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것들은 언젠간 날 울게 만든다

글쓰는 마음, 열일곱 번째 마음

2021.08.13 | 조회 6.36K |
0
|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사랑을 이야기하는 이현진입니다.

첨부 이미지

아빠는 말씀하셨다
너무 작은 것들까지 사랑하지 말라고

작은 것들은 하도 많아서 
네가 사랑한 그 많은 것들이 언젠간 모두 널 울리게 할 테니까

나는 나쁜 아이였나 보다. 
아빠가 그렇게 말씀하셨음에도
나는 빨간 꼬리가 예쁜 플라밍고 구피를 사랑했고 
비 오는 날 무작정 날 따라왔던 하얀 강아지를 사랑했고
분홍색 끈이 예뻤던 내 여름 샌들을 사랑했으며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갈색 긴 머리 인형을 사랑했었고
내 머리를 쓱쓱 문질러대던 아빠의 커다란 손을 사랑했었다

그래서 구피가 죽었을 때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때
샌들이 낡아 버려야 했을 때
이사를 오며 인형을 버렸을 때
그리고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그때마다 난 울어야 했다

아빠 말씀이 옳았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언젠간 날 울게 만든다

-신지상 지오, <베리베리 다이스키>-​


어릴 적 부터 저에겐 사랑이 참 중요했습니다. 누구에게 어떤 애정을 받는 지가 제 하루의 감정을 좌지우지 했던 시절도 있었고 아직도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얼큰하게 취한 밤이면 사랑만으로 살 순 없을까? 사랑이면 다 괜찮지 않을까? 같은 바람에 흩어질 이야기들을 내뱉곤 하죠. 그 누구도 대답해주진 않습니다. 사실 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거든요.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더욱 더 사랑 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되기 때문도 있을 겁니다. 

사랑으로 다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사랑하고 살아갑니다. 

오늘의 뉴스레터를 함께 열어준 글은 어쩌다 제 앞에 나타난 글인데요. 내가 사랑한 것들은 언젠간 날 울게 만든다-는 마지막 문장이 참 아릿하게 다가옵니다. 많은 사랑의 모양들이 제 앞을 스쳐 지나가며 저를 울게 만들었었으니까요. 물론 그 중에는 오랫동안 제 곁에 머물러 사랑으로 남은 것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죠. 언젠가는 제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 문장들은 오랫동안 제 마음을 두드렸습니다. 어쩌면 평생 그럴지도 모르죠. 

구독자님에게는 오랫동안 마음을 두드리고 있는 문장이 있나요? 노래 가사나 어느 소설의 한 귀퉁이 같은 것 말이죠. 

10CM - 고백

 

고백이라는 말은 참 설레고 좋은 단어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10CM가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을 리메이크해 발매했죠. 오랫동안 델리스파이스의 노래를 들어왔는데, 이렇게 10CM의 목소리로 다시 들으니 새롭습니다. 

이 노래를 소개드리는 이유는, 이 노래 가사 중 한 줄이 제 요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안해 네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

더 자세한 이야기는 레터 끝자락에 이야기 해볼까요? 😉

 


쓰는 마음

오늘 보내드리는 글은 어쩌면 제게 가장 필요한 말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지난 두달 정도, 글을 전혀 쓰지 못하고 있었어요. 써봤자 SNS에 쓰는 짤막한 글이나 블로그에 가끔 쓰는 일기가 전부였죠. 아, 글 쓰는 마음 레터를 한달에 한번 작성하긴 했네요. 그러나 두달 전처럼 에세이를 쓰거나, 누군가에게 제 마음을 담아 글을 쓰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두달 전에는 미친듯이 썼었어요.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하루에 두세편씩 발행하곤 했죠. 폭주기관차처럼 글쓰기에 몰입하다가 어느 순간 에너지 방전, 저는 키보드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가 되었습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스테르담 작가님의 글에서 해답을 찾은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어느 순간 두려워졌던거에요. 제 손가락에서 탄생한 글들이 너무 작아보이고 누군가가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못견디게 저를 옭아맸던 것 같습니다. 한때는 그게 제 하루의 원동력이 되곤 했는데 말이죠. 

하지만, 보내드리는 글에서 스테르담 작가님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내 글의 쓸모를 자문할 필요 없다.자문해야 할 건 지금 나는 온전히 내 삶을 써 내려가고 있는가. '나'라는 존재를 제대로 돌아보고 있는가이다.

스테르담 <내 글은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다.> 중

글쓰기를 글쓰기

떠올려보면, 어렸던 저를 키보드 앞에 앉게 한 것도, 쉴 새없이 글을 쓰고 소설을 창작하게 한 것도 다 과거의 아픔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견딜 수 없었고, 터질 것 같던 머릿 속 물음표들을 반짝이는 화면 속 작은 메모장에 적어내리곤 하면 어느새 하얗게 비어있던 메모장이 문장으로 가득차고 그제야 저는 한숨을 쉬곤 했어요. 그렇게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상황을 정리하고, 관찰하다보면 글이 만들어지고, 조금 더 나은 내가 되는 것 같았거든요. 

글향 작가님 역시 두려웠던 과거를 돌아보고 물음표 가득한 자신을 글쓰기를 통해 느낌표로 바꾸어 나가셨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을 끊임없이 쓰게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무엇이 나를 이토록 쓰게 만드는가

뚜벅뚜벅. 가로등 불빛조차 희미한 골목에서 누군가 내 발걸음을 쫓아 나를 따라오고 있다. 타닥타닥. 발걸음을 빠르게 거의 뛰다시피 집으로 향했다. 그러자 나를 따라오던 발걸음도 속도에 맞춰 뛰기 시작한다. 타다 다다닥. 집을 몇 발자국 앞두고 빠르게 뛰었지만, 한쪽 팔을 붙잡히고 말았다. "저기, 아가씨 시간 되면 차 한잔하죠." 새어 나오는 말 사이로 알코올 냄새가 지독히 번졌다. "아뇨! 싫습니다.", "어이. 잠깐만 이야기 좀 하자니까.", "아니, 싫다는데 왜 이러세요?" 두려움에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지만, 고함치듯 소리치며 붙잡힌 팔을 있는 힘껏 뿌리쳤다. 그리고는 초인적인 힘을 가동해 집을 향해 냅다 뛰었다. 끈질긴 발걸음도 미친 듯이 따라온다. 그때, 고함에 달려 나온 아빠가 보였다. "아빠!"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아빠에게 달려갔다. 놀라서 뛰쳐나온 이웃 사람도 보였다. 이웃 사람은 도망가는 발걸음을 재빠르게 쫓았고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갓 스무 살 무렵에 있었던 무서운 기억의 일부이다. 이후 호신용 알람 스위치를 한동안 가방에 넣어 다녔고,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은 절대 가지 않았다는 것. 지금도 여전히 골목길을 피하는 버릇이 남아있다는 것만이 아득하게 존재한다. 그날의 나는 왜 늦었는지, 그 이상한 사람은 어디에서부터 쫓아왔는지, 어떻게 해결했는지의 구체적인 기억은 사라져 버렸다.

나는 왜, 두려웠던 과거를 기록해보았을까?

좋은 기억도 아닌데, 어쩌면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날카로운 기억의 파편들을 왜 내어놓은 것일까? 이유는 하나다. 두려움이 걷어진 지금의 내가 그 기억을 다시 들춰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해서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아름답고 예쁜 것만 추억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어쩐지 진정한 삶이 아닌 듯 느껴진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누구나 겪을 법한 생생한 이야기들이 결국 사람의 마음을 두드리는 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그런 글이 쓰고 싶어진 것이다.

 

내 삶을 관찰하며 글을 쓰면 무엇이 남는다고?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 언제나 느낌표가 가득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사람들을 만났고, 각종 동호회에 나가서 뭔가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뿐만 아니라 주말마다 멋진 풍경을 두 눈에 가득 담아내며 사진도 찍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재밌는 영화를 보면서 감탄했다. 그렇게 항상 즐길 거리를 찾아다니며 즐겁게 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지루할 틈 없이 보내는 하루가 계속될수록 왠지 모르게 공허하고 불안했다. 어느 날 자기계발과 관련된 책을 눈이 아닌 마음으로 읽어 내려가면서부터 서서히 깨달음이 왔다. ', 그동안 나는 다른 사람이 만든 창작물을 소비하면서 감탄만 하는 삶을 살고 있었구나!' 느낌표만 가득했던 내 삶에 갑자기 물음표를 드리우고 싶어졌다. 남들이 만든 창작물에 감탄만 하지 말고 내 것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것을 만들려면 질문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하며, 질문을 통해 발견하고, 관찰하고, 기록하고, 결국 만들어내는 것! 그것은 바로 글쓰기였다. 글쓰기를 하면 내 것이 생긴다. 나만의 특별한 콘텐츠가 남는 것이다.

지금 나의 글밭에도 온통 물음표가 넘쳐난다.

갓 스무 살 무렵에 있었던 두려운 기억을 적어 내려가는 것으로 시작해서 글을 쓰면서도 온통 질문이 가득했고, 질문에 대해 답을 구하며 드디어 알게 되었다. 내가 글이 쓰고 싶은 이유는 내 삶을 '관찰'하기 위한 것이고, 관찰을 통한 글쓰기를 하면 나만의 특별한 콘텐츠가 남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내 주변의 모든 것들에 관심이 생겼고, 일상에 물음표를 드리우며 발견한 이야깃거리들을 기록하며, 평범했던 나의 일상이 아주 특별해졌다. 그것이 나를 그토록 쓰게 만드는 이유이다.

 


 

인트로에 10CM의 "고백"을 들려드렸어요. 잘 들으셨나요? 

어떤 계절에도 어울리는 노래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입추와 말복이 지나고 가을이 올랑말랑한 지금, 이런 날씨에도 잘 맞네요. 

제가 하지만 미안해 네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 라는 가사를 언급한 이유는, 글쓰기에 소홀했던 제 자신에게 하는 말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바쁘다는 핑계로, 정신이 없다는 이유로 이런 저런 이유를 붙혀가며 글쓰는게 어렵다는 투정만 부리고 있진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농담처럼 아 이러다 절필하는거구나-라고 까지 했었다니깐요. 친구가 멈추지 말고 글을 쓰라고 옆에서 채찍을 날렸을 때도, 사실 얼버무렸지만 속으로는 안된다고, 요즘의 나는 글을 못쓴다고 해버렸어요.

글쓰기는 어느 순간이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인데, 그 넓은 가슴에 묻혀서 요즘은 제가 다른 생각을 하고 사는가 봅니다. 물론 바쁜 것도 맞고 정신없는 것도 많지만... 생각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를 몰두하다보면 에너지가 방전되는 순간이 오는 것은 당연하고, 저는 이런 순리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아요. 레터를 쓰고 있는 이 시간에,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지만 조용히 고백해봅니다. 

없던 비밀도 잘 만들어서 내어놓아야할 것 같은 선선한 날씨에요. 사랑하는 무언가가 혹은 누군가가 옆에 있음에 감사한 하루하루입니다. 

구독자님도 하고 싶은 이야기나 비밀이 있다면 저희에게 들려주세요. 잘 가지고 있다가 날 좋은 어떤 날 꺼내어 허공에 풀어놓겠습니다. 그 이야기가 자유로울 수 있도록 말이죠. 

 

아, 그나저나

제가 취해서 여쭤보는 건 아닙니다만, 

정말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는 걸까요?

어느 멋진 날, 이현진 드림

첨부 이미지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글 쓰는 마음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6 글 쓰는 마음

매주 금요일, 글을 통해 더 나은 일상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보내드립니다.

뉴스레터 문의teamwritelight@gmail.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2-31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