

그러나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었으므로 조언에 따라 1화와 2화를 새로 쓰기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졌다. 1,2화를 지우고, 3~5화를 다시 읽었다. 중심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일은 쉬운 게 아니었다. 1차 퇴고는 퇴고도 아니다 싶었다. 아예 새로 쓸까 고민이 되기도 했다. 아무리 고쳐도 완성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감 시간에 맞춰 글을 쓰면서 맛본 창작의 고통은 퇴고의 그것에 비할 바 아니었다. 형식을 갖춰 분량과 내용을 줄이고, 아예 2편의 글을 새로 쓰면서 알게 된 '퇴고'의 맛은 보약과 같았다. 처음엔 쓰지만 나중에는 몸에 좋은 것을 알고 더 찾게 되는 그런 느낌.

이것이 바로 퇴고의 진정한 맛이란 말인가!

 


 

오늘 구독자님께 발송된 레터의 제목을 보셨나요? 발송에 앞서 제목은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공기 반 소리 반에 담긴 철학'으로 정해보았습니다.

'공기 반 소리 반' 하면 딱! 떠오르는 사람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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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분! 프로듀서 박진영이 한 말, '공기 반 소리 반'을 카피했어요. 왠지 피식 웃음이 나오셨죠. (제가 다 압니다ㅎ) 저도 그랬어요. 하지만 그거 아세요? 이 말속에는 엄청 깊은 철학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어떤 책에서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요. 그 철학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기 반, 소리 반이 더 울림 있는 노래를 만든다.'

'70%의 만족을 100%로 만들 수 있는 것은 30%의 채움이 아닌 마음의 여유이다. 때로는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것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공기 반 소리 반의 철학! 그 옛날 영감 노트에 기록되었던 '핵'이라는 시! 이 두 가지에서 연결된 하나의 메시지는, 너무 많이 가득 채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오늘은 채움이 아닌 비움의 시간이길 바라며, 중요한 것 딱 한 가지를 해볼 수 있는 그런 소중한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 2021년 8월의 마지막 금요일. 공기 반 소리 반에 핵을 실어 보내는 글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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