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지난 일주일도 잘 보내셨나요? 5월이 되고 지난 3주간, 한 주에 하루씩 쉬어가는 날이 있어서 주 4일제를 미리 경험해 본 것 같은데요, 어떠셨나요? 아마 대부분 만족하셨겠죠? 몇몇 기업들에서 주 4일제가 논의되고 있다고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하네요. 학창시절 때만 해도 주 6일제가 당연했는데 이제는 주 4일제가 논의되고 있는 현실이 새삼스럽기도 합니다.
이미 메일 제목과 썸네일에서 눈치채셨겠지만, 오늘은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님(이하 존칭 생략)의 이야기를 해볼 까해요. 요즘 독서의 매력에 흠뻑 빠져 여러 책을 접하고 있는데요,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서 단연코 가장 좋았던 책이라 구독자님께 너무 소개해 드리고 싶었어요. (이렇게 멋지고, 좋은 어른! 좋은 책! 좋은 글!을 나만 볼 순 없다!)
오늘 소개드릴 책은 2010년부터 손웅정이 작성해온 독서노트 여섯 권을 기저로 작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1년 동안 난다 출판사의 유성원 편집자와 김민정 시인이 손웅정 감독을 인터뷰한 내용을 글로 엮은 책이에요.
대화체로 쉽게 쓰여져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읽어 내릴 수 있는 책이지만, 그 안에 담긴 삶의 가치와 자세가 너무 고귀하고 진중해서, 앉은 자리에서 읽기 시작해도 책을 덮을 때는 기립박수를 치고 싶은 책이었어요.
손웅정이 생각하는 삶의 기본은 '운동, 독서, 청소' 이 3가지예요. 그래서 그의 하루엔 '운동, 독서, 청소'가 빠지지 않습니다. 프로 선수 4년차에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프로 생활을 그만두고 두 아들과 아내를 건사하기 위해 막노동과 일용직 헬스 트레이너로 N잡 생활을 했을 때에도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책을 읽으며 삶의 의지를 다졌다고 해요.
그의 독서 습관은 이번 책 제목 그대로입니다. 그는 책을 읽고, 쓰고, 버립니다. 좋은 책을 만나면 삼독(三讀)을 기본으로, 일독 시엔 검정 볼펜으로 밑줄을 치며 읽고, 재독 시엔 파랑 볼펜으로, 삼독 시엔 빨강 볼펜으로 메모를 하며 읽어요. 삼독을 다 하고 난 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요 부분에 본인의 생각을 더해 독서노트에 옮겨 적고 책은 버린다고 해요. 책 한 권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난 후, 물리적인 책과는 미련 없이 이별하는 것이죠.
다 읽고 쓰고 배운 책을 버리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이만큼 책을 많이 읽었다' 하며 자랑삼아 책을 전시해두는 것이 싫다고 하는 그를 보며, 이미 월드 클래스가 된 자신의 둘째 아들에게 '늘 겸손하라'고 말하는 그의 일관된 가치관이 생각나 무릎을 탁 치기도 했습니다.
재독, 삼독 하고 싶었던 손웅정의 말과 독서노트 중 주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부분을 간추려 구독자님께도 전해봅니다. 그의 말이 구독자님께도 와닿으셨다면 책 전문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손웅정의 말
- 결국 불편함은 노력이에요. 내가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 불편함이 지속된다는 건 한편으로는 내 몸에 좋은 습관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잖아요. 처음에 그 노력은 한 사람의 습관을 만들지만, 그 다음부터는 그 한사람을 만들지요. 습관이라는 건 처음에는 얄팍한 거미줄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강철 같은 쇠줄이 되지요.
- 행복하면요, 십만 원의 절반인 오만 원을 벌어도 아이는 제 인생의 주인으로 살 수 있어요. 큰 부모는 작게 될 자식도 크게 키우고, 작은 부모는 크게 될 자식도 작게 키운다 제가 늘 그러거든요. 예를 들어서 작은 부모는요, 자식이 “아버지 나 저거 사줘”할 때 “그거 돈 없어서 못 사” 해버리고 만다고요. 그러면 애 생각은 거기에서 끝이 나죠. 사고가 거기에서 딱 멈춰버리는 거죠. 근데 큰 부모는요, “지금 돈이 없어서 살 수가 없는데 어떡하지. 너하고 나하고 머리 한번 맞대고 함께 고민해볼까?” 그렇게 생각하게 하고, 상상하게 하고, 성찰하게 하고, 결국에는 사색하게 만든다고요.
- 사람이 나이 먹는다고 절로 고상해질 수 없어요. 배움이라는 마찰 없이는 품격도 만들어질 수 없어요. 독서의 정의가 뭐예요. 새로운 사실을 알거나 지식 흡수를 위한 행위란 말이에요. 흡수라니까요. 배출이 아니라니까요. 흔히 독서를 콩나물 기르는 것에 비유하고는 하죠. 콩나물에 물 줘봐서 아시겠지만 콩나물에 물 주면 아래로 다 흘러내리잖아요. 그걸 알면서도 콩나물아 잘 자라라 계속 물을 주잖아요. 그런데 부지불식간에 보면 콩나물 키가 길쭉길쭉 자라 있거든요.
- 생각의 각도 전환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일 킬로미터의 전력 질주보다 일 도의 방향전환이, 일 톤의 생각보다 일 그램의 행동이 중요하다고요. 생각의 각도를 아주 조금만 바꾸는, 한 번쯤 그런 가능성으로 자신을 밀고 가봐도 좋은데 솔직히 쉽지는 않죠. 불안할까봐, 실패할까봐, 지금까지 쌓은 게 무너질까봐, 시도 자체를 안 하게 되는 것도 맞고요. 비겁하면 안전할 수 있지만 절대로 창조는 없어요. 그 밋밋한 데서 창의력이 어떻게 발생하겠냐고요.
- 소유에 대한 고민은 평생 가져가야 하는 거예요. 내 경쟁력은 안 키우고 내 소유욕만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그에 앞서 욕망의 그릇만 너무 헤비하게 키우는 건 아닌지. 법정 스님 말씀이 모두와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고 사람 사귐에도 헤프면 안 된다고 하셨잖아요. 소유라는 말을 착각하면요, 내가 소유한 것으로부터 내가 소유를 당하게 되어 있어요.
- 기본에 충실한 사람은 나에게 집중하지, 남을 기웃대지 않아요. 그 시간에 우리 팀 선수 챙기지, 상대 팀 전술 챙기지 않는다고요. 저한테 비교는요, 남과 하는게 아니에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재는 거예요.
-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하루하루 무언가를 더하고, 지혜를 얻고자 한다면 하루하루 무언가를 버리라고 그랬어요. 지식은 내가 무엇을 배우느냐에 목적이 있고, 지혜는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관점이 있잖아요. 지식이나 지혜가 더해질 때 내가 얻는 게 많아 보이지만 이 가운데 버려야 할 것을 안다는 것은 내가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안다는 얘기도 되거든요. 최고의 음식이 소식인 것처럼요.
- 내 기술이 좋으면 볼을 뛰게 할 수 있잖아요. 그만큼 내가 조금 덜 뛰어도 된다는 얘기잖아요. 삼류는 내 능력을 사용해서 사는 사람이고, 이류는 남의 힘을 이용해서 사는 사람이고, 일류는 다른 사람의 능력을 사용해서 사는 사람이라잖아요. 계속 삼류로 살 거냐고요. 제가 삼류 선수로 뛰어봤잖아요. 기술이 좋고 영리하고 기본기가 잘되어 있으면 그만큼 덜 뛰어도 돼요. 왜 미련하게 모든 걸 체력으로 접근하냐고요. 왜 한계가 불 보듯 뻔한 육체적인 걸 가지고 접근하냐고요. 몸이 아니라 볼로 접근하면 훨씬 영리하게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어요.
- 용기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일단 앞으로 가고 보는 거, 그거요. 지금 우리들 중에 사면초가에 놓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건 다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용기 있는 사람은요, 일단 가기부터 해요. 그리고 용기 있는 놈한테는요, 길이 생겨요.
- 저는 물건을 막 이렇게 모았다가 버리는 게 아니라 바로바로 갖다버려요. 아무리 값진 것이라도 저거 나한테 필요 없을 거야, 하면 지체하지 않고 미루지 않고 바로 버려요. 찔끔찔끔이라도 제때제때. 그러니까 버리기 위해서는 내가 소유한 물건들을 매일같이 돌아봐야 해요.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그 무엇을 버릴 수 있어요. 안 보면 못 버리고, 못 보니까 안 버리게 되는 거예요.
- 저도 운동하고 독서, 매일같이 이 둘에 집중하는 삶이 진짜 쉽지만은 않거든요. 그런데 이 힘든 걸 계속하다보니까요, 내 삶이 쉬워지는 거예요. 힘든 운동하고, 힘든 독서하고, 이 힘든 두 가지를 매일 같이 하니까요, 내 삶이 진짜 쉬워지는 거예요.
- 제가 백 번 천 번 다 같은 소리를 하잖아요. 책이라니까요. 축구 잘하고 싶어도 책이고, 헬스 잘하고 싶어도 책이고, 요리 잘하고 싶어도 책이고, 하다못해 정리 잘하고 싶어도 책이라니까요. 저는 책을 읽기 전보다 책을 읽은 후에 조금은 나아진 사람이 된 것도 같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도 같거든요. 최소한 좋은 걸 보고 알게 되었을 때 이걸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픈 마음이 생긴 것만 봐도요. 앞서 시야에 대한 언급도 했지만 책을 몰랐다면 저는 아마 관점에 대한 이해가 없는 채로 세상을 여전히 편협한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있었을 거예요. 어떤 상황에서든 답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잖아요. 어쨌든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부모나 어른이나 지도자의 전형을 제가 흉내라도 내보려고 애쓰게 된 데는 책의 도움이자 책의 혜택이 전부라 할 거예요.
손웅정의 독서노트
- 1
조금 많이 돌아가는 것 같아도
조금 늦게 도착하는 것 같아도
기본과 기초를 탄탄히 다져서 가자.
가보지 않고는 빨리 갈 수 있는,
세상에 그런 지름길은 없다.
내게 가장 빠른 길은
내가 알고 가는 길이다.
도착하는 순간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뛰기 위해서는 걸을 줄 알아야 하고
걷기 위해서는 기기부터 해야 한다.
나는 한 두번 넘어진 게 아니다.
넘어지기 전의 나는 없었다.
- 2
유대인의 두 가지 기둥은
가정과 배움(특히 독서!)이라고 했다.
비참할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던 카네기는
성공의 비결로
반드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야 한다 말했고,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은
몹시 궁핍한 가정에서
병약한 몸으로 태어났지만
무수히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선물해야 할 것은
결국 공부 습관이다.
그 처음은 독서다.
- 3
나무를 크게 키우는 자는
나무의 근본인 땅부터 단단하게 다진다.
그래야 뿌리가 튼튼하게 뻗을 수 있다.
- 4
혼자 무언가에 빠져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재능의 증거다.
그럴수록 아이에게 더더욱 철저히
혼자만의 시간과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 5
내 몸이 반듯한데
내 그림자가 휠 수 있을까.
낭중지추(囊中之錐)
나는 손웅정님에 대해 생각할 때 '낭중지추'라는 말이 떠오른다. 낭중지추는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뜻으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사람들에게 알려짐을 이르는 말이다.
그는 학교 진학이 어려울 정도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고, 축구에 온 열정을 다했지만 아킬레스건의 부상으로 이른 나이에 프로 생활을 그만두어야 했던 불운한 축구 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가난하고 불운했던 현실 앞에 좌절하지도, 타협하지도 않았다. 운동, 독서, 청소 이 3가지를 삶의 기본으로 하며 이외의 다른 것은 탐내거나 취하지도, 애초에 곁눈질 하지도 않았다.
스스로 나대는 것을 제일 싫어하고 주목받는 것을 즐겨 하는 성정이 아닐지라도, 여러 사람들이 그를 주목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월드클래스인 둘째 아들의 후광 덕택이 아니라 그에게 취할 삶의 지혜와 배움이 많아서인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들이 많아도 그들의 모든 부모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덕분에 우리는 참된 어른의 삶의 자세와 지혜를 매체를 통해 곁눈질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마치며,
요즘 여러 책을 접하며 느낀 것은 책을 사랑하고 즐겼던 애서가들은 현실이 막막해도 미래를 꿈꾼다는 것입니다. 손웅정 감독도 그러시더군요. 지독하게 가난한 환경 속에서도 가난을 무서워하는 법이 없었어요.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돈이 되는 일에 몰두하기 보다 꿈을 위해 묵묵히 매일매일을 살아내셨더라고요. 지름길을 찾기 위해 꾀를 부리거나 막막한 현실 앞에 좌절하는 법이 없으셨던 것 같습니다.
땀을 흘려 운동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몸과 주변을 깨끗이 정돈하는 것, '운동, 독서, 청소' 어쩌면 그의 삶은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미련하리만치 단순했지만, 그런 루틴이 그의 삶을 단단하게 만들었더라고요.
좀 더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은 없을까, 잔머리를 굴리던 제게 이 책은 묵직한 깨달음을 보여주었어요.
마치, 손웅정 아버지가 두 아들에게 말만 하지 않고, 직접 보여준 것처럼요.
"나는 이렇게 살았어,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 거야. 너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주는 쉬어 갑니다. 6월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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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yg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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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케이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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