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거운 월요일#1] 내 취향 고백

첫 에세이는 내 취향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2026.04.20 | 조회 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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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취향을 말하는 게 가끔 곤란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늘어놓으면 사람들이 가끔 “어머, 다른 남자들과 달리 꽤 의외네요.”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꽤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키 190의 건장한 남자가 주는 선입견이 꽤 강하겠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반복된 불편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키 큰 사람한테 ‘어릴 때 우유 많이 마셨니?, 언제부터 컸니?, 부모님도 크니?’라고 이제 그만 물어보세요. 평생 지겹도록 받고 있는 질문이랍니다)

일단 나는 떡볶이와 분식류의 음식을 매우 좋아한다. 어느 정도냐면, 예전 직장 동료들과 농담으로 해산물과 축산물, 그러니까 생선과 고기 중에서 평생 하나만 포기하라면 무엇을 포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실없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먼저 말을 꺼낸 동료는 해산물을 너무 좋아하여, 회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에 대해 물어봤는데 나는 한참 고민하다가 둘 다 포기할 수 있는데 분식은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평생 고기와 생선을 안 먹는건 괜찮지만 떡볶이를 안 먹을 수는 없다. 속으로 조금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온세상이 비건이 되더라도 최애 음식을 먹을 방법은 있겠다고 .’

다른 음식은 조금 어렵지만 떡볶이는 며칠 연속 먹을 수 있다. 며칠 연속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있는데 먼저 떡볶이, 카레, 볶음밥, 김밥이다. 엄마의 영향이 있네… 먹성 좋은 형제를 기르기 위해 많은 양을 한번에 준비해서 몇 끼에 걸쳐 먹던 습관 덕인 듯 하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역시 단연코 떡볶이다.

그리고 건장한 남자답지 않게 디저트와 빵도 좋아한다.(요즘에는 매우 단 것은 못 먹겠다. 먹으면 머리가 아픈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싶다) 시간이 나면 혼자 카페를 가서 책도 읽고 맛있는 커피도 마시는데, 항상 케익이나 브라우니 같은 디저트를 시켜 먹는다. 새로운 카페를 가면 꼭 새로운 디저트를 시도하고 싶어 메뉴판을 한참 살펴본다. 그 카페만의 시그니쳐 디저트 이런거 굉장히 좋아하는 아저씨가 되었다.

탄수화물을 좋아하는 취향이 사람들에게는 ‘여성적’으로 보였나보다. 떡볶이와 디저트에 열광하는 사람들 중 여성의 비율이 많기 때문일텐데. 내가 디저트를 좋아한다고 하면 ‘어머, 보통 남자들은 디저트 안 좋아하던데 의외네요.’라는 말을 듣곤 했다. 곤란하다. 키가 190이 되는 남자는 막 소고기를 뜯어 먹고 국밥 두 그릇을 뚝딱 말아먹어야만 할 것 같다. 제길 술도 안 마시는데.

게다가 난 로맨틱 코미디 영화도 좋아한다. 특히 영국의 로맨스 영화를 좋아해서 ‘어바웃 타임’은 세 번정도 보고, ‘노팅힐’은 셀 수도 없이 반복해서 봤다. 음성파일로 따로 추출하여 맨날 듣고 다니기도 했다. 그래도 질리지 않아 최근에도 종종 다시 본다. 로맨스 영화를 보며 눈물을 닦고 있는 거구의 남성이 상상이 안 가는 분들도 있겠지만. 노팅힐의 마지막 부분, 여자 주인공의 기자회견 자리는 잊지 못할 명장면이다. 남자 주인공의 사랑 고백 후 기자에게 같은 질문인 '영국에 얼마나 있을 것이냐'를 다시 하라고 부탁한 뒤 기존에 했던 대답을 바꿔 “Indefinitely”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10번 넘게 봐도 아직 감동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읽고 있을 여러분에게 ‘거구의 남성도 떡볶이와 디저트 그리고 옛날 영국 로맨스 코미디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머 보통 남자들과 달리 취향이 여성적이네요.’라고 말하기 보다는 ‘내가 아는 맛있는 떡볶이집 추천해줄까요?’라고 반응해달라. 단순한 반응보다는 그쪽이 훨씬 더 생산적이니까. 난 쌀떡을 좋아한다.


(추신) 제 최애 떡볶이집은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에 위치한 '떡본김애'입니다. 배달앱에서는 '30년전통 변강쇠떡볶이'입니다. 녹진한 쌀떡과 준수한 순대, 튀김을 생각할 때마다 침이 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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