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잘 지내셨나요? 그간 날씨가 참 변덕스러웠죠. 초여름의 더위가 찾아오나 싶더니, 이내 지난 연휴 이틀 동안 줄곧 비가 내려 언제 더웠냐는 듯 선선해지기도 하고요. 이렇게 온도가 들쭉날쭉할 때 쉽게 감기 걸리더라고요. 찬바람 불 땐 마스크 꼭 쓰시고,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평소보다 한 주 더 레터를 쉬어가며 제 자신에게 조금 더 너그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간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정주행 하기도 했고, 읽고 싶었던 책들을 도서관에서 잔뜩 빌려와 집에 쌓아두고는 이 책 저 책 들춰가며 독서에 푹 빠져보기도 하고요. 그러다 제목에 이끌려서 한 책을 읽게 되었는데요, 유독 마음에 남아 오늘은 이 책으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남겨진 것들의 기록
<남겨진 것들의 기록> 이 책의 부제는 '유품정리사가 써내려간 떠난 이들의 뒷모습'이다. 고인이 된 사람들이 남겨둔 모습에 관해 '유품정리사'가 기록한 글이라는 것인데,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이 어디선가 들어본 것도 같지만, 여전히 생소하다. 주변에 유품정리사를 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고 말이다.
유품정리사는 고인의 유품을 정리해 유족에게 전달하거나 폐기하는 직업이다. 주로 무연고자, 범죄 피해자, 자살 현장을 작업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독사가 대두된 2010년대 이후로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고,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김새별 유품정리사'가 출연하여 주목받기 시작했다.
🔎김새별 유품정리사
- 떠난 이들이 세상에 남기고 간 마지막 흔적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사.
- 2007년 특수청소 업체인 바이오해저드를 설립하여 지금까지 천여 건이 넘는 현장을 정리했다. MBC, SBS, [동아일보〉, [한겨레] 등에 소개되며 국내에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알리기 시작했다.
- ‘바이오해저드김새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죽음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며 특히, 고독사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들을 이어가고 있다.
<남겨진 것들의 기록>은 바이오해저드의 김새별, 전애원 부부가 집필한 책으로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투헤븐>의 원작이었던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책 소개에 따르면, <남겨진 것들의 기록>은 청년 고독사에 초점을 맞췄다. 이 책을 집필한 전애원 씨는 전작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발간했을 당시와 비교하여 청년 고독 사건이 체감상 10배 늘었고, 과거 청년 고독 사건에는 뚜렷한 사연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남겨놓은 일기장을 보면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타인의 삶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이 컸고 늘 자신을 자책했어요. 남들 다 사는, 이른바 ‘갓생’을 자신은 살고 있지 못한다는 거죠. 그런 현장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져요. 객관적으로 봐도 죽을 일이 아닌데 아까운 삶을 포기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대가 변한 거겠지 싶어 그저 안타까움을 삼켜요.”
이 책을 요리조리 훑어보고 살펴보고 여느 다른 책과 비교해 봐도 크거나 무겁지 않은 아주 보통의 책이었는데, 이 책에 담긴 슬픔과 고독의 무게를 느끼고 난 후로는 한 권의 책이 여간 가볍게 보이지가 않았다.
떠난 이의 마지막 모습과 그를 품고 있던 슬픔과 우울의 자취를 하나하나 정리하며 애도를 표하는 유품정리사의 기록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걷어올린 문장들은 다음과 같다.
🔍책 속의 문장들
- 인생은 생각보다 너무나 짧다. 이제 인생을 좀 알겠다고, 이제 좀 제대로 살아볼 수 있겠다고 생각할 무렵에 생은 끝이 난다고 했다. 생은 유한하기에 재촉하지 않아도 어쨌든 끝은 찾아오고, 아껴둔 마음을 표현하고자 할 때는 이미 늦은 후다.
- 매일매일 시간 맞춰서 잘 챙겨 먹고 사는 동안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자식에게 짐을 지우지 않는 최고의 방법이다. 뭔가를 받았다면 “에이, 비싼데 뭘 이런 걸 사왔어”라고 마음에도 없는 타박을 할 게 아니라 “고맙다, 잘 먹을게, 잘 쓸게”하고 숨김 없이 고마움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누군가 내게 돈과 시간과 마음을 썼다면, 미안해하고 아낄 것이 아니라 행복한 시간으로 돌려줘야 한다. 그것이 받은 사람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 지독한 염세주의에 빠지기 전에, 텅 빈 심연 속으로 가라앉기 전에 단 하나라도 애착 있는 무엇인가를 챙기고 붙들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버려도 사람이든 물건이든 생각이든 무엇 하나에라도 애정을 갖고 있다면, 그것이 나의 구원이 되어주기도 하니까.
-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나 쉽게 잊는다. 잊은 줄도 모른 채 살아간다. 소중한 것을 어느 순간 놓치고,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지낸다. 그러다 화들짝 놀라 가슴을 부여잡는다. 소중한 것을 영영 잃고 나서야.
- 너무 힘들 땐 차라리 속 편하게 게을러지는 날도 보내길 바란다. 한때 게으르게 살았다고 남은 인생이 망가지는 건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하루를 보냈다고 해서 세상이 망하는 건 아니다. 그렇게 쉬고, 뛰고, 또 어쩔 땐 실컷 누워도 있으면서 어른이 되는 거다. 죽지 말자는 다짐을 전하고 싶다.
“우울하면 과거에 사는 것이고, 불안하면 미래에 사는 것이고,
편안하면 이 순간에 사는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입니다. 저는 요즘 꽤나 과거와 미래를 종횡하며 스스로를 못마땅해하곤 했는데요. 오늘은 선인의 지혜에 기대어 편안한 마음을 가져보려 합니다.
구독자님도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우울하거나 불안해하지 마시고, 편안한 지금, 여기, 오늘을 사시길 바라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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